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인간 중심으로 이해하기 (1)
뉴스를 보면 쉽지 않게 비트코인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다. 관심이 없는 사람도 뉴스창에 뜨는 코인 뉴스를 귀찮지만 인식하게 된다. 통화 유동성이 넘치는 이 양적완화의 시대에 단순한 호기심으로 접근하기엔 너무나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암호화폐, 블록체인, NFT 등등 비트코인을 선두로 셀 수 없이 태어난 블록체인 기술들은 알 수 없는 용어를 나열하며 유저들에게 설명하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다 보니 블록체인을 거부하거나, 반발심을 가지게 되는 사람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거래소에서 24시간 수조 원의 대금으로 거래되고 있지만, 우리는 이런 시점에 결코 비트코인의 투자가치부터 논해서는 안된다. 알맞은 방향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하는 투자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우리는 그보다 한 발 앞서서 비트코인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할 필요성이 있다. 여기서 비트코인의 역사와 블록체인 기술 원리는 이미 구글에서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그렇게 필요한 이야기도 아니다. 우리는 실제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또 어떤 식으로 우리와 작용하고 있는지만을 보자.
비트코인은 어쩌면 가치 저장 수단이다. 하지만 금과는 본질적인 맥을 달리한다. 금은 그 상태로 존재하는 아주 수동적인 원물이다. 우리는 이 '새로운 물건'에 대해서 좀 더 인간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비트코인 제창자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비트코인에 적용된 핵심 기술은 블록체인을 통한 '분산화 장부'로 기록하여 만들어져 외부에서 변경 불가능한 저장 기록물이다. 해커가 정말로 51%의 블록체인을 저전력으로 코딩한 컴퓨터 파워를 이용해 해킹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하고자 하는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탈중앙성'이다. 이 성질은 중앙화 된 기관에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 권리를 소유자가 쥐고 있다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사용하냐고?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의 권리는 블록체인의 소유자들이 가진다. 앞으로의 방향성을 정하는 블록체인에 대한 규칙과 원리는 그들의 투표로 이루어진다. 이는 어떻게 보면 우리 선거날 하는 투표와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다. 명백한 다수결의 원리. 하지만 분명하게도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1인당 1표가 아닌, 블록(코인 지분) 당 1표의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는 선거보다도 주식회사에서 1주당 의결 권리를 가지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분명하게도 민주주의보다는 우리가 흔하게 아는 분명한 자본주의의 원리에 의한다. 자유 자본시장에 대한 열망에서 탄생한 압도적인 자본의 논리. 그것이 우리가 흔하게 듣는 비트코인의 진짜 모습이다.
그렇다면 다른 화폐는 어떨까? 모든 나라는 각자 법정화폐를 정해놓고 있고,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하고 통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과정을 조금 더 정치적으로 따져보면, 그 의사결정은 대부분 결국 국가기관에 의해 이루어진다. 국가의 정책은 분명하게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민주화가 이루어진 나라에서는, 헌법 원칙에 의해 1인당 1표라는 원리로 진행되어 구성된 정부가 대표성을 띄고, 사회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아무리 가난한 사람도, 수조 원을 가지고 있는 재벌도 결국엔 1표를 가지고 투표를 할 권리로써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대신 미국 시민의 1표와 한국 국민의 1표 그리고 베네수엘라의 1표가 다른 가치를 지니듯, 여러 화폐들 간의 권력관계 또한 존재하기도 한다.
자유주의를 열망하는 미국, 그 중심의 월가가 자랑하던 자본주의. 하지만 아무리 자유 자본이라도 결국엔 헌법에 보장된 민주성의 감시를 받고, 결국엔 그 종속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 분명히 남부러울 것 없는 재벌 기업가들이 아직도 정치계와 시민들의 눈치를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정치적 원리에 따라 500원이 있는 사람과 100원이 있는 사람은 5배의 격차를 가지지만, 이들에게 새로 주조한 화폐를 300원씩 부여한다면 그 격차는 2:1의 비율로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소득 재분배효과라고 한다. 경제의 양적 완화도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왜 이런 일을 할까? 자유시장에 의거한 자본주의가 만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장화된 사회라고 하더라도 가끔은 고장 난다. 현실적으로 완전한 자유시장이 불가능한 이상, 경제적 실패로 인한 침체와 외부효과로 인한 충격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경제학자들은 디플레이션, 흔하게 말하는 경제공황을 극복하는 방법으로써 유동성 공급, 양적 완화를 제시했다. 민간자산과 채권을 매입하고 달러를 끊임없이 찍어내고 저금리로 유지하면서 사회에 분배해 유통되는 통화의 양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많은 현금을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안정적인 현상은 아니다. 화폐의 보존가치는 떨어지고, 이로 인한 물가상승,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한다. 양적완화에 따라 화폐가 아닌 현물 가치인 금의 가격, 그리고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상승한다. 우리가 쥐고 있는 만원의 지폐는 내일도 만원의 가치를 결코 보장하지 않는다. 코로나19의 시대에 유동성을 무한히 공급할 것만 같은 이 시국에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이 하늘을 날아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언젠가는 떨어지겠지만, 다시 장기적으로는 우상향 하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
이런 시대에 와서야 눈치챘겠지만, 이런 사회이기에 비트코인을 통해 우리의 자본주의는 어느새 정치의 영역에 섰다. 그동안 개인 재산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도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놓고 표방하지는 않지만 1달러당 1표를 위시한 정부 권력에 대한 분명한 도전이다. 새로운 기술, 국가도 쉽사리 변경할 수 없게 설계된 블록체인을 등에 업고 의사결정을 자본의 원리에 따라 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 그것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언젠가 페이스북이 전 세계 기축통화에 준하는, 달러를 위시하는 크립토코인 리브라(Libra)코인을 만들겠다고 나설 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정권의 견제로 무산되었던 것을 보면, 그 권력의 알력관계가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다.
통칭해서 비트코인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사실 다른 블록체인도 마찬가지이다. 비트코인과 함께 유행을 타고 있는 이더리움은 그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이미 탈중앙 금융 시스템의 근본이 새로 정립되고 있다. 각각의 코인을 교환하는 시스템을 어떤 은행도 통하지 않고 이루어지도록 만들어졌으며, 그것을 담보하여 이자를 받고 빌려주는 것까지 구현되어가고 있다. 어떤 중앙기관의 제재도 받지 않는 금융 체제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아닌 다른 블록체인 토큰을 우리는 알트(alternative) 코인이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토큰의 종류에는 처음 토큰을 배분하는 방식에 따라 PoW와 PoS 방식이 존재한다. 자세히 설명하기보다는 여기서는 간단하게 채굴형(PoW) 코인, 그리고 증권형(PoS) 코인이라고 말하겠다. 채굴형은 그 코인을 수급하기 위해서 복잡한 수칙 연산을 해야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는 기계와 그 전력 소모량이 들어간다. 경제학적으로는 비용이 필요하다. 결국엔 코인을 얻기 위해서는 현실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증권형은 그 코인을 소유함에 따라 새로운 코인을 얻게 되는 것인데, 계좌에 넣어놓은 돈이 이자를 받는 것과 같다. 어쨌든 처음 코인 수급을 위해서 전력을 지불하거나, 거래소에서 사거나 해야 하기 때문에 아주 민주적으로는 지급될 수 없다. 그 사람의 경제력을 소모시켜야만 분배가 가능하다. 이는 자본 경제에 분명하게 기대고 있고, PoS 증권형 코인도 똑같다. 그러나 화폐와 차이점은 통제할 수 있는 정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는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기술로서 빚어낸 물건이다. 이는 탈규제, 인간 실패를 배제한 탈중앙화라는 긍정적일 결과일 수도, 나눠 갖고 싶지 않은 부정적인 탐욕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 지금은 규제권 포함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비트코인 주주들이지만, 나중엔 어떤 권력관계가 뒤집어질지 알 수 없다. 어쩌면 그전에 정부 자체적으로 이것을 금지시켜야 된다는 판단이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지금 대부분의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주로 거래되고 있는 이상, 블록체인이란 기술을 자본의 원리와 완전히 떼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를 각 국가에서 수용할지 안 할지는 각 그들의 정책 원리에 따를 것이다. 만약 비트코인을 금지하는 것도 일단은 어쩌면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다면 다른 블록체인은 어떨까? 이러한 토큰을 위시하지 않은 블록체인 기술은 단순 정보 저장성과 불가변성을 기반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일 뿐이다. 그저 분산화 장부라는 기술이다. 그런 식으로 또 다른 블록체인으로 비트코인과는 방향성이 다른, 새로운 물건을 창조할 수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민주정부를 위시한 CBDC로 변모할 수 있는 달러화와, 개인 재산권을 위시한 자본주의의 비트코인 대결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 이 글은 결코 투자를 권유하거나, 권장하는 글이 아닙니다. 기술에 관련된 설명과 미래 전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단기적 안목을 가지고 자신의 한도를 넘은 투자를 자제합시다. 모든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