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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과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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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ene Oct 04. 2021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문화에 손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겸손이 미덕’이라 믿어왔던 나에게 글로벌 회사의 당차고 포부 넘치는 자신감은 낯설기도 했다. 혼자서 열심히 일하면 알아주겠지- 라는 짧은 인생 가치관이 와당탕탕 무너지던 나날의 연속이었다. 특별한 사건이나 상황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문화 속에 스며든 그 무언가의 다름이 크게 느껴졌다. 영어가 네이티브도 아닌 데다가 적극적으로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외국 동료들은 참 신기한 존재였다. 


유튜브에는 “한중일 출신이 글로벌 대기업에서 더 올라가지 못하는 3가지 이유”와 같은 콘텐츠도 있고, 회사 내에는 Asian Googlers Network라는 그룹 또한 존재한다. 최근 진행되었던 세션에서는 실리콘밸리에서 팀을 리드하셨던 분으로부터 실질적인 꿀팁들을 받았다. 들어보니 그러한 능력을 지닌 것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저런 태도를 지닌 분이라면 어디서든지 살아남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연스레 나도 실력은 기본이고, 자신의 성과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능력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내가 속한 팀은 APAC-Global 단위로 조직이 구성되어 있다. 특히 APAC 단위로는 함께 비즈니스가 운영되기에 다른 나라 동료들과의 접점이 상당히 많다. 자연스레 한국 팀이 어떻게 하면 글로벌 단위에서 더 잘할 수 있을까? 가치를 잘 드러내고 하이라이트 받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생겼다. 분명히 모든 팀원들이 하나같이 능력이 출중하고 그 누구보다 근면 성실하지만 더 빛을 볼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느껴졌다. 


최근에 조인하신 아시아계 미국인 디렉터와의 1:1에서 한국팀에 대한 디렉터의 생각을 물어봤다. 감히 내가 풀어낼 수 있는 숙제는 아니지만 한 사람의 역할이 비교적 큰 팀에서 내가 어떠한 액션 아이템을 가져갈 수 있을지, 우리 팀이 어떤 걸 더 집중해야 할지 궁금했다. 그 분의 답변이 기억에 남는다.


모든 것은 동전의 양면이다.

First. The leadership should think harder - 상사와 팀원, 디렉터와 한국팀은 결국 일방향적인 게 아니다. (쌍방향이 노력해야 하는) Relationship이다. 우리가 덜 말한다고 모르는 게 아니라, 그들이 더욱더 적극적으로 생각해서 한국팀이 어떤 차별적인 가치를 지녔는지 알아차리고 발굴해내야 한다. 그게 그들의 역할이다. 


동전을 뒤집어보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작은 마켓인 건 맞다. 회사 내에서도 그렇고, 회사 밖에서도 글로벌 top 3에 드는 나라가 아닌 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다 잘하고 우리도 잘하는 걸 가져간다면 리더십 입장에서는 임팩트가 없을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와 확연하게 차별되는 한국만의 강점이 뭔지 찾고, 그 분야에 집중해 몸집을 키워야 한다. 우리가 선도하고 있는 K-문화, 뷰티와 같이 업무 자체만에 매몰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이러한 영역을 발굴해야 한다.”


차별적인 가치를 찾는 것.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글로벌 내에서 고개를 들어 위만 바라보다 보니 놓치고 있던 부분이었다. 업무 운영상에서의 꿀팁을 알려주실까?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던 순간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수상 후 인용했던 마틴 스콜세지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처럼, 최근 넷플릭스의 인기를 휩쓸고 있는 오징어 게임처럼. 크기로 비교하지 말고, 개수로 비교하지 말고, 뼛속까지 우리와 나에 집중해야겠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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