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창업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골 Jul 23. 2024

황교익이 옳고 백종원이 틀렸다(23.4.2.)

의약품과 관련된 회사에서 일하면서 당뇨 현황을 파악한 김에 다시 업로드한다.


 서울대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 최근에 외식이 점점 자극적인 맛으로 변함을 개탄하는 글들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양질의 집밥 식단을 강구하는 사람들이 더러 보인다. 이러한 세태를 2016년부터, 혹은 그보다 앞서 우려하던 식자가 1명 있다. 그리고 그는 10년 전부터 백종원이라는, 대중에 의해 신성불가침적 존재가 된 창업가와 정면 충돌을 하며 자신의 입지 훼손을 감수하였다. 나 역시 감히 백종원의 그 존엄한 실루엣을 건드릴 생각을 못하다가 이제 와서야 재평가를 해본다.


 의사가 손을 잘 씻어야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음을 최초로 입증한 사람이 이그나츠 제멜바이스라는 의사인데, 그는 당대에 광인 취급을 받다가 억울하게 사망했다. 그가 살던 19세기에 의사들은 위생이라는 개념을 전혀 탑재하지 않았다. 의사들은 수술하여 더러워진 손을 의사의 훈장 정도로 영예롭게 여겼기 때문에 안 죽어도 될 환자들을 죽게 만들었다. 그는 손 씻기의 중요성을 통계적으로 입증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평소 싸가지가 없는 게 화를 불러 동료 의사들에게 고립되어서, 종국에는 정신병원에 갇힌 후에 폭행을 당하여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나는 황교익이 나오는 영상을 쳐다도 안 보며, 그의 인격과 정치관을 싫어한다. 그러나 메신저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그가 내비치는 모든 문제의식이 틀렸다고 폄하하지는 않는다. 특히 성역에 맞선 용기, 그리고 맵단짠에 대한 비판이 큰 틀에서 타당했음을 높이 평가한다.



당뇨 전단계 1600만 시대

 한편, 백종원은 석유왕 록펠러나 블룸버그같은 기업가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부류라고 생각한다. 록펠러의 악명이야 워낙 유명하고, 블룸버그가 비판받는 포인트는 '사교육'과 유사하다. 주식 트레이딩의 딜레이를 x초에서 0.x초로 단축해봐야 사회후생이 딱히 증대하지 않고, 투기꾼들의 투기 놀음만 과열하는 것 아니냐는 논점이다. 내가 알기론 블룸버그도 저 비판에 수긍했다.


 백종원은 적당한 가성비 브랜드를 많이 만들었지만, 그의 필승 공식이 요식업계에 널리 퍼진 게 국민건강 면에서는 좋지 않다. 나는 술이나 커피보다도 맵단짠처럼 '무난하게 유해한' 것들이 오히려 중독성이 강해서 끊기 어렵기 때문에 해악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황교익이 백종원을 겨냥하던 것도 백종원 레시피가 대체로 설탕이 많이 들어가고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황교익을 희화화하고 백종원의 친숙함과 브랜드에 홀려서 그를 성역화하기에 이른다. 자기들이랑 아무 상관 없는 백종원을 성역화하는 걸 보면 이재용 우상화의 기시감이 든다.


 또한 황교익이 적을 많이 만든 또다른 원인이 국민 메뉴 떡볶이와 치킨을 비판했다는 점이다. 떡볶이가 매운 거야 당연할뿐더러 식당 떡볶이에는 설탕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어간다. 치킨도 특히 양념치킨에 설탕이 엄청 투여된다. 신성불가침 아이돌 백종원에 이은 신성불가침 메뉴를 건드렸으니 젊은 세대의 pride를 꽤나 거슬렀을 것이다. 내 비판적 사고력이 세계 제일인데 웬 꼰대가 훈계조로 말하니까 기분 나빴을 것이다.


 젊고 건강할 때 유해한 거 잔뜩 먹고 즐기겠다는데 왜 참견하냐는 반론이 심심찮게 나온다. 우선, 젊어서 저축과 육아는 안 하고 yolo flex 하다가 나중에 아랫세대가 지불하는 건강보험/국민연금/세금에 의존할 '자유'는 워낙 많이 비판받았을테니 생략한다. 대신에, 나는 식단이 사람의 심성과 인간관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에 주목한다. 맵단짠을 즐겨먹는 사람은 젊어서부터 신체 어딘가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으로 티는 안 나더라도. 신체적 건강이 나빠지면 정신적 건강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면 자기 애인, 친구, 가족에게 감정적으로 더욱 의존하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유형으로 걸핏하면 애인에게 메신저로 나 여기 아파, 나 저기 아파 하고 징징대는 게 있다. 자기 몸 나빠지면 자기만 불편한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직/간접적으로 피곤하게 만드니까, 예방할 수 있는 부분에서 평소에 노력을 하자는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SNUSV 데모데이 참관후기(24.6.2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