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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골 May 28. 2024

남자 비만율 통계의 허실

 키-체중이 110인 남자가 있다고 치자. 키가 180cm이면 70kg, 175cm이면 65kg이다. 이 남자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이 어떨까? 동성 이성 불문하고 이 남자가 말랐으리라 짐작할 것이고 실제로 '키빼몸' 110이면서 다부지기는 매우 어렵다. 근육이 많을수록 오히려 밀도가 높기 때문에 더 말라 보인다.


 요새 많은 남자들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목적이 근육량을 늘려서 우람한 체형을 얻기 위함이다. 그리고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려면 소위 '표준체중'이라는 (키-100)*0.9 따위로는 어림도 없고 키빼몸 105~100 수준은 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신장에 따른 BMI 25 체중

 그런데 키빼몸 100을 첨부한 표와 함께 보면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다. 한국의 남성 비만의 기준을 아직도 BMI 25 이상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키빼몸 100에서 조금만 더 린매스업을 하는 순간 비만으로 분류된다.


 참고로 서양에서는 BMI 18.5~25가 정상, 25~30이 과체중, 30 이상이 비만으로 구분한다. 한국은 한 단계씩 더 엄격한 아시아-태평양 기준을 따르고 있다. 문제는 한국인이 아시아 태평양 평균에 비해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편인데 BMI는 키가 클수록 과대평가된다*는 사실이다. 참고로 중국, 일본도 원래 한국과 같은 아시아태평양 기준이었으나 현재 일본은 남자 27.7, 여자 26.1을 비만 기준으로 상향조정했으며 중국은 28로 조정했다.


 서양인의 체형 및 호르몬 감당 능력이 한국인과 다르기 때문에 같은 BMI라면 한국인이 더 위험하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하지만 이를 논하기 시작하면 골격근, 체지방 비중을 따지지 않고 러프한 키, 체중 팩터로만 재단하는 BMI의 허점이 더 치명적이지 않을까?


 언론 등지에서 심심할 때마다 성인 남성 비만율이 50%에 육박한다고 떠들며 조회수를 챙기는 현상의 실체적 진실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언론의 kpi는 진리 전파가 아닌 클릭 유도이다. 비만인 비율 증가 추이가 식단과 신체의 서구화뿐만이 아니라 헬스(웨이트 트레이닝) 열풍과 큰 관련이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20대들에게 좋은 이미지 잘 심은 슈카월드

 즉 남성 체격의 골디락스 존**을 비현실적으로 좁게 설정했기 때문에 이에 미달하면 허약-이를 초과하면 비만이라고 프레임을 씌우기 편리하고, 마른 것보다는 배가 나온 쪽이 유리하기 때문에 살찐 남자가 많아지는 역학관계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내가 최근 몇 달 간 또래 +-6세에게 소개팅을 제안한 횟수가 매우 많았는데, 20대 후반 이상 여자들은 마른 남자보단 차라리 배 나오고 푸짐한 남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컸다. 물론 체형만 논할 때의 얘기이고, 그 마른 사람이 훈훈할 경우에는 말이 바로 달라졌다.


 이처럼 '허술한 논리임에도 쉬이 정정되지 않는 통념'을 파악할 때 참고하기 좋은 매체가 바로 슈카월드다. 슈카월드는 어떤 집단을 어디까지 건들면 별 일이 없고 어떤 집단을 건들면 예상치 못한 파장이 있을지를 교묘하게 계산하는 사람이다. 비빌 언덕을 잘 고르는 것이 롱런의 비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요컨대 저런 프레임이 있으면 "야, 30대 남자 직장인 평균체형 짤 봤냐 ㅋㅋ"라며 자조적 유머로 웃어넘기고 말지 굳이 피곤하기 따지는 사람이 잘 없다.


 다만 30대 초중반을 기점으로 남성호르몬이 급감하며 근육량이 감소하고 배가 급격히 나오는 경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 누구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 체중이 키의 세제곱에 비례하는 경향이 있는데 bmi는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기 때문.


** 유기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라는 개념. 온도, 압력같은 변인이 높아서도 낮아서도 안된다는 의미의 비유적인 표현으로 자주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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