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프러제트(Suffragette), 2015 (여성, 참정권)
아이들 장난감 중에 OX게임 기가 있습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같이 놀고 있는데 흥미로운 질문이 있었습니다.
‘아직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지지 않은 유일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다’ 라는 아주 수준 높은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O를 눌렀는데 틀려버렸습니다. 바티칸이었습니다. 즉 교황을 선출하는데 있어 수녀님들은 아직 투표권이 없으니까요.
알아보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의 정치 참여가 2015년부터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그럼 제가 퀴즈를 내보겠습니다. 인권 역사상 아주 중요한 프랑스의 대혁명이 있습니다. 그럼 이런 대혁명을 통해 왕을 단두대로 보내고 민권을 확립한 프랑스가 1789년 혁명을 이루고 난 후 여성에게 참정권을 준 시기는 언제일까요? 1848년 2월 혁명을 거치면서 모든 성인남성에게 투표권을 주고도 거의 100년 뒤, 혁명을 기준으로 하면 100년도 훨씬 뒤인 1944년에야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합니다.
부여한다는 말도 불편하군요. 여성이 투표권을 획득하게 됩니다. 제가 이렇게 ‘부여’ → ‘획득’ 이라고 제가 단어를 바꾼 것은 굉장히 중요한 관점입니다. 여성은 역사에 있어서 결코 수동적이지 않았습니다. 강요한 수동적 역할에서 항상 투쟁하고 연대하였습니다.
‘서프러제트(Suffragette)’라는 단어는 여성 투표권을 주장하며 투쟁하는 여성들을 지칭하는 표현입니다. 이 영화는 실제 20세기 초 영국의 서프러제트 운동을 배경으로 합니다.
에멀린 팽크허스트와 그녀가 조직한 여성사회정치연합의 급진적인 여성운동을 중심내용으로 하지만, 주인공은 그녀가 아닌 평범안 세탁공장 노동자인 모드입니다.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의 어머니로 세탁공장에서 힘든 노동과 남성관리자의 성희롱을 매일 감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던 어느 퇴근길, 유모차에서 한무더기의 돌을 꺼내 쇼윈도를 박살 내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 뒤 모드는 동료인 바이올렛과 함께 여성사회정치연합과 에멀린 팽크허스트를 알게 되고, 여성운동가들의 모임에 참여하게 됩니다. 유리창을 깨는 행위는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던 그녀는 그 모임을 통해 “지킬 가치가 있어야 법이다” 그러므로 여성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법을 바꿀 수 있도록 정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도 인지합니다. 그녀의 행동의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자신을 성희롱 하던 공장의 남성 관리자의 손을 다리미로 지져버린다던지, 우체통을 폭파시켜버리기도 하고 감옥에서는 단식투쟁을 하기도 합니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해피엔딩이 아닌 해피엔딩으로 이어집니다. 그녀의 투쟁은 지속되어야 하고, 자막으로나마 여성의 정치 참정권이 이로 인해 보장되었다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제작 자체가 의미가 있습니다. 영웅이었던 에멀린이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항상 역사속에서 투쟁했던 많은 ‘그냥’ 시민들이 분명히 존재 했고, 그들이 없었다면 투쟁과 혁명은 이루어지지 못했을테지만, 그들은 이름도 남기지 못합니다. 이 영화는 그런 이름도 남기지 못한 그러나 일생을 바친 ‘그냥’ 사람을 주인공으로 했습니다. 에멀린 혼자가 아닌, 수많은 여성들이 연대했음도 우리가 놓치지 않고 들여다 봐야 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조금 더 흥미로운 것은, 당시 영국의 최고 권력자는 여왕(빅토리아)이었으며, 당시 서프러제트 운동도 계급이 높은 여성은 보석금으로 구속 상황 등에서 조금 더 자유롭고 활동에 있어서도 적극적일 수 있었으나 대부분의 서민 층의 서프러제트들은 그러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있습니다. 또 하나, 얼마 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인상적인 인사말을 남긴 헐리우드의 멋진 언니 메릴스트립이 최초의 서프러제트 투쟁가인 에멀린 팽크허스트를 연기한 부분도 눈여겨 볼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