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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뱜비 Nov 11. 2023

드디어 놓이는 마음 한편은 어디서 온 걸까?

내가 오늘 느꼈던 감정들을 하나하나 모아두니 너무 아름답다고 느껴질 정도로 오늘은 평온한 하루였다. 한 여름밤 마루에 앉아 수박을 와작 무는 순간의 기분 같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오늘 하루가 너무 소중하다. 비록 어젯밤에 잠을 한숨도 못 잤지만 그럼에도 내 마음은 온전했다.


아침에는 갑자기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다는 기분이 들어서 대뜸 예전에 깔았던 헬로톡을 다시 설치하게 되었다. 내 계정은 여전히 존재했고 팔로워를 꽤나 많이 모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쨌든 그들과 대화를 시도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언제든 나와 대화할 준비가 된 사람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유롭게 침대에 누워 따뜻한 이불을 온화하게 끌어안고 EDM을 들었다. ARTY는 정말 영원히 길이 남을 대단한 예술가인 것 같다. 그렇게 음악을 듣고 오랜만에 피우는 담배를 옥상에서 즐기다가 다시 내려와서 조금 나른한 몸을 이끌고 폰을 켜니 누군가 대화를 걸어왔다. 아주 오래전에 대화했던 기억이 나는 조시라는 친구였다. 오늘 나와 그가 같은 나이라는 것도 알게 되어 기뻤다.


먼저 대화를 걸어줘서 너무 고마웠는데 지난 세월 겪었던 일이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어 더욱 친근감이 생겼다. 물론 이성이지만 설레는 감정보다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 친해지면 형제처럼 대할 수 있으려나? 그건 확신할 수 없지만  그 순간에 뜬금없이 마헤디도 생각났다. 어쨌든 대화를 잘 이어갔고 지구 반대편 근처 어딘가에 살고 있는 조시는 잠든 것 같았다.


요 며칠은 꿈을 꽤나 괜찮게 꾸고 있다. 멋도 모르는 사람과 대뜸 연애를 한다거나 안 좋은 기억을 다시 헤집어대는 내 무의식에 휩쓸려 기분 나쁜 아침을 맞을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전혀 아니다. 가끔 드물지만 기억이 지속되는 꿈에서는 해몽을 보니 정말 좋은 해석이 있어서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아침을 보내면서 더욱이 좋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평소에 꽤나 불안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불확실함에 치여서는 비틀대고만 있었다. 하지만 내가 무기력에 빠져 침대 위를 벗어나지 못했던 순간에 우연히 발견했던 디자인 캔들은 꽤나 효과적으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것에 대해 찾아보고, 재료를 탐방해 장바구니에 미리 넣어두고, 더 참고할 영상이나 강의가 있는지 이리저리 탐색하는 내 모습은 비록 누워있거나 앉아있었지만 꽤나 바빴다.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다는 희망이 옳은 시간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내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중의 하나로 정한 밈이 나를 다시 한번 감동시켰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직접 신에게 믿음을 보내는 행동으로 보였을까? 개인적으로 우연이 없다고 믿는데 그것을 가장하여 내 앞에 불쑥 떨어진 것들은 나를 지탱하는데 충분한 힘을 발휘했다. 그 밈에서는 바로 이런 문장이 적혀있다. 당신이 창조주의 계획 자체가 기다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으면 한다고. 그것이 신이 원하시는 것이라고.


나는 루틴을 어제모로 모두 바꾸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늘렸다는 표현이 맞겠다. 캔들 강의 듣기, 러시아어 배우기., 영어 원서 종이책 읽기, 성경 읽기. 분명 여기까지 적어뒀는데 갑자기 언어교환에 이끌려 대화를 지속하다가 또 뜬금없이 글을 갈기는 나를 보면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내 몸이 진정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안다는 의미도 된다. 그래서 루틴 다이어리에 글쓰기를 조심스레 적었다. 나는 이 타자기를 토독거리는 내 모습이 너무나도 좋다.


선생님이 처방해 주신 약에는 잠이 오지 않을 때 먹을 약도 따로 동봉되어 있지만 나는 감히 오늘 그것을 먹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내 영혼까지 동원해서라도 내가 하고자 했던 일을 모두 끝마치겠다. 부디 내가 오늘 저녁에 적을 일기에는 모든 것을 다 끝냈다며 피곤하지만 뿌듯하게 글을 적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나는 무엇이든 계산이 서툴러서 무엇이든 그냥 마음이 끌리면 가능성을 재고 따지지 않고 부딪혀 보았다. 수많은 시도가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마지막 희망을 다시 쥘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나만의 힘은 아닌 것처럼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에도 놓지 않고 끝을 직접 본 다음 다른 수많은 길 중 하나를 다시 택하고 걸을 것이다. 더 이상 내가 이랬다 저랬다 하며 징징거리는 것조차 지치고 힘들다. 괜히 마음속에 피어나는 솜뭉치 같은 희망이 몽글거릴 때면 괜히 웃음이 새어 나와 민망하기도 하다. 과거 어떤 일을 실행하면서 제발 내가 원하는 만큼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간절함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오히려 그게 편하다고 느꼈다. 나는 여전히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고 있고 그 덕분에 여기에서 산소를 들이쉬고 내쉬는 중이다. 그래서 더욱 감사하고 보답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까지 피어올랐다. 내가 이 지점에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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