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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인장 Dec 10. 2023

My Blessing and My Curse

"저는 똑똑하고 번뇌에 가득 찬 사람이라기보다는 멍청하고 행복한 사람이고 싶어요." 이 말을 듣고 있던 친구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잖아. 똑똑하고 번뇌에 가득 찬 사람."


그러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생각이 많았다.

4살 때, 아파트 앞 벤치에서 엄마가, "인서야, 너는 어떤 계절이 제일 좋아?"라고 물었을 때, "여름"이라고 대답하면서 생각했다: '내가 여름을 네 번 밖에 안 겪어 봤는데 어떻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지?'

10살 때는, 자려고 눈을 감으면 눈앞에서 무서운 물체들이, 무서운 생각이 나서 잠에 들 수가 없었다. 엄마에게 말씀드리니 엄마도 이 나이대즘 그랬다고 했다.

중학생 때는 욕조에 앉아 '내가 태어날 때 내 영혼은 어디서 온 거지, 그러면 죽고 나서 영혼은 어디로 가는 거지...'와 같은 생각을 몇 시간 동안 하고는 했었다.

요새는 병원에 있다 보니 '사는 게 뭔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나는 이런 내 모습이 싫지 않다. 이런 내 머릿속 덕분에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까.

내 일기장은 개판이다. 그런데 내 머릿속은 더 개판이다.

글을 쓰면 내 머릿속에 구름같이 뭉게뭉게 있던 생각들이 실체화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글이 좋다. 글을 쓸 때면 내 뭉친 휴짓조각 같은 생각들을 내 나름의 방식대로 오려 붙이는 것 같아서.

철학적인 생각을 하고, 그것들로 글을 쓰면 난 왠지 고등 인간이 된 느낌이다. 고급 인간이어서, 하루하루 욕구를 채우고만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그런 나의 뒤틀린 ego를 채워주는 것 같기도 하다.

내 복잡한 머릿속을 대하는 나만의 방식이 글이다. That's how I treat my blessing and my cu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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