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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ssion Azumma Jan 28. 2024

하다 하다 집에서 닭을 튀깁니다

이것만은.. 안 하려고 했는데

음식 솜씨가 없지는 않은 20년 차 주부 열정아줌마다.  그동안 수 없이 많은 음식들이 내 손을 거쳐 내 새끼 또 남(의) 편 입으로 건너갔다. 곰탕도 김치도 감자탕도 별의별 것들을 다 해봤지만 이것만은 안 된다! 스스로 다짐했던 그 선!! 을 오늘 넘고야 말았다..ㅜㅜ


큰맘 먹고 대형마트로 간다. 어제부터 미뤘던 일이다. 오랜만에 고기도 구울 겸 이것저것 먹거리를 좀 저렴하게 쟁여두기 위해 남(의) 편에게 물었다.


"여보 오늘 **마트 문 연 거 맞드나?""

"어. 열었다"

"주말에 쉬는 날이 있는데 연 거 맞제?"

"어 열었다 요샌 주중에 쉬는 갑드라"


'응?? 나는 들은 바가 없는데 내가 모르는 사이 그렇게 바꼈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내뱉지는 않는다. 어쨌든 마찰을 최소한 하기 위한 나만의 비법이다. 그분이 그렇다는데 의심하면 언짢아할 게 뻔하다. 만약 아니더라도 일단 그가 옳다쿠나! 그렇구나! 자 가보자고!


주차장 입성까지는 문제가 없었으나 20년 차 주부의 쎄한 기분은 역시나 그럼 그렇지.. 이번 주가 4주 차지... 그렇구먼..(입밖에 내진 않는다) 


"어머, 문 닫았네"

"어? 뭐지? 문 열었다 했는데??"

"그럴 수도 있지.. 어쩐지 아까 동네 마트에 사람이 많더라"


우리 동네에 핫한 막걸리가 있다. 요즘 알쓰(알코올쓰레기)인 남(의) 편이 빠져있는 막걸리를 미리 사다 주길 원해서 동네마트를 먼저 들렸는데 역시나...(표정 관리는 필수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그의 실수는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니까)


어쩔 수 없지. 지금 집 냉장고가 텅텅 비었다. 뭔가 먹거리를 만들 만한 재료가 없어서 오늘 마트 방문은 나에게 필수과정이라 아까 다녀온 그 동네마트라도 다시 들려보기로 했다.


"뭐가 없네.. 뭐 먹어야 하나"

"뭐 아무거나 먹자 컵라면 무그면 안돼??"


'이 냥반아, 우리 아무리 없어도 애들 생각은 안 하나?'


그렇게 미친 듯 20년 차 주분 눈에 뜨인 건 할인 딱지가 붙은 닭볶음탕용 닭!!!


하...................


드디어 그날이 온 것인가.. 


닭볶음탕은 하도 먹어서 나도 먹고 싶지 않은 정도라 스스로에게 큰 숨을 불어넣고 


'어쩔래??? 가 볼래?????'

'그래.. 이제 그날이 왔나 봐... '

혼자 속으로 큰 마음을 먹는다.


실패하면 나 혼자 먹겠다는 마음으로 두 팩을 큰맘 먹고 집어 들고 왔다. 

한 팩에 오천 원 남짓이니 실패한들 뭐 나쁘지 않잖아. 그치??? 


나는 주부다! 까짓 거 오자마자 닭 팩을 과감하게 뜯어 재끼고 살짝 헹군 다음 우유와 소금 후추, 그리고 내 애중이 소주 반 컵을 넣고는 잠시 놔둔다. 흐물흐물해지는 게 이게 맞나 싶지만 일단 그동안 배운 노하우와 잡다한 지식들을 총 망라해 내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 그놈을 해내고야 말리라 굳은 다짐으로 말이다. 


기름을 냄비에 붓고 총 양의 1/4씩 넣어 튀김의 양을 조절한다. 한 번 튀긴 놈들은 다시 들어갈 준비를 위해 대기하면서 1차 튀김이 끝나고 총 두 번의 기름 샤워를 마친 내 첫 닭튀김!!! 이른바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이 완성되었다.


걱정한 것보다 완성도 높은 퀄리티!! 배부르다던 둘째랑 셋째 공략에 결국 나는 두 조각도 못 먹었다는ㅋㅋ

그럼 어떠랴~~ 다들 맛있다는 말에 


'그래! 이 맛에 음식 하지'  이노무 주부 어깨뽕이 또 난리다.


남(의) 편 막걸리 하나를 허락받았다ㅎㅎ 치킨은 내 배속에 없지만 아이들의 만족스러운 표정은 내 마음에 남는다. 그럼 됐지 뭐 아줌마 안 그래??




add. 막걸리랑 에이스(과자) 이 조합도 미쳤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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