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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승우 Jul 16. 2024

[대신 가드립니다] Intro...

파리의 미술관, 박물관 대신 가드립니다.

어렸을 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제주도 같은 관광지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곳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어느 날 누군가가 군산에서 자란 나에게 물었다. ‘나름 그래도 군산도 나름 관광지인데, 군산에서 사는 사람한테는 군산이 어때?’ 파리에 사는 지금 이 질문은 파리에도 적용된다. ‘파리에 사는 사람한테 파리는 어떤 곳일까?’ 그러면 나는 대답하곤 한다. “파리, 시끄럽고 맘에 안 드는 점도 많지만, 그래도 심심하진 않으니까 좋아. 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아.”

파리가 살기 힘는 이유를 꼽으라면 백가지도 넘게 말할 수도 있다. 프랑스어, 매일 고장나는 지하철, 위험한 치안, 교통 체증, 인종차별 등등. 하지만 좋은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난 딱 하나만 꼽는다. “예술, 문화 쪽으로 즐길 것이 너무 많아. 일주일 여행으로는 다 못 즐길 것들이 너무 많아.” 파리로 여행을 온 친구들의 계획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다. 에펠탑, 루브르, 튈르리, 콩코르드, 샹젤리제, 개선문, 마래 지구, 퐁피두 센터, 오르세이 미술관, 센강 주변 산책, 퐁뇌프 다리, 저 멀리 베르사유 궁전… 여기에 취향에 따라 파리 근교의 반 고흐 그림으로 유명한 오베르-쉬르-우아즈, 아니면 저 멀리 모네가 그린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가 추가되기도 한다. 간혹 예술, 문화 분야에서 일하거나 관심이 많은 친구가 와서 나에게 물어보면 몇몇 미술관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가장 많이 추천해 주는 곳이 ‘루이비통 파운데이션’과 ‘피노 컬렉션’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파리에서의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미 스케쥴이 가득 차 있는 상황에서 그 두 곳을 갈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들은 내 친구들이고, 난 친구의 취향을 잘 알고 있어서 그 취향에 맞춰 설명을 하고, 갈 것인지 가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데 많은 조언을 한다. 아니 조언이 아니라 거의 대신 결정을 한다. “거기, 시간이 나서 가면 좋은데, 안 가도 괜찮을 것 같아.” 라고 하거나 “시간을 내서라도 가봐야돼. 너 좋아할거야.” 라고 말이다. 문제는 내가 취향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게 묻는 경우이다. 친구의 친구나 일때문에 파리로 출장을 오시는 분들이 나에게 물어보는 경우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 분들의 취향이나 성향을 내가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실만 이야기하고 만다. 

사실 파리와 근교에는 엄청나게 많은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 성이 있다. 파리에서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어떤 분은 나에게 “파리로 관광 오는 사람들은 모두 다 알고 있는 곳만 방문한다. 물론 첫번째 방문에야 나라도 그런 곳은 가보겠지. 하지만 파리에는 루브루, 오르세이 미술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마하게 많은 미술관, 박물관이 있고, 공짜로 들어갈 수 있는 갤러리가 있으며 굳이 그런 곳을 가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사는 건물 안쪽에 가면 볼만한 가치가 있는 따로 이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적으로 흠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분의 말 덕분에 이 프로젝트의 시작을 결정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대신 가드립니다.”이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단순하다. 파리의 문화, 예술 관련 시설(?) 들을 대신 가보고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파리로 올 미래의 관광객 중에 파리를 더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정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곳을 가야겠다.” 혹은 “여기는 안 가봐도 되겠다” 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어서이다. 여행을 왔던 사람들이 가보려 했지만 망설임 끝에 안 갔던 곳, 혹은 여행을 올 예정인데 갈지 말지 망설이는 곳, 여기를 대신 가서 갈만한 가치가 있는지 아닌지 안내 하는 것이다. 각자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대신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항목마다 평점을 매겨 독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파리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이상적으로 프로젝트는 파리의 유명 관광지를 다 보고 난 후 하루의 시간이 남은 관광객, 그래서 남은 하루 동안 어디에 갈지, 무엇을 볼지 고민하는 관광객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그래서 프로젝트는 파리와 근교의 문화, 예술 관련 시설 중 루브루, 오르세이 미술관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나름 유명해서 관광객들이 많이 망설이는 곳을 방문하는 것을 필두로 덜 유명한 곳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미 짐작하신 분도 있겠지만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이 프로젝트의 첫 장소이며, ‘피노 컬렉션’이 두 번째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프로젝트의 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 파리와 근교의 문화, 예술 관련 시설을 작성해봤다. 파리에 박물관, 미술관이 많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처음 들어보는 곳이 정말 많았다. 예를 들면 ‘하수구 박물관’도 있었다. 파리에 ‘하수구 박물관’이 있다는 것때문에 아니라 대부분 더럽다고 생각하는 ‘하수구’ 박물관’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론 내가 관광객이라면 절대 여기에 가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혹시 아는가? ‘하수구’가 취향인 사람이 있을 수 있을지. 아니면 하수구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 있을 수 있을지. ‘대신 가 드립니다’ 프로젝트는 나의 취향을 내세우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최대한 사실만을 묘사하면서 선택은 독자에게 맡길 뿐이다.

‘대신 가 드립니다’의 프로젝트는 우선 파리에서 시작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파리이며 파리 관광객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리와 근교에 방문할 곳이 많다고 한 들 무수히 많은 것은 아니다. 시작은 파리이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파리 너머 프랑스, 프랑스 너무 유럽까지 프로젝트를 확장할 생각이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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