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저희 가족은 일주일에 한 번 혹은 이주일에 한번 막내 삼촌네 집에 방문했습니다. 할머니를 모시고 계셨거든요. 삼촌 댁에 방문하게 되면 어른들의 심부름으로 사촌 형과 사촌 동생 그리고 저는 집 뒤 골목 어귀에 (드나드는 목의 첫머리) 위치한 치킨집까지 뛰어가 바삭하게 튀긴 후라이드와 은박지에 쌓인 달콤한 양념 치킨을 한 마리씩 포장해 오곤 했습니다.
치킨은 할머니의 소울 푸드였거든요. 다른 음식은 잘 못 드시는데 치킨은 이상하리만큼 잘 드셨습니다. 그렇게 매주 주말은 우리에게 치킨을 먹는 날이었습니다.
제가 중학생일 무렵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 무렵까지 매주 모여 치킨을 먹었습니다. 그 정도 먹었으면 물릴 법도 한데, 이게 습관이 되어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매주 먹었습니다. 생일날에도 케이크 대신 치킨을, 졸업식 날에도 짜장면 대신 치킨을 먹었고요, 그리고 30살이 넘은 지금도 매주 최소 한 마리씩은 먹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 이제는 돈까지 벌고 있으니 더 자주 먹게 되었습니다. )
군대에서 취사병이었던 저는 450여 명이 조금 넘는 인원의 밥을 담당했습니다. 식사를 준비할 때 제일 싫었던 메뉴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치킨이었는데요, 준비과정부터 요리를 하고 마무리하는데 까지 다른 반찬들에 비해 상당히 시간도 오래 걸리고 까다로웠기 때문이죠. 또한 동원 예비부대 (예비군)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동원 훈련이 있는 날에는 많게는 1500여 명 이상이 먹을 치킨을 튀기곤 했습니다.
제일 힘들었던 건 바깥 온도가 30℃ 넘어가는 여름 날씨에 치킨을 튀기는 것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무더운 날씨, 에어컨도 없는 취사장에서 기름 온도 180℃가 넘어가는 대형 가마솥 앞에 서서 치킨을 튀기고 있노라면 온몸에 수분이 빠져나가는 듯했죠. 게다가 땀이 몸을 타고 내려가 장화를 벗으면 고여있던 땀들이 쭈륵 흘러나오곤 했습니다. 또 닭을 튀기고 나면 온몸에 튀김 냄새가 배어 샤워를 해도 냄새가 가시질 않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