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들의 공상소설-다르소녀와 달무리 검 4편]
다음날, 토요일 아침이 돌아왔다. 예지의 집 거실 벽시계는 10시를 알리려고 열심히 10번의 종을 쳤다. 이때에 예지 어머니는 거실에 창가에 서서 바람이 불어와 낙엽들이 하나 둘 떨어지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땅에 떨어져 착시하는 순간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벽시계의 종소리에서 울리는 수를 따라 세고 있었다.
“음, 벌써 열 시가 되었구나!”
예지 어머니는 창가에서 떠나 애들의 방으로 조용히 다가가 먼저 예지의 방문을 살며시 열어 문틈으로 방안을 살펴보았다. 예지의 방안에 예지의 침대 위에는 민지와 미수가 함께 자고 있었다. 예지 어머니는 멈칫하다가 살며시 방문을 닫고는 옆방으로 쌍둥이 오빠의 방문을 살며시 열어보았다. 오빠의 방에는 침대가 두 대가 있었다. 한 침대에는 예지와 다르가 엉켜 자고 있었다. 다른 침대에는 은비와 인선이가 자고 있었다.
예지 어머니가 방문을 살짝 열어서 안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에 인선이가 고개를 돌려 방문 쪽으로 바라보았다. 예지 어머니는 인선이가 깬 것을 발견하고는 손을 안으로 넣어서는 나오라고 손가락으로 표시를 했다. 그리고 예지 어머니는 문을 살며시 닫고는 거실로 돌아왔다.
인선이는 훨씬 일찍 깨어 있었다. 날이 밝아오기 전에 아직 어둠이 머물러 있을 때에 방안이 너무 밝아서 인선은 눈을 떴던 것이었다. 그리고 누워있는 채로 인선은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며 방안을 살폈었다. 그러자 인선은 창문에 달이 매우 가까이 다가와 얼굴을 내밀고 방안을 살피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눈이 왕방울처럼 커진 채로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달도 역시 깨어있는 인선일 발견하고는 달빛물결을 인선에게 보냈었다. 인선은 달빛물결에 눈이 더 켜지면서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때에 인선은 달 속에 비춰 보이는 영상을 보았다. 그렇게 인선이 달을 바라보고 있을 때에 어느덧 날이 새고 있었다. 점점 밝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달은 창가에서 멀어져 가면서 인선의 눈에서 달을 사라져 갔다.
달이 사라진 후에 인선은 천장만 멀 뚱 바라보더니 옆에서 자고 있던 은비언니의 손등을 손가락으로 살랑살랑 만지고 있었다. 얼마나 깊이 잠이 들었는지 은비는 아무 반응도 없이 자고만 있었다. 그러자 인선은 다시 고개를 돌려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어둠을 사라져 갔고, 밝아옴이 커져가고 있었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 인선은 가끔 구름조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가을바람이 높은 하늘에도 일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또 하나의 구름조각이 지나가고, 갑자기 새 한 마리가 창문을 대각선으로 그리며 지나갔다. 순간 인선의 눈길이 스쳐 지나가 새를 쫓다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비둘기도 일찍 일어났구나!’
인선은 얼마나 그렇게 누워있는 채로 눈동자만 멀뚱멀뚱 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언니들은 얼마나 피곤했는지 일어날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았다. 인선은 속으로 지난밤을 새우더니 날이 밝아졌는데도 언니들이 꼼짝하지 않고 잠만 자네 하는 뇌로 말을 했다.
이때에 방문이 살며시 열리는데도 너무나 고요해서 인선은 눈치를 챘다. 그리고 방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던 것이었다. 그러자 예지의 어머니께서 고개를 살짝 기울면서 눈도장을 찍고는 손을 문틈으로 들어 밀어 인선에게 나오라고 손짓을 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방문이 닫혔다. 인선은 잠시 머뭇대다가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침대에서 내려와 소리 없이 살금살금 걸어서는 방문을 살며시 열고 나왔다. 그리고 방문을 가만히 닫고는 주변을 살피던 인선은 거실에서 예지의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곧 인선을 손짓으로 불렀다.
인선은 살금살금 예지의 어머니에게로 걸어가면서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벽시계의 바늘은 벌써 10시를 넘어 긴팔로 4를 가리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벌써 열 시가 넘었어요.”
“그러게 말이다. 언니들이 늦잠을 자도 너무 잔다. 그렇지?”
“어젯밤을 거의 새웠어요.”
인선은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하며 손으로 바로 입을 가렸다. 이를 보신 예지의 어머니는 싱긋 웃으시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인선에게로 와서는 인선의 손을 잡아끌고 창가에 의자에 앉게 하였다.
“인선이도 많이 피곤한가 보다. 하품을 어찌 그렇게 예쁘게 하니~”
“어머니, 죄송해요. 언니들 깨울까요?”
“아니다! 놔둬라~ 얼마나 자는지 지켜보자!”
“네, 어머니!”
“인선이 배고프지? 뭐 좀 먹을까?”
“괜찮아요. 언니들이 일어나면 같이 먹을래요.”
“그래, 그럼 간단하게 숭늉이랑 사과를 좀 먹자!”
그러시면서 예지의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가셨다. 인선은 앉아 있는 채로 거실을 둘러보고 창가에 밖을 바라보았다. 아파트 정원에 나무들에게는 가지마다 단풍잎을 하나둘 꾸며가고 있었다. 그런 예쁜 단풍들이 인선일 보았는지 살랑살랑 고개를 흔들며 반갑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발견한 인선도 빙그레 웃으며 밝은 얼굴이 되었다. 반기는 단풍잎 덕분에 인선이도 피곤함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잠시 후에 예지의 어머니가 예쁜 도자기 쟁반에 사과를 깎아서 놓인 것과 숭늉 잔을 양손에 들고 오셨다. 그리고 인선의 앞에 작은 탁자에 놓아주었다.
“인선아~ 이거 먹어!”
“네, 어머니~”
인선은 먼저 숭늉을 조금 마시고는 바로 사과를 포크로 찍어 입으로 가져가 먹었다. 하나 먹고 또 하나를 먹으면서 인선을 예지의 어머니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어머니도 드셔요. 너무 맛있어요. 숭늉도 맛있고, 사과도 맛있어요.”
“그럼, 이번 가을에 나온 햇사과란다. 날씨가 너무 덥다 했더니 이번 사과농사는 잘 되었다고들 말하는구나.”
그러면서 어머니도 사과 한 조각을 포크로 찍어 들었다. 인선이도 이어 사과를 먹고, 또 먹고 했다. 이를 바라본 예지의 어머니는 인선의 얼굴에 가까이 바라보시더니 웃으시면서 말했다.
“인선이 정말 배고프지?”
“아뇨! 너무 맛있어요.”
인선은 정색을 하면서 포크를 쟁반에 내려놓았다. 이를 본 예지의 어머니는 그 포크를 집어서는 인선의 손에 지워주면서 말했다.
“고맙다. 더 먹어!”
“네.”
예지의 어머니와 인선이가 이렇게 나누고 있을 때에 예지가 방문을 열고 나오고 뒤따라 다르가 나왔다.
“어머? 인선이 언제 일어났어? 엄마는 짐 뭐 하는 거야? 우린 빼놓고 인선이랑만 뭘 먹어?”
“언니, 안녕! 아까 일어났어.”
“지금이 몇 시인데, 이제 일어나니?”
이때에 다르가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벽시계는 뭔가 알고 있다는 듯이 긴팔을 11의 숫자를 가리키면서 떨고 있었다.
“예지야~ 지금 열 시가 훨씬 넘었다. 애들을 깨우자!”
“뭘 깨워~ 우리 일어났거든.........”
민지와 미수가 방문을 열고나오며 소리쳤다. 곧 뒤따라 은비도 방문을 열고나오며 두 손으로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이때에 인선이가 은비언니를 발견하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은비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인선은 은비언니를 두 팔로 껴안았다. 이를 본 언니들과 예지의 어머니는 당황해하며 바라보았다. 은비도 놀랐는지 인선을 두 팔로 안아주면서도 매우 멋쩍은 표정을 보였다. 아무도 말하지는 않았다. 잠시 정적이 흘러가버렸다.
“얘들아, 대충 씻고 나와 아침식사를 해야지!”
“아침식사라니요? 아점으로 먹을 거예요.”
“아점? 그게 무슨 소리니?”
“어머니! 그것도 모르셔요? 아침과 점심으로 먹는다는 거예요.”
“ㅎㅎㅎ, 아점? 그런 거였어! 그러면 점심저녁을 ‘점저’라고 하겠구나.”
“와~ 어머니 멋져요!”
“야! 점저가 뭐니? 유치하게.......”
이때에 예지 어머니가 예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친구들은 당황해하며 동작이 멈춰버렸다. 마치 ‘얼음 땡!’ 하는 것처럼 말이다. 눈치 빠른 은비가 예지의 어머니께로 달려가 팔을 잡아주면서 애교를 부렸다.
“어머니, 위트가 있으셔요.”
“은비야! 내 엄마야~ 떨어져라!”
“우리 예지, 질투하는구나. 그러니 평소에 잘해야지!”
“엄마! 뭔 질투~ 사실이잖아! 은비 나중에 보자~”
“어머니, 배고파요!”
“은비, 너~ 계속 그럴래? 네 어머니께 말해버린다.”
“자, 자, 그만하자! 어머니 이제 아점을 주시지요?”
옆에서 보고 있던 친구들은 은비와 예지를 잡아끌면서 식탁에 앉혔다. 그리고 모두 자리에 앉았다. 인선이도 은비언니 옆에 가서 앉았다. 곧 어머니는 미리 준비해 놓은 음식들을 가져다 놓았다. 이미 밥과 밑반찬들은 식탁 위에 있었다. 시래깃국을 넓은 쟁반에 담아와 식탁 위에 쏟아놓듯이 놓았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미수와 다르가 각자의 자리 앞에 국들을 놓아주었다. 그러자 어머니도 예지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밥뚜껑을 열면서 말했다.
“친구들, 이제 맛있게 먹읍시다.”
“네.”
그리고는 차례로 각자의 밥뚜껑을 열어 옆에 놓고는 아점을 먹기 시작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두 아무 대화도 없이 먹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것이었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그럴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인선이는 이런 분위기에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옆에 있는 은비언니에게 콕콕 팔꿈치로 치고 있는데도 언니는 아무 반응이 없이 먹기만 하는 것이었다. 결국은 인선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내고 말았다.
“언니야! 답답하다. 왜 말이 없디야~”
깜짝 놀란 언니들, 먹던 수저가 멈춰진 채로 모두 인선을 바라보았다. 인선은 언니들이 자기를 쳐다보는 것을 보자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예지의 어머니도 놀란 표정을 하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인선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 인선을 뒤에서 꼭 안아주었다. 인선의 눈물을 발견한 언니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선아~ 미안하다.”
“언니들 나빠! 나 숨 막히는 줄 알았어. 집에 가고 싶다.”
제일 먼저 은비가 인선일 꼭 안아주면서 속삭이듯이 말했다.
“언니를 용서해라. 우리 모두 피곤해서 그런 거 같다. 인선아~ 사랑해!”
“우리도 인선아~ 사랑해!”
모든 언니들이 한 목소리로 인선이를 바라보며 소리쳐 말했다. 그러자 예지의 어머니도 인선이를 한 번 더 품어주면서 인선의 머리에 입을 맞추며 다정하게 말했다.
“인선아~ 언니들이 사랑한단다. 나도 인선이 사랑해요. 이제 얼굴을 펴요.”
“언니들, 나도 언니들 많이 사랑해~ 재미있는 얘기 해줘!”
그렇게 인선이가 얼굴을 밝게 피니, 언니들도 마음이 놓였는지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 예지가 짧게 이야기를 했다.
“인선아! 물가에 개구리가 말이다. 작은 돌 위에 올라서서는 큰소리쳤단다. 뭐라고 소리쳤게?”
“개골.”
“틀렸다~ 우리도 새처럼 날 수 있어! 그러자 물속에서 개구리들이 얼굴을 내밀고 눈만 말똥 멀뚱 보고 있었지. 돌 위에 선 개구리는 힘껏 뒷발을 차 뻗으며 하늘 위로 솟아 올라갔지. 물속에서 얼굴만 내밀고 눈만 말똥 하던 개구리들이 쑤욱 솟아 나와선 하늘을 날아가는 개구리를 쫓아가며 쳐다보았지. 정말 그 개구리는 하늘을 날아갔을까?”
“언니야, 개구리가 어떻게 하늘을 날아~ 날개가 없잖아?”
“오 그래, 인선이 잘 아네! 그런데 말이다. 물속에 있던 개구리들은 하늘로 솟아 오른 개구리가 햇빛에 가려져 사라진 걸로 보았지. 정말 하늘로 날아간 줄 알았던 거야. 그리고 물속에 개구리들은 저마다 그 작은 돌 위에 서로 올라가려고 난리였지. 어떤 개구리는 풀잎에서 껑충 뛰어오르고, 어떤 개구리는 풀밭에서 껑충 뛰었지. 여기저기 개구리들은 하늘을 날아보려고 시시때때로 껑충 뛰어오른 거야.”
“맞다! 개구리들이 껑충껑충 뛰는 거 많이 봤다. 언니야! 정말 그런 걸까?”
“예지~ 너 재밌다. 그런 거 어디서 주서 들었니?”
은비가 약간 시샘하듯이 튕겼다. 예지는 싱긋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쌍둥이 오빠가 오래전에 내게 이야기해 준 거야. 인선이가 얘기해달라잖아~”
“인선아, 재미있니?”
“응, 다르 언니도 해주라~”
“응? 나도? 뭔 얘길 하지?”
“식사하다 말고 뭐 하니? 다 식어서 맛없겠다.”
예지의 어머니가 지켜보시다가 식사를 마저 하라는 듯이 말했다. 그러자 예지와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큰소리로 말했다.
“어머니~ 우리 다 먹었어요. 봐요. 빈 그릇이잖아요.”
“그렇구나! 그럼 인선인?”
“저도 다 먹었어요.”
예지는 친구들에게 일어나자고 손지시를 했다. 그리고 친구들은 예지의 어머니께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고는 예지의 뒤를 따라 방으로 갔다. 텅 빈 거실에 예지의 어머니는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 애들이 별로 맛있게 먹은 것 같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오늘따라 애들이 너무 피곤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식탁 위에 있는 음식과 그릇들을 예지의 어머니는 조용히 부엌으로 옮겨가 설거지를 했다. 그리고 곧 따뜻한 숭늉을 컵에 담아서는 예지의 방으로 갔다.
어머니는 평소에 하지 않던 노크를 했다. 그러자 미수가 방문을 열었다. 예지의 어머니는 방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숭늉 있는 쟁반을 미수에게 전해주었다. 미수는 쟁반을 받자 바로 어머니께 인사를 하며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어머님, 감사합니다. 아점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래, 피곤하지, 숭늉이란다. 이것 먹고 피곤을 풀어라.”
그렇게 말을 하시고는 예지의 어머니는 바로 거실로 가버렸다. 그리고 거실에 소파에 앉으시고는 숭늉을 마시고 계셨다. 한편 예지의 방안에는 모두들 피곤해서인지, 아니면 뭔가 침울한 표정들이었다. 인선은 어찌할 바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아까 식사 중에 울음을 터뜨린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미수는 숭늉 있는 쟁반을 중앙에 있는 탁자 위에 놓으면서 한 마디 했다.
“뭔지 몰라도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우선 예지의 어머니께서 주신 숭늉을 마시고 정신을 차리자.”
“그래, 예지야~ 네가 좀 분위기를 풀어라!”
다르가 예지의 어깨를 덥석 껴안으면서 말했다. 이때에 민지가 친구들을 들러보면서 말했다.
“참, 어젯밤에 우리~ 뭔 얘기하다가 잠들었지? 언제 잤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우리가 별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였지. 그동안 별일이 없었던 것일까?”
“다르 말이 맞아~ 꼭 무슨 일이 있으면 하는 생각은 아닌데, 정말 별일이 없는 걸까?”
“예지야~ 곧 우리 고등학교에 올라가잖아! 서로 흩어지게 되면 어쩌지? 걱정이 돼!”
“미수의 말이 맞아! 고등학교는 배치고사가 있어서 어느 학교로 갈지 아무도 모르지.”
“아~ 걱정이 된다. 은비야 무슨 방법이 없을까? 그러다가 잠이 들어버렸구나? 우리말이야.”
“언니야~ 우리 기도하자. 엘로이 천사한테 도와달라고 할까?”
“인선아~ 엘로이 천사도 어찌 못할 거야.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을 거야.”
“그럼, 다르언니가 어찌해봐 줘~ 엘로이 천사랑 제일 친하잖아!”
“인선아~ 다르언니도 어쩔 수 없단다. 그러지 말고 우리의 소리가 있잖아~ 그걸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생각하자.”
“은비의 말이 맞아! 그렇게 하도록 방법을 생각해 보는 거야. 예지! 그렇지 않니?”
“그래, 민지의 말이 맞아! 우리 너무 실망하지 말자. 아직 졸업도 하지 않았는데… 멀리 있는 친구들도 있잖아?”
“맞아! 우리가 그 생각을 못했네.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린다와 줄리아 그리고 하루…”
이렇게 서로 바라보면서 대화 속에서 조금씩 무언가 깨달아가는 다르와 예지 그리고 민지와 은비와 미수 그리고 인선까지 안정되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지난밤에 너무나 심각한 대화들을 했었나 보다. 그래서 인선이는 너무나 조용히 식사하며 침묵하는 언니들에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인선의 울음보가 터지고 나서야 언니들은 눈을 뜨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예지는 자신의 노트북을 가져와 ‘우리의 소리’ 그룹 사이트를 열었다. 열리자마자 줄줄이 이어져 나오는 메시지에 모두들 놀라고 말았다. 예지는 당황하며 소리쳤다.
“어찌 된 거지? 메일이 엄청나게 들어와 있잖아~”
“뭐야? 무슨 일이지?”
“일단 하나씩 읽어보자!”
친구들이 노트북에 머리를 모으고 있을 때에 미수가 서둘지 말고 자세히 읽어보자는 듯이 제안을 했다. 예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최근 메일부터 역으로 메일을 열어가며 친구들이랑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얘들아! 소식 없니? 미국통계에 나온 걸 보니 올해에 실종자가 만 명이 넘어간다고 해. - 린다」
「친구들~ 주말일 텐데, 어떻게 지내니? 요즘 린다가 매우 불안해하는 것 같아! - 줄리아」
「안녕! 난 나나박이야. 여기는 하와이예요. 이번 산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고, 집도 많이 잃었단다. 학교 강당에 임시 거주하고 있는데, 친구가 ‘우리의 소리’를 소개해 주어서 들어왔어요. - 나나」
「안녕하세요? 전 나나의 친구 애니 김이에요. ‘우리의 소리’는 우리 또래들이 함께 할 수 있다고 해서 들어왔어요. 기대되어요. - 애니」
```````````````````````````````````
「모두 안녕! ‘우리의 소리’에 엄청 많은 메일이 들어왔네? 별일 없는지......... 걱정되어 들어왔어! - 하루」
그렇게 한참 동안 메일들을 읽어가던 친구들, 예지와 다르와 민지 그리고 은비와 미수와 인선이는 아무 말이 없이 생각에 멎어있었다. 이때에 미수가 입을 열었다.
“우리도 뭔가 올리자! 얼마나 궁금해하겠니?”
“그래, 그리하자! 예지야~”
「모두들 안녕! 서로 얼굴을 모르지만 이렇게 ‘우리의 소리’에 들어와 줘서 고맙다. 앞으로 우리의 소리를 나누어보자! - 예지」
「하루야~ 잘 지내지? 여긴 별일 없단다. 우리가 곧 고등학교에 가잖아~ 그래서 생각이 많았던 거야. 하루는 이미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아니 린다도 줄리아도 고등학교에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겠다. 좀 이야기를 해줘 봐! - 다르」
「린다, 줄리아! 반갑다. 그런데 린다가 좀 불안해한다고? 실종통계 때문이야? 이젠 걱정 안 해도 돼. 우리가 있잖아! - 은비」
「린다, 줄리아, 하루, 모두 안녕! 나 미수야~ 앞으로 ‘우리의 소리’에 자주 들어올게. - 미수」
“인선아~ 너도 인사해! 보고 싶어 하겠다.”
“예지언니! 정말? 날 보고 싶어헌디?”
“그럼, 자~ 여기에 써봐!”
인선은 너무 기뻐서 예지언니에게서 노트북을 받아서는 더듬더듬 ‘우리의 소리’ 그룹에 메일을 썼다.
「언니들, 린다언니, 줄리아언니, 하루언니, 반갑스다. 앞으로 자주 뵙게스다. - 인선」
인선의 글을 본 은비는 인선의 머리에 군밤 하나를 선물하고는 말했다.
“인선아! 사투리로 쓰면 우짜냐? 표준말로 써야 제~”
“야! 너부터 표준말로 말해라~ 재밌구먼. 그치? 인선아~”
예지가 은비에게 눈알을 굴리며 말하고는 인선의 머리를 만져주었다. 모두들 웃고 말았다. 그러자 인선은 언니들이 웃는 모습을 보고서야 안심을 했다.
“언니들이 이렇게 웃으니깐 난 대개 좋다야~”
“그래? 그럼 우리가 그동안 안 웃었었나?”
“오늘 아침식사 할 때에 나 너무 무서웠다. 지옥 가는 줄 알았스라.”
“지옥 가는 줄로 알았스라? 참말이가? 어쩌지 큰일 날 뻔 했스라.”
“언니들 밉다. 날 놀리키나?”
언니들이 서로 인선이를 이리저리 껴안고 방안을 뒹굴며 좋아라 하였다. 인선은 숨 막힌다고 엄살을 부렸다. 그러자 모두 제자리로 바로 앉았다. 모두들 숨을 헐떡이고 있을 때에 인선은 은비언니에 기대어 있었다. 이때에 예지가 인선을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자세를 곧추세워서는 말했다.
“우리 지금 뭐 하니? 이렇게 방에만 있을 거니? 모처럼 인선이도 왔는데 어디 놀러 가자!”
“응? 그러네? 인선이 어디 가고 싶니? 말해봐~”
“난 언니랑 있는 게 제일 좋다. 딱 어디 가고 싶은데 없다.”
“인선아~ 그럼 안 되지, 언니들이 섭섭해할걸~ 봐라! 예지언니랑 다르언니 저 슬픈 표정 말이다.”
“은비언니는 참 나쁘다. 내가 그리 좋아하는디 장난만 치고 이젠 좋아 안 할 거다.”
“인선아~ 나는? 미수언닌 어떠니....... 나도 인선이 같은 동생 있으면 엄청 예뻐해 줄기다.”
“미수, 너 탐내지 마라. 이미 인선의 어머니까지 날 인선언니로 안다.”
“입씨름 그만하고 가까운 데라도 가는 게 어때?”
그렇게 민지가 상황정리를 해주자. 예지는 탁자 위에 있던 노트북을 접어 책상 위에 갖다 놓고는 다르 쪽으로 와서는 속닥속닥 하고 있었다. 이를 본 은비는 옆에 있는 다르에게 몸을 기대어 엿듣고 있었다. 지켜보고 있던 미수는 힘주어 말했다.
“야! 너희들 뭐 하는 거니? 할 말 있으면 모두 듣게 말해~”
“미안, 미안해, 서울구경 가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지 않니?”
“어제 서울에 갔다 왔잖아~ 뭘 또 가냐? 인선이 내일은 집에 가야 하지 않니? 가볍게 다녀올 곳을 생각해 봐~”
또 입이 무겁던 민지가 예지와 은비를 주시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다르가 말했다. 일전에 갔었던 송도가 어떠냐고 말이다. 듣고 있던 미수는 대찬성한다고 맞짱을 뜨며 말했다.
“그래, 그래, 송도가 좋겠다. 나도 가본 지 꽤 됐거든.......”
“미수야, 널 위해서가 아니잖아~ 우리 인선일 즐겁게 해 주려는 거잖아! 그치 인선아~”
“언니야, 난 괜찮다! 언니들이랑 같이 있음 되는디.”
“그러자~ 울 인선일 위해 송도 괜찮겠다. 거기엔 볼거리도 있고, 놀거리도 있잖아?”
예지가 마치 대장처럼 결정된 것처럼 확정해 버렸다. 그래도 아무도 반박하지 않는다. 모두들 예지의 정확한 판단을 믿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예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따라 일어났다. 그리고는 곧바로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예지와 친구들이 우르르 나오는 걸 본 예지의 어머니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다가오면서 말했다.
“너희들 어딜 가려고 하니? 이 시간에?”
“네, 우리 송도에 놀러 가려고 해요. 좀 멀지만 시외버스를 타고 가면 30분이면 가거든요.”
“그래도 곧 인선이 어머니가 여기로 오신다고 전화가 왔단다. 지금 용산역이란다.”
“네? 인선이 어머니가 오셔요?”
“엄마! 우리 오래 놀지 않을 거야. 인선이랑 바람 쐴 겸 놀러 가는 거야. 인선이 어머니 오시면 엄마가 잘해줘~”
“네, 어머니~ 부탁드려요.”
그러고는 예지가 앞장서서 집을 나서고, 뒤따라 다르와 인선이 와 은비가 나서고, 그 뒤로 민지와 미수가 따라나섰다. 어느덧 해는 중천에서 서향으로 고개를 기울고 있었다. 마침 예지의 아파트 입구에는 버스 정류장이 가까이 있었다. 하지만 송도 가는 시외버스는 좀 더 큰길로 가야만 했다. 이 동네 지리를 잘 아는 예지가 다르와 함께 앞장을 서서 걸었다. 인선이는 은비언니랑 걸었고, 민지와 미수는 무슨 얘기를 하는지 천천히 맨 뒤에 걸었다. 한 30분을 걸었을까? 큰길에 들어서니 바로 시외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정류장 표시판에는 송도, 월미도, 인천부두 등의 이정표가 있었다. 길거리에는 한산하지는 않았다. 추석휴일이 끝나고 주말이었는데도 여전히 추석분위기는 식지 않았다. 거리마다 사람들이 제법 많다. 다르와 친구들, 모두 6명이 버스에서 내렸다. 송도 센트럴 파크 정류장에서 내렸다. 멀리 보이는 탑을 보자 함성을 질렀다. 이때에 감수성이 풍부한 미수가 소리쳐 말했다.
“얘들아~ 여기 너무 멋있지 않니? 다른 나라에 온 기분이야!”
“인선아! 넌 어떠니?”
“너무 깨끗해! 그리고 너무 멋지다~”
은비언니가 인선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인선은 너무 좋아서 깡깡 뛰며 말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은비언니의 손을 잡고는 산책로 길을 따라 뛰듯이 걸어갔다. 그러자 다른 언니들도 활짝 웃으며 뒤따라 성큼성큼 걸어갔다. 다르와 예지와 민지 그리고 미수와 은비와 인선이는 송도 센트럴 파크의 산책길을 걷고 있을 때에 예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얘들아~ 너희들 미국 뉴욕에 있는 센트럴 파크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니?”
“생각나! 그거 있잖아~ ‘나 홀로 집에’에 나오는 거 있잖아~ 뭐더라? 어떤 아줌마가 공원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 말이야!”
“맞다! 케빈이 도망가던 중에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아줌마~ 거기가 센트럴 파크였나 봐! 여기가 그런 곳이야? 그래서 센트럴 파크라고 이름 한 거구나.”
역시 미수는 오래전에 TV에서 본 ‘나 홀로 집에’의 영화가 생각이 났다. 영화를 좋아하는 은비도 역시 그 영화를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모두들 떠들면서 산책길을 걷고, 인공호수를 감상도 하고 정자에 앉아서는 멀리 보이는 탑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에 은비언니 옆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던 인선이가 멀리 작은 빨간 등대를 보았다. 인선은 깜짝 놀란 듯하다가 은비언니에게 등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언니야~ 저기 조그맣게 보이는 등대가 빨간 등대 같다.”
“응? 그래 맞다. 저기는 오이도에 있는 빨간 등대란다. 니가 눈도 박데이.”
“뭔 얘기인데 그러니?”
은비 옆에 있던 다르가 인선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은비가 다르에게 인선이가 빨간 등대를 본 모양이라며 눈도 밝다고 말해주자. 다르는 인선에게 빨간 등대에 갔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옆에서 예지도 민지도 잠잠히 듣고 있었다. 그러자 미수가 신통하다는 듯이 어떻게 그 작은 등대를 보았을까라고 하자 이때에 인선이가 다르언니에게 말했다.
“아닌디, 내가 새벽에 깼을 때에 창가에 달이 커다랗게 보이더니 그 달 속에 보인 등대가 빨간 등대였거든, 그래서 신기해서 본 거다.”
“뭐라고? 네가 창가에서 달에 비추인 빨간 등대를 보았다고?”
다르는 당황 해하며 인선을 향해 바라보며 말했다. 옆에서 예지와 민지도 놀랐다. 인선이가 달에 비추인 빨간 등대를 보았다고 하였기 때문이었다. 은비도 미수도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르는 잠시 생각하는 듯이 하더니 예지에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거야. 우리가 깊이 자고 있을 때에 달은 뭔가를 전하려고 창가에 와 있었던 거야. 그리고 깨어있는 인선이가 그걸 본거야.”
“무슨 소리야? 다르~”
“다르의 말은 인선이가 달에서 빨간 등대를 본 것은 달이 우리에게 전할 게 있었던 거라는 거지. 다르의 말은 그래.”
예지가 다르에게 들은 얘기를 모두에게 전했다. 인선이도 뭔가 잘못했나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모두 침묵하고 말았다. 이른 새벽에 달이 찾아왔다는 것과 달이 인선에게 빨간 등대를 보여주었다는 것에 있어서 생각에 빠져 있었던 것이었다. 침묵을 깨고 다르가 자기의 생각을 말했다.
“이건 필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 같아. 달이 이유 없이 인선에게 빨간 등대를 보여주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우리가 여기에 온 것도 어쩌면 우연은 아니라는 거지.”
“그럼, 뭔가 있다는 거야? 무슨 일이 있다는 거야? 아니면 있을 거라는 거야?”
성급한 은비는 다르의 말을 듣자마자 추측을 해 내고 있었다. 인선이는 다르언니의 말을 듣고는 좀 겁이 났다. 그래서인지 인선은 몸을 움츠렸다. 은비는 그런 인선을 팔로 껴안아주었다. 그러자 민지와 미수는 그러지 말고 우리 거기 빨간 등대에 한번 가보자는 것이었다. 좀 거리가 멀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살짝 지면에 내려앉은 듯이 하지만 하늘은 여전히 푸르고 밝았다. 예지는 친구들의 목을 살폈다. 모두 엔젤목걸이를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듯했다.
“너희들 엔젤목걸이는 하고 있는 거지?”
“응?”
다르와 민지와 은비는 자신의 목에 있는 엔젤목걸이를 확인하였다. 인선이도 언니처럼 자신의 목걸이는 확인했다. 사실 인선은 어제 엘로이와 함께 목포에서 서울로 올 때에 목에 있던 엔젤목걸이를 했었기에 순간이동을 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미수는 아직 그런 엔젤목걸이는 갖고 있지 않았다. 미수는 자신만 없는 걸 알고는 당황해하며 말했다.
“너희들은 다 엔젤목걸이를 갖고 있구나! 난 없는데....... 어떻게?”
“걱정 마~ 우리가 있잖아!”
다르는 미수의 팔을 잡아주면서 안심을 시켜주었다. 민지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했다.
“자, 그럼 우리 가보자! 빨간 등대 쪽으로........”
민지와 다르가 앞서 가고 예지와 은비와 미수와 인선은 그 뒤를 따라갔다. 꽤 먼 거리여서 빨간 등대에 도착했을 때에는 상당히 어둠이 짙어져가고 있었다. 벌써 가로등들이 하나둘 켜지더니 모든 가로등들이 다 켜져 버렸다. 그래도 빨간 등대 주변에는 매우 밝게 불빛들로 가득했다. 때가 때인지라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직 다르와 친구들뿐이었다. 다르와 민지 그리고 예지와 미수는 빨간 등대 아래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은비는 인선이와 함께 등대 주변을 돌아다니며 바다가 점점 어둠 속으로 숨어버리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에 등대 입구 쪽 계단에 앉아 있던 미수는 멀리서 대여섯이 넘는 웬 건장한 남자들이 빨간 등대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뭔가 예감이 좋지 않아 친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얘들아~ 저기 웬 남자들이 이리로 오고 있는데, 뭐지?”
“언니야! 저기 사람들이 오고 있다. 무섭다~”
인선이도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에 시커먼 옷차림으로 건장한 남자들이 오는 것을 보고는 은비에게 바삭 다가가면서 말했다. 이때에 다르는 등대의 밝은 불빛에 다가오는 남자들을 살피다가 문뜩 초등학교 뒷산에서 대결을 했을 때에 그 검은 반도를 한 남자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다가오는 남자들의 손에 뭔가가 들여 있는 것을 보았다. 심상치 않는 느낌을 받은 다르는 민지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민지야! 아무래도 뭔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