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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아 Apr 23. 2024

1등급 한우도 못 먹는 꼴등급의 궤변

혼자 밥 먹을 때 티브이를 켜면 부쩍 많아진 소고기 먹는 장면이 내 밥상을 초라하게 한다.

추석이 얼마나 남았나 손꼽아 보니 반년이나 남았다.

내가 ++ 이런 뿔 두 개 달린 소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날이 6개월이나 남았다는 뜻이다.

노모를 모시면서 받는 하루 90분의 요양보호사 시급으로는 마트 정육점 칸은 근처도 못 가거니와, 

국가경제를 위한 산업현장의 주역 뭐 이런 것도 아니니, 

내 입에 그리 황공한 음식을 넣기도 미안하다는 핑계를 대어 본다.

옛 어른 말씀대로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울 수 있으니 인문인의 살이가 이만하면 족하여라~'

그리 주문을 외며 살지 뭐.


한우의 삶을 좀 들여다보자면, 

나물 먹고 물 마시고 드러누워 껌만 씹던 소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싶다.

안 행복했으니 죽은 다음에  ++ 요런 계급장을 달아 주었겠지.

예전에 울아버지가 키우던 소는 아버지에게 또 다른 막내였다. 아침에 눈 뜨면 소부터 살피고 소 등을 긁어주고 소 똥꼬도 닦아주었다. 밭갈이 쟁기질 해 주는 것이 고마워 소에게는 짐수레 한 번 매지 않고 아버지가 지게로 다 져 날랐다.  

학교 갔다 오면 오빠는 가방 던져놓고  소를 데리고 들판으로 나간다. 그곳에는 동네 아이들이 각자 데리고 온 소들이 있다. 풀이 많은 곳에 소를 매어놓고 아이들은 말타기, 술래잡기를 하며 해 질 때까지 놀았다. '소 풀 먹이기' 핑계로 밭에 불려 가지 않아도 되고 마음껏 놀 수 있으니 오빠는 소를 엄청 사랑하는 척했다.


그렇게 가족으로 사랑받던 소들은 이제 없다.

갇혀서 점수관리받는 소들만 남았다.

그리고 점수관리받던 아이들이 명문대에 가고 사회 주요 자리에 앉고 

점수 높은 소고기를 먹는 사회구조가 만들어졌다.

우리 집 소처럼 들판을 뛰어다니며 찔레순 꺾어먹고 산딸기 따먹고 자란 나는 

점수 높은 한우를 먹지 않아도 괜찮다. (안 먹는 건지~ 못 먹는 건지~)

아주 작은 것도 행복칸에다 분류해 넣을 수 있을 만큼 행복 측정기 눈금이 자잘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여우가 높은 곳의 포도를 못 따먹고 약 올라서 '저것은 신포도여~' 하고 지나갔다는 우화랑 조금 비슷하구나.....

그나저나 그 소들은 당뇨 고혈압 검사는 받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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