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나무 Nov 14. 2023

 미안한 사람과 함께 살기

v를 발견하고 한달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다. 

w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시기였고 w는 조금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v는 물러나지 않았다. w가 뒤로 물러나자 v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우뚝 서서 w를 쳐다봤고 가끔은 말을 했다. 물러난 w는 간신히 주저 앉지않고 버텼다. 한참 뒤에서 무너지지 않으려 버티고 있는 w와 어느새 더 자라나 버린 v만 빼고 모든 것들은 자리를 떠나 흐르고 있었다.


w는 오롯한 v를 보았다. 오롯하게 보았다. 낯설었으나 처음은 아니었다. v가 계속해서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안다. 단지 모든 것들이 떠나고 떠날 채비를 하는데 v만 꼼짝도 하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튀어보이는 것 뿐이다. 정신없이 주변을 움직이는 것들이 힘을 다해서 다시 멈추면 v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잘 보이지 않을 것이고 물러나 있던 w는 제자리로 돌아가 v를 묻어 버릴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언제가 될 수 있을지, 기약 같은 것은 없다. 퇴근하고 지친 w는 영원히 이 자리에 서서 커져가는 v를 바라보는 상상에 빠지고 만다. 그렇게 해서 v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래도 좋은데, 뭐 이런 생각에 다다를 때쯤 w의 주변을 분주히 움직이던 것들이 w의 어깨를 툭툭 한 대씩 치고 지나간다. "모든 건 너한테 달렸어. 우리야 v야?" 하며 매섭게 쳐다보고는 흘러가버린다.


v야, 너도 움직여봐. 다른 것들처럼 흘러봐. 어떤 방향이어도 좋고, 언젠가 다시 돌아와도 좋으니 거기서 조금은 움직여봐. 꿈쩍도 하지 않는 v에게 w는 충분한 사과를 건넨다. 어쩌면 처음이었다. 전해질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여전히 눈앞에는 v가 우뚝 서 있었지만, w는 거기서 물러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더블유와 브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