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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울라 최 Apr 24. 2023

느리게 걷기

2023-4-24

  급한 걸음걸이로 37년 살다


  어느 날 아들과 공원에서 놀다가 7세 이상 탑승 가능한 가파르고 긴 미끄럼틀을 탔다.

미끄럼틀에서 출발했을 때 나는 불길함을 직감했다. 착지하는 순간 균형을 잃고 플라잉 의자에서 날듯 부~웅 날았다. 꼬리뼈가 먼저 바닥에 착륙했고 켁 숨이 멎었다.  

꼬리뼈 골절.

가벼운 골절이지만 늘 기분 나쁘게 아프던 허리가 통증을 더했다.

도수치료를 받았다.


요즘 혼밥하는 시간이 부쩍 늘면서 속도를 인지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식사를 한다.

결국 체했다.

빠른 걸음걸이, 흥분, 신경질, 성급함, 분노, 체중증가

요즘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주로 마음이 불편한 상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나는 나를 인지하고 나의 모습을 되뇌며 불쾌해했다.


왜 이런 모습이 다시 나타나는 걸까?

호흡이 아래까지 닿지 않고 가슴 위에 머물러 있을 때

불안하다는 신호가 온 걸 알지만 모른척하는 일.

불안함이 익숙해지면 초조한 상태로 성급해지는 일.

급하게 살다 보면 무리가 되어 결국 망가지는 일.


도수치료 중 치료사와 대화를 하다 보면 내 몸과 친해지게 된다.

 

고관절

골반

오른쪽 허벅지 앞과 옆

왼쪽 허벅지 뒤

오른쪽 호흡


오늘은 걸음걸이 교정을 받았다.

배에 힘을 살짝 주고 골반 정렬

다리는 골반 너비로 벌리고

무릎위쪽 근육에 힘을 주며

서서히 발꿈치부터 발가락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집에 오는 길 치료사의 말을 되뇌며 걸었다.

도착했을 때 결국 깨달았다.


"조금 천천히 느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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