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낙산사 가봤어?”
양양 여행길에 오르자마자 이것부터 확인한다. 할머니와 엄마, 나는 낙산사 방문 경험이 있는 반면 아빠는 없다. 지체함 없이 여행 일정 중 가장 맑고 좋은 날을 골라 낙산사 방문을 계획한다.
첫 조카가 스물둘 시간 많은 대학생 때 태어난 덕분에 이곳저곳 동생과 나는 조카를 데리고 공원과 나들이 장소를 많이 찾아 다녔는데 어느 장소를 가더라도 모든 게 처음이라 신기하고 재밌을 조카의 시선을 빌려 세상을 보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카의 시선을 안경처럼 낀 나는 평소 무심코 보았던 오리도 신기했고, 비눗방울도 아름다웠고, 예쁜 꽃에도 기뻐했다. 조카를 데리고 다니며 세상 구경해 주던 나는 실은 조카의 기쁨에 기대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낙산사엔 철쭉이 한창이다. 철쭉 벽을 배경 삼아 잔디에 앉아 사진도 찍고 오를수록 드러나는 끝없는 해안선과 수평선의 거대함을 한참 바라본다. 그리고 어느덧 나의 시선은 낙산사 너머 바다를 바라보는 아빠의 시선 끝을 따라간다. 엄마와 나는 낙산사 주인도 아니면서 “여기보다 위가 더 멋있어.”라던가 “어때 멋있지”하며 호스트처럼 묻는다. 나는, 이것이 조카의 시선을 빌려 바라보던 것과 같은 맥락임을 알았다. 낙산사를 처음 방문했을 때 느꼈던 황홀한 웅장함을 아빠의 시선을 빌려 다시 한번 재생하며 아빠의 기쁨에 내 기쁨을 기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