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을 쓰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다. 몇 줄밖에 안되는 글은 완성작이 아닌 느낌.
남들이 쓴 긴 글을 보면서, 글은 저정도 길이는 되어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미사어구를 붙여서라도 글을 늘여야 하는데, 하는 강박이 있다.
예전에 만나던 친구와 그런 대화를 한 적이 있다.
이과에 오고 나서 짧은 글밖에 못 쓰게 됐어.
나는 긴 글을 써서 책을 쓰고 싶은게 꿈인데, 글 조각밖에 못 쓰게 됐다고.
사실 글에서 '맞는' 형식과 틀은 없고,
내가 기자도 아니고, 심심할때 집에서 쓰는 글 갖고, 글이 몇줄이 안되네 하면서 뭐라고 할 사람도 없는데
내심 내가 쓰는 글은 길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사람들이 내 글에 머무는 시선이 길었으면 좋겠고, 그래야지 나중에 내가 꿈꾸던 것처럼 책도 낼 수 있을 것 같고...
생각을 확장해보면 꼭 내 글만 그런것도 아니다.
몸이 날씬했으면 좋겠고, 그래서 계속 쓸데없는 미사여구를 붙이듯이 다이어트 보조제를 사는데
몸이란 것이 그렇게 한순간에 이만원짜리 올리브영 보조제로 바뀔리가 없는데
내 몸이 적응해본 적 없는 체중을 무리하게, 단기간에 도달하려고 하니까
내가 아닌 곳에 결국 결과물은 없고 돌아오게 되고
내 글도 그런게 아닌가 싶다
이제는 그냥 쓰고싶은대로 글 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