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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뱜비 Oct 10. 2023

집착하는 순간 모든 것은 떠난다

고요히 그대로 바라보기

열 가지 이상의 향이 있는 인센스를 보다가 안티-스트레스를 집어 들었다. 차분한 라벤더 향이 일렁거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무언가를 이루겠다며 한 곳에 집착하듯 매달린 것을 떠올리며 스스로가 어리석게 느껴졌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손뼉 쳐 줬으면 했다. 그런 이유로 더 집착하고 어쩌다 얽힌 사람들에게도 같은 행동을 보였다. 당연하게도 남는 사람보다 떠나는 사람이 많았다.


단순히 사람뿐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은 집착하면 떠나기 바빴다. 내게 남기를 바랐던 것들 모두 놓기 싫다며 꽉 쥐는 순간 놓는다는 곳에 에너지가 쏠려 바쁘게 앞다투며 떠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스미듯 내 곁에 다가오는 사람이 그리고 사건이 더 오래 남는다. 집착하면 오히려 내가 가장 원치 않던 현실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지게 되었다.


두 상태를 모두 경험했던 나는 그냥 물이 흘러가는 대로 두듯이 내게 스며들었다 지나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뻐하는 쪽을 택하게 되었다. 어쩌면 모든 것을 풍경 감상하듯 관망하는 쪽을 택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고 관찰하다 보면 그 방향이 오히려 나은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집착하고 꽉 쥐면 마치 모래알처럼 더 빨리 흘러 나간다. 그저 손을 곱게 모으고 담아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행할 수 있는 것들, 내 심리적 자세든 행동이든 물질적인 실행이든 유하게 행하고 그 결과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에 과하게 신경 쓰며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내가 원하던 결과를 쥐기 위한 집착이 된다. 이 우주는 어쩌면 어리석기도 한 내 마음과 다르게 작동해서 내가 원하는 길과 형태로 결론을 짓지 않는다. 그보다 더 높은 차원으로 움직여 나중에서야 생각해 보면 오히려 더 좋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흘러가는 대로 두기로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 회상하면서 ’ 그게 오히려 좋았어 ‘라고 생각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나는 오로지 더 나은 사람, 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한 사람의 이념에 그치기만 했던 자기 계발서에 얽매이기보다 철학적으로 풀어낸 책들을 더 읽게 된다. 철학으로 내가 어떤 결과를 낼 선택을 하는지 내다볼 수 있다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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