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에 고수가 되어버린 나
우리나라에 계정이 없다면 이상하게 생각할 웹사이트에서 심심하다는 이유만으로 지식인에 내 지식을 줄줄이 풀어놓았던 적이 있다. 그게 올해 개학하기 전이었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너무 무기력해져서 스스로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작했던 행동이다.
그렇게 끝도 없이 밤도 새 가며 계속 답변을 남겼고 채택되는 것을 반복하니 중수까지 도달했다. 나는 그 지점에서 흥미를 조금 잃어서 자주 들어가 활동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심심한 마음이 돋아 활동을 아무 생각 없이 했고 그냥 푹 한숨을 잤다.
그런데 얼마 전에 지식인 옆에 새파랗게 자리한 새로운 로고가 궁금해져서 들어갔던 적이 있는데 이런 곳도 존재한다는 것에 너무 신기해서 이것저것 눌러보았다. 그런데 등급만으로 유료 지식 상담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지만 나는 그렇게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 어제 늦게 자서인지 오전이 다 끝나고서야 일어났는데 큰 알람 소리가 하나 들려서였다. 대체로 잔잔한 내 폰이 울릴 때는 무슨 긴급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간주하는데 그 소식은 바로 고수로 승급했다는 것이었다. 나를 채택한 두 분의 성과였다.
그렇게 나는 아무 기대 없이 엑스퍼트의 등록 절차를 마치고 맛있는 초콜릿이나 집어먹으며 책을 읽고 다른 필요했던 활동들을 하고 있었다. 그다음 날, 문자가 도착했다. 당신은 이제 엑스퍼트입니다. 내가 취미로만 하던 점술을 유료로 판매할 수 있다니 신기했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하던 행동들이 좋은 결과가 되어 나타날 때 사실은 어쩔 줄 모르게 쑥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행운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의 무심한 손길 하나, 행동 하나는 어딘가에 작은 씨앗이 되어 나중에 작은 잎 하나라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단순한 흥미를 가볍게 보아선 안된다. 그에 따른 행동들이 추후에 큰 무언가가 되어 돌아올 수 있을 테니까. 내가 기대하지도 않던 크기가 되어서 돌아온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취미에 너무 몰입하고 기대하자는 말은 아니지만 아무 걱정과 기대 없이 했던 작은 행동이 큰 성과가 되어 돌아올 때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