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보다 걱정이 앞섰던 날
제주에는 눈이 많이 내리진 않는데
1년에 손꼽을 만큼 몇 번은 빙판길이 된다.
올해 첫 눈길
새 차가 사륜에 새타이어서인지
한순간
다른 차들은 미끌리며
도로가 아수라장이 되었는데도
난 큰 문제없이 집으로 왔다.
다른 차들이 뒤엉키자
마음이 조마조마했고
다시 나가지 말자 해놓고선
아이 학원에 데려다주며 저녁 늦게 나갔다가
다시 겨우 들어와서는 이제 진짜 못 나가겠다,
하고선 아이에게 버스 타고 오라고 했다.
정말이지 밤 9시가 넘어선 더 꽁꽁 얼어붙었다.
아이가 제시간에 오지 않아 걱정하며 전화했더니
버스도 거북이걸음으로 뒤엉킨 차들 사이로
겨우 왔다고 했다.
다음부터는 이런 날은 학원 가지 말라고 했다.
학원에 빠진 수강생은 없었다는데
사실 난 가지 말라고 했었다.
학원도 너무 의지하면 안 좋은 거라고
스스로 공부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괜히 덧붙여 말했더랬다.
어쨌거나 별 탈 없이 늦더라도 집에 잘 도착한 아이
그제야 저녁밥이 편히 들어간다.
눈이 오면 설레고 들뜨고 기쁜데
창밖을 보는 것이 즐거울 뿐
빙판길을 보면 또 생각나는 한 사람.. 울엄마
엄마는 눈길에 넘어져서 기억을 잃고
지나가는 분이 119에 신고해서
병원에 일주일간 입원했다가 퇴원한 적이 있다.
이혼하기 전의 일인데 엄마는 내가 걱정할까 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했고 거의 퇴원하기 직전에야 알게 된 일이 있다. 빙판길을 걷는 것도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그때 알았다. 그 후론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가능한 먼 외출은 삼간다. 그런데 오늘 저녁 아이는 해맑게 학원을 가더니 들어오면서 도로에서 본 차사고까지 쉬지 않고 놀란 일들을 꺼내 놓는다.
아이가 혼자 제주의 거센 바람과 같이
내리는 눈보라를 뚫고 들어오면서
조금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눈의 매운맛을 처음 보고 온 날이다.
그토록 좋아했던 눈의 어둠을 보고 온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