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자전거를 처음 타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다 마침내 타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수없이 넘어졌던 기억보다, 더 이상 뒤에서 잡아 주지 않아도 혼자서 탈 수 있게 되었다는 성공 감에 희열을 느꼈지요. 넘어지고 실패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쩌지 라는 생각보다 " 나는 할 수 있다 "라는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는 남들의 시선이나 실패가 따위가 두렵지 않았거든요.
출처 : https://youtu.be/sqodUS48U54
그런데 나이가 드니 겁이 점점 많아지는 모양입니다. 이제는 미리 겁부터 먹고 " 실패하면 어쩌지? "라는 생각부터 드니 말입니다. 올 초쯤 어린 시절에 타던 인라인 스케이트를 샀습니다. 유튜브에서 우연찮게 인라인을 멋지게 타던 사람들을 보고 다시 한번 타보고 싶다는 열정이 불타올라 그대로 결제까지 이어졌습니다. 택배가 오자마자 부푼 마음을 안고 인라인 스케이트 장에 도착했는데, 20년 만에 타는 인라인은 제 마음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습니다. 몇 발자국 가다가 넘어지기를 반복했거든요. 그런데 넘어져서 아픈 것보다, 넘어지는 제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창피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점점 넘어져 실패하는 게 두려워졌습니다. 그날 이후로 딱 한번 탔던 인라인 스케이트는 집 한쪽 구석에 고이 모셔두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하나 배우려고 해도 하나하나 따져보다가, "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 하며 배우기를 포기한 적도 몇 번 있습니다. 일단 도전하고 보던 어린 시절의 저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겁 많은 아저씨 한 명이 서있게 되었지요.
얼마 전 매장에 놀러 온 친구와 이 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제말을 듣고 있던 친구가 그러더군요. 어린 시절에 너는 도전하는 행위 그 자체를 즐겼던 것이라고요. 그 말을 듣고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언젠가부터 실패가 두려워졌고 그러다 보니 제가 잘하는 것 위주로만 하게 되었더군요. 무언가 실패했을 때 실망하는 주변의 눈초리가 싫어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제는 도전하는 것보다 성공에 집착하는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아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릴 적엔 "실패하면 어때? 다시 하면 그만이지, 내가 실패하는 모습을 남들이 좀 보면 어때? " 하는 생각을 가졌는데, 나이가 든 지금의 저는 어린 시절의 저보다 생각이 퇴화한 것 같아 마음 한편이씁쓸해져 옵니다.
I can accept failure, everyone fails at some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