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크리스마스는 연인이랑 보내는 날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그래서 예전에 인터넷에는 '24일에 잠들어서 26일에 깨야한다'는 말도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얼마나 설렘 가득한 날인데, 애인이 없다고 그걸 놓치다니! 정말 바보다. 애인이 없으면 예쁜 크리스마스 시즌 딸기케이크를 먹고 번화가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을 구경하면 안 되라는 법도 없고, 따뜻한 극세사 이불 안에서 핫초코와 쿠키를 먹으면서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지! 나는 사실 스무 살 이후 연애를 하면서 타이밍이 묘하게 안 맞아서 남자친구랑 크리스마스를 보낸 적이 그리 많지 않은데, 남자친구와 보냈던 크리스마스 못지않게 솔로의 크리스마스도 충분히 행복했다. 친구들이랑 맛있는 음식을 해 먹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홈파티를 한 해도 있었고, 케이크를 주문해서 가족들이랑 와인을 먹은 해도 있었다. 어렸을 때 미국에 살 때에는, 주택가에 화려한 장식을 보러 드라이브를 다닌 해도 있었다. (정말 데코가 예쁜 집은 일부러 그 앞을 여러 번 지나치기도 했다)
나는 크리스마스를 왜 이리도 사랑하는 걸까.
연말에 있어서 선물에 빨간 리본을 묶듯이 지나간 한 해를 마무리하는 느낌 때문일까
추운 계절이다 보니 평소의 따뜻함이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일까
그리고 모두 비슷하지만 따듯한 멜로디의 캐럴이 부는 분위기(가끔씩 '크리스마스 노래'의 특징은 뭘까 생각한다. 무엇이 그런 분위기를 주는 걸까?) 때문일까
나는 요 근래 기분이 안 좋으면 캐럴을 듣는다. 12월의 설렘을 살짝살짝 열어본다. 연말의 분위기가 일상 속에서 새어 나오게 둔다. 사실 나는 크리스마스 당일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택배가 오기 전에 더 설레듯이 나에게는 크리스마스 시즌은 12월 내내 캐럴을 들으며 분위기를 느끼고 설렘을 키워가는, 그런 시즌이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뉴욕에서 보내기로 했다.
한국에서부터 키워온 설렘을 가득 담아 가져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