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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Aug 28. 2024

[글쓰기1] 기록하기

글쓰기를 잘하는 방법의 처음은 무조건 기록해보는 것이다.

책을 출판하고 나서, 글을 어떻게 써야 하냐고 묻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솔직한 답변은 "저는  어릴적부터 글을 잘 썼습니다" 였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글짓기 상을 휩쓸었고, 언론사에서 주관하는 창작대회에 수시로 참여해 획득한 도서상품권이 쏠쏠한 용돈 역할도 했습니다. 하물며, 논술모의고사는 제가 사는 지역에서 1등을 먹을 정도였습니다. 글을 잘 쓰는 아이였으니 당연히 전공도 국문학과가 아니면 문예창작학과로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에 합격을 떡하니 해놓고, 인생의 반을 이룬것처럼 집에 누워 뒹구는데,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거, 학교가 너무 외지더라. 너는 글을 잘 쓰니 차라리 법대를 가는게 어떠냐? 사법고시가 다 글쓰기잖아"

라는 말에, 혹해 법대로 진학하는 바람에 꿈을 뒤늦게 이루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참고로, 법대는 글 잘쓰는거랑은 아무 연관이 없는 학문입니다. 사법고시가 당시 존재했지만, 글쓰기 재능을 조금 뽐내려고 해도, 사법시험 1차가 객관식입니다. 그걸 통과해야지 2차 논술고시를 볼 수 있었으니, 의미 없는 재능인 것이죠.

 어릴적 아무리 글쓰기를 잘했다 하더라도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쓰는 글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먹고 살기 바빠 글을 전문적으로 써볼 생각조차도 못했구요. 육아를 시작하면서 책을 읽는 것조차 힘들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단 하나, 놓지 않았던 것이 있었습니다. '기록하기' 였습니다.

 

무엇이든 기록하라

기록하기의 방법은 딱히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그냥 마구 기록하면 됩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면, 첫아이를 낳았을 때 수유시간과 수유량 그리고 아이가 언제 대소변을 보았는지를 기록하기 위한 표를 만들었습니다. 신생아실에 붙어 있는 간호일지처럼요. 이런 단순한 수치를 작성해 놓은 표가 글쓰기랑 무슨 상관이 있나 싶겠지만, 그 기록을 하나 하나 보면서 아이가 조금씩 자라나는 내용을 덧붙힐 수가 있습니다. 그러면 굉장히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자료를 가진 육아일기가 탄생할 수도 있는 것이죠.

 그 당시 기록을 바탕으로 적어둔 글입니다.


 "6개월 째 접어들면서 몸무게가 8kg을 넘어섰다.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은 더 나가는 것 같다. 다행이다. 모유수유를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늘 아이의 몸무게로 집중되었다. 기특하게도 200ml의 분유를 한 번에 다 들이마실 정도로 식성이 좋은 아이다. 아이가 분유를 개워내지 않고 잘 먹어주는 것, 무르거나 딱딱하지 않은 황금변을 제때  봐 주는 것, 커다란 소리로 트럼을 해주는 것이 이렇게 감사할 일인가 싶다. 아이를 출산할 때, 들어 품에 안기도 무서웠던 녀석이 내보내는 일차원적인 이런 신호들이 너무 감사하다. 뼈는 자라나고 살은 더 단단해지는구나. 아이가 자라나는 것은 부모의 노력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가 해내는 생리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일부터는 이유식에 들어가기로 했다. 홀레에서 유기농 쌀분유를 미리 주문해두었다. 저 작은 오물거리는 입안으로 드디어 첫 숟가락이 들어가겠지?"


기록은, 어떤 형태로든지 남아야 나중에 훌륭한 글감이 될 수 있으니까요.


단어로 기록하기

어릴때부터 꾸준히 하던 습관 중 하나는 일기쓰기였습니다. 가끔 구라를 칠때도 있지요. 비가 오는 날이었지만, 햇님이 반짝하는 날로 둔갑되기도 하고 말입니다. 억지로 쓰게 하는 일기라 그 정도에는 양해가 필요해보입니다만, '일기쓰기'는 글쓰기에 꽤 좋은 훈련법인 것은 맞습니다.

 중고등학생이 되어 놀기도 바쁘고, 공부하기도 바빠지고 성인이 되면 또 생업에 종사해야되니 일기를 쓴다는 것은 어느덧 힘든일이 되어버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은 필요해보입니다. 긴 장문의 일기같은 기록은 아니더라도 바쁜 와중에 몇개의 키워드만을 적어 놓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SNS가 없던 청소년 시기에는 다이어리에 기록을 해두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는 '내게 메일쓰기' 기능을 이용했습니다. SNS가 활성화되면서는 나만의 블로그를 이용하기도 했지요.

 고등학생 때 쓰던 다이어리였습니다.

 9월 22일 칸에 이런 단어가 적혀져 있습니다. '생일', '경연이', '파슈', '피자헛'

  단어 네개를 찾아냈을 뿐인데, 단어 네개는 금새 연결고리로 이어져 추억의 한 순간을 생성해냅니다.

"생일이었다. 경연이랑 오늘 뭐할지 며칠전부터 고민을 했다. 고마운 경연이, 우리는 다른건 다 까먹어도 서로의 생일만큼을 죽을 때까지 챙겨주기로 약속했다. 우선 파슈미용실에 파마하러 갔다. 오늘따라 사람들이 왜이렇게 많은건가. 경연이와 한참을 기다려 같이 의자에 앉았다. 두시간쯤 지나고 머리를 감고 드라이를 하는데 경연이 머리가 버섯돌이 같이 변해버렸다. 앞머리를 자르지 말라고 분명히 일러두었건만 그 유혹을 견디지 못한게 안타까울 뿐이지. 쯧. 그래도 해맑은 친구다. 머리를 하고 피자헛으로 갔다. 우리는 이번에 가장 최장높이의 샐러드 탑쌓기에 성공했다. 배터지게 먹고 한달 용돈을 다 해치운 날이긴했지만 행복했다."


네개의 단어가 만들어낸 기억의 복원이고 이야기입니다. 이렇듯 무엇이든지 기록으로 남겨두면 무한하게 확장할 수 있는 이야기의 재료가 되는 것이죠.


오늘부터라도 기록을, 내 인생의 기록을 남겨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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