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합은 행복
오늘 아침은 배가 아파 잠이 깼다. 효과가 빠르다는 액상 진통제 2알을 넘기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박스가 주장하던 만큼 효과가 빠르지는 않아서, 한두 시간을 누워만 있었던 것 같다. 누워서 머릿속으로 뭘 먹고, 어떤 팩을 할지 계속 이미지를 상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몸이 좋지 않으니 ‘과연 내가 그걸 다 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누워있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파스타 면을 삶아서 소스랑 볶아 먹고 싶은데, 귀찮아져서 계획을 변경해서 파스타가 컵라면이 되어버리면 어떡하지, 싶었다.
시간이 지나니 점점 약효가 발휘되어 통증이 사라졌다. 그래서 나는 정말로 일어나서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다 해냈다. 먼저 일어나서 챠콜 클레이 팩을 하고, 팩이 굳을 때까지 방 정리를 조금 한 다음, 샤워를 하면서 팩을 닦아내고, 로션과 헤어 오일을 바른 후 홈웨어를 꺼내 입고 주방으로 나가 저번에 샀던 ‘마르텔리 스파게티면’을 꺼내서 삶고, 유기농 토마토소스와 볶아 먹었다. 면이 통통하고 고소해서 기대했던 만큼 맛이 좋았다.
그러고 나서 화장대 앞에 앉으니 내가 너무 대견했다. 생각해보면 단순히 씻고, 먹은 거였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은 일을 해낸 작은 성취라고 느껴졌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모여서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짧게 했다.
나갈 채비를 하고 밖에 나왔는데, 날씨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던 것 같다. 그런데 아뿔싸, 생리대를 놓고 나온 것이 생각이 나 편의점에 들렀다. 마침 편의점에 새로운 케로로빵을 팔아서 그것도 하나 샀다. 저번에 샀던 캐러멜 스콘만큼 맛이 좋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서 학교까지 걸어갔다.
학교에 갔는데 오늘 날씨가 너무 좋다는 것이 계속 아른거렸다. 아, 햇빛이 좋을 때 밖에서 책을 읽고 싶다, 라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결국에는 아이패드와 책 한 권, 그리고 일기장을 들고 카페로 나왔다. 공부는 조금 미룰지언정. 아침에 인사했던 직원이 또 반갑게 맞아주며, 점심은 먹었냐고, 케이크를 챙겨주겠다고 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오늘이 반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너무 좋은 일이 많았다. 그래서 시작은 통증이었지만 도합은 참 행복한 오전이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