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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아 Jun 07. 2024

나와 남을 분리하는 대화법

우리의 언어습관에는 주어가 분명하지 않은 대화가 많다.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나와 너'가 없이 두루뭉술 뒤엉켜 있다.

가족끼리 흔히 하는 말 중에

 "그게 뭐가 좋다고......"

"거길 왜 가?"

라는 혼잣말인지 금지명령어인지 애매한 말이 있다.

아이가 자신의 범위를 벗어날까 봐 두려워하는 부모들의 화법이다.


아이돌 가수가 되겠다고 춤 교습소에 보내달라고 하는 아이가 많겠지?

아이에게는 꿈이 있고 거기에 가는 것부터가 '꿈을 위한 노력'인데, 

부모는 한숨부터 내쉬겠지. 하늘의 별따기요 뜬구름 잡겠다는 아이의 꿈을 지지하고 싶지 않겠지.

'그러다 공부시기 놓치면 그 뒷감당을 어찌할 것인가'

부모의 머릿속은 복잡해지겠지. 

"한 일 년쯤 냅두면 하다가 지쳐 떨어지겠지......"

라며 교습비를 대어줄 부모는 흔치 않겠지. 

일단 좌절시키려 하겠지.

'별것도 아닌 네 꿈 따위를 위해 거기에 가서 그것을 시도하겠다고?'

라는 뜻을 저렇게 간단 불명하게 말하곤 한다. 

그렇게 좌절시킨 아이의 꿈 대신 부모의 꿈을 주입시키고 내비게이션을 설치하겠지.

자식이 독립적인 인격체임을 부모가 인지하지 못하면 아이도 홀로서기를 할 수 없다던데...... 

이것은 우리의 뿌리 깊은 대물림이다.

결국 자식은 부모가 원하는 꿈을 향해  떠밀려다니다가 성인이 되어서 문득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것이고, 그러면 울고 불며 부모 탓을 하겠지. 

이렇게 부모와 자식이 분리되지 못하고 녹아가는 엿덩이처럼 들러붙은 엿같은 상황에서 허우적거리겠지.


그렇다면 저 애매한 대화법을 어떻게 바꿔볼까?

오리배에도 방향타가 있다. 자동차 핸들 꺾듯이 바로 좌회전 우회전 되는 것이 아니라 페달을 열심히 밟아야 겨우 방향을 튼다. 그래도 일단 방향을 잡으면 잘 간다.

자식의 인생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부모는 지도를 펼쳐 보여주고 열심히 페달을 밟아야 한다.

"꿈이 아주 멋지구나. 하지만 엄마는 네가 헛고생할까 봐 걱정이구나. 내가 네 꿈을 지지해 줄 수 있는지, 너는 어떤 노력과 희생을 할 것인지, 우리가 더 의논해 볼까?" 

가족의 대화에는 가끔 이렇게 닭살 돋는 말이 필요하다. 


나도 예전에 내면작업하면서 정신연령 어린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모범대화법'을 써놓고 연습했었다. (어찌나 오글거리던지) 초보 배우처럼 떠듬거리며 그 말을 하곤 했는데, 그때는 내가 어른이 된 것 같아 스스로 기특했었다. 몇 번 하니 내 것이 되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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