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k of all trades, master of none
나란 인간, 굉장한 욕심을 부렸다. 타고난 재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외면하고 더 높은 무언가를 추구하고 싶다면서 이것저것 다 찌르고 다녔다. 기사 자격증을 따려고 하니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대서 학점은행제를 기웃거리고 원래 하고 싶던 일이라며 웹디자인에 슬쩍 손 뻗다가 디자인은 독학하기로 마음먹고 개발부터 배우기로 한다던지 난리도 아니었다.
이루고 싶던 항목만 6개인데 그중 하나도 몰입해서 하는 것이 없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친구는 부제목에 적힌 말을 내게 건네었다. 나를 응원하지만 실제로 내가 마주칠 사건은 이런 종류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때는 강력히 부정했지만 지금에서야 이 말이 더 강하게 와닿는다. 수많은 것을 다 이루려고 하다가 그중 단 하나도 얻지 못한다고.
나는 취미로 타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시작은 내 인생이 버겁다고 느껴져서 시작했는데 어째 배운 지 2개월도 안 된 것에 많은 이들이 정확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는 별생각 없이 정말 취미라고 생각하고 그냥 혼자 답답할 때 보겠다고 시작해서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는데 다들 자격증, 유튜브, 블로그 등을 추천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내겐 과분하다고 여겼다.
그러다 오늘 대학 졸업장을 가지겠다는 신념 하나만으로 아무 열정 없는 경영학을 듣던 나는 정신을 차리게 된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이 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 바로 창을 껐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서 네가 관심 있고 잘하는 곳으로 향하라는 외침이 강하게 들려왔다. 언짢았지만 옳은 말 같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여섯 가지의 각기 다른 영역을 차지한 무언가를 다 내려두고 내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가자고 말이다. 이 길을 택해서 내가 얼마를 벌지, 얼마나 명성을 날릴지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어떻게 되든 나는 행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딘가 살짝 덕후스러운 내 취향, 마음껏 펼치고 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