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이별, 남예지 : 1집 Am I Blue? -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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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에
최고의 이별은 언제였나요?
'그래, 우리 서로 행복해 지자'
눈부시도록 화창했던 어느 봄날, 우린 자주 함께 거닐었던 공원에 앉아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에게 가져왔던 감정의 골이 모두 깨끗이 사라졌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던 바램들이 서로를 향해 넘지 못할 큰 벽으로 남아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에게 상처 줬던 격한 말투도, 오로지 나만을 생각했던 이기적인 감정도 없었다. 우린 소스라칠 정도로 차분했고 또 조용했다. 담담히 서로의 이야기를 들었고, 우린 서로 헤어지는 게 각자의 행복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악수나 한번 하자!'
벤치에서 일어나 뒤돌아 서려고 하는 순간, 그녀는 내게 말했다.
'악수는 무슨...'
난 마지막으로 그녀를 꼭 안았다. 그리고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그녀를 뒤로하며 돌아섰다.
우린 그렇게 헤어졌다. 어쩌면 우린 함께한 그 수많은 시간들 중에 헤어짐을 결정할 때 서로를 가장 배려했던 것도 같다. 그리고 우습지만 난 그때의 우리가 꽤나 어른스럽고 또 멋지다고 생각한다.
남녀관계에 있어 이별이란 '콩깍지'가 눈에서 점점 사라지게 되면서 드러나는 상대방의 단점들과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과 성격의 차이를 극복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게 될 때 서로에 가졌던 마지막 인연의 끈을 놓게 되는 것 같은데, 우린 이러한 과정에서 의도했건, 혹은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수많은 상처를 나와 또 상대방에게 남기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만남'보다 '헤어짐'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가, 그것이 크던 작던 서로에게 줄 수밖에 없는 이런 마음의 상처가 있기 때문일 테다.
미국의 연애 전문 조사기관 Match.com이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한 사람이 연애를 통해 만나는 이성은 평균 5.4명, 이 중에서 진지한 관계는 2~3회였고, 대부분 이별로 끝났다고 응답했다고 하고 또 다른 연구인 YouGov UK의 2021년 조사에서는, 성인 중 62%가 “평생 적어도 2번 이상 사랑의 이별을 경험했다”라고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면서 대략 2번 이상은 이별을 경험한다고 해도 될 것 같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뇌과학 실험(MRI 기반)에 따르면, 실제로 이별의 슬픔이 실제로 화상이나 골절 같은 육체적 고통과 같은 뇌 영역을 자극한다고 밝혔는데, 흔히 우리가 “마음이 아프다”는 말은 그저 문학적 비유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었던 셈이다.
그러니 우린 평생 2번 정도는 정해져 있는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는 셈이다.
건강한 이별은
감정의 재건축
그렇다고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나 괜한 조바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University of Kansas의 연구에 따르면, “이별을 통해 자기를 돌아본 사람은 다음 관계에서 더 건강한 사랑을 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이별을 “감정의 재건축”이라고도 부르는데, 사랑이 부서졌던 자리에 서로가 다시 마음을 쌓고, 더 단단한 자신이 되어가는 것이다.
모두가 깜짝 놀란
신인이 나타났다!
오늘 소개할 백마흔여덟번째 숨은 명곡은 2004년 발표한 남예지 1집 'Am I Blue?'에 수록된 박선주 작사/작곡/편곡의 '내 생애 최고의 이별'이라는 노래다.
남예지는 2003년 K-Jazz의 최고 명반 중 하나로 꼽히는 새로운 음악이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인 'Nouveau Son' 앨범을 통해 데뷔했는데, 이 앨범은 2003년 2월부터 5월까지 인터넷과 길거리 투표, 설문조사를 통해 80~90년대의 가장 한국적인 베스트발라드 14곡이 선정되었고, 이를 재즈로 편곡한 앨범이다.
이 앨범에서 남예지는 타이틀 곡인 “춘천 가는 기차 (The Times Forgotten)”(원곡 김현철)에서 믿기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목소리를 들려주었는데, '이곡이 외국곡이었느냐', 혹은 “외국가수가 원곡을 번안하여 부른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세련되고 감성적인 보컬로 곡의 맛을 더하여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중앙대학교 재학 당시 교내 가요제였던 청룡가요제와 MNet 방송국의 I-Dream 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리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그녀는 대학을 잠시 휴학한 후 대학로에 있던 재즈 아카데미에 진학하여 본격적인 음악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재즈 아카데미 졸업 즈음 누보송(Nouveau Son) 앨범에 참여한 이후, 그녀의 천재적인 보컬에 매료된 박선주, 이소라, 남궁연, 김현철, 한충완, 손성제, Sam Lee 등의 국내 Top 프로듀서와 아티스트들이 발 벗고 그녀를 도와 2004년 자신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인 'Am I Blue?'를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
특히 숨은 명곡 백스물여섯번째로 소개했던 차은주의 'As good as it gets'는 원곡자인 한충완이 먼저 그녀에게 노래로 허락하여 앨범에는 '너무 사랑했던 날'이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었는데, 당시 직접 피아노까지 연주했을 정도이니 그녀가 얼마나 국내 재즈계에 주목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
https://brunch.co.kr/@bynue/188
참고로 남예지의 앨범에서는 차은주의 노래와도 같이 한충완의 연주곡의 멜로디를 그대로, 가사는 남예지가 이영주와 함께 직접 공동 작사했기에 같은 멜로디에 다른 가사, 그리고 다른 보컬 등, 비슷하지만 다른 분위기를 여러 가지로 비교해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곡이니, 시간이 허락한다면 함께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오늘 소개할 '내 생애 최고의 이별'은 박선주가 작곡 초기부터 그녀의 보컬을 의식하여 특별히 남예지만을 위해 작곡한 곡으로, 코러스에도 직접 참여하여 그녀가 남예지에게 쏟아부은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고, 자신의 5집 앨범인 Dreamer에 '내 생애 최고의 사랑'이라는 다소 변경된 제목으로 재수록하기도 하였다.
그녀의 앨범은 K-Jazz에 큰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지만, 여전히 국내 대중으로부터는 장르의 매니아적 편향성이 높기에 아티스트 '남예지'가 잘 알려져 있다고 보기엔 어렵다.
다만 그녀는 이후, 2집 <Terra Incognita>, 3집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4집 <오래된 노래, 틈>을 발표하고 가수이자 작편곡가, 작사가, 교육자, 작가 등으로 활동해 오고 있으며, 특히 2024년 발표된 4집 앨범 <오래된 노래, 틈>으로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보컬 음반상을 수상하여 여전히 K-Jazz를 지탱하고 있는 Top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전형적인 블루스를 향하는 노래는 두껍고 느리지만 묵직한 리듬감을 주는 드럼과 베이스, 그리고 감각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기타, 피아노와 함께 그녀가 가진 매력적이고 독특한 음색, 아주 단단하게 큰 울림을 주는 허스키 보이스가 함께 어울리기 시작한다.
노래를 듣다 보면, 중간중간 멋진 코러스가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하는데, 이는 이 곡을 만든 박선주의 목소리가 여러 겹 쌓인 것으로 마치 어느 영화 속 가스펠 합창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난 개인적으로 이 노래의 백미는 철두철미하게 이별하는 사람의 가슴을 후벼 파는 진정성 있는 가사라고 생각 드는데 특히 다른 사랑을 덤덤하게 응원하는 구절에서는 수십 년 전 그때 그 공원에서 힘없이 돌아서는 내가 떠올라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스며들기도 한다.
다음 사람을 위해서 웃어주자 사랑이 또 올 거라는
나를 위한 거짓말도 잊지 말자 다음엔 더 잘하겠지
그래, 내 생애 최고의 이별은 너다.
언제나 행복하기를!
작사 : 박선주
작곡 : 박선주
편곡 : 박선주
노래 : 남예지
Always say "you love me" 말버릇처럼 그랬지
오직 You.. and You.. and You 그랬었지
참 행복했다 너땜에 고마웠구나
내 생애 최고의 사랑 내 생애 최고의 이별은 너
가벼운 눈웃음만으로 헤어지자 맘에 없는 인사 말고
행복하라니 거짓말 우습잖아 이별은 꼭 이별답게~
Never forget 할 말이 많았는데 예~
벙어리가 된 난 그냥.. 널 그냥 본다
새벽이 아침에게 자릴 내어주는 해지면 달이 뜨고
계절 지나면 다음 해 기다리듯 어른답게 인사를 해 오~
다음 사람을 위해서 웃어주자 사랑이 또 올거라는
나를 위한 거짓말도 잊지 말자 다음엔 더 잘하겠지 오~
오직 You.. and You.. and You 그랬었나
행복했다 너땜에 고마웠었나 하~
내 생애 최고의 사랑 내 생애 최고의 이별은 너
내 생애 최고의 사랑 내 생애 최고의 이별은 너
Say goodbye with smile on your face
Say goodbye with smile on your face
Say goodbye with smile on your face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