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good as it gets, 차은주 : 3집, - 2008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얘가 누구야?
얼마 전, 이젠 가족보다 더 찐득찐득한 유대관계로 '척'하면 '척'알아듣는, 수십 년 지기들과의 늦은 신년모임이 있었다. 일 년에 한두 번 만나기도 참 어려운 녀석들이고, 그나마 전체가 한 번에 모이는 것은 더더군다나 힘들지만, 또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어제 함께 밤새도록 술 마시며 함께 꽐라가 되었던 것만 같은 친구들이다.
친구들 중 한 명은 패션 사진계에서 오래전부터 유명세를 타며 일했던 포토그래퍼인데, 분당에서 와이프와 부업으로 했던 '쌀국수'집을 정리하고, 근래 평촌에서 맛난 '고깃집'을 개업해서 열렬한 축하도 해줄 겸 친구의 가게로 모두 모이게 되었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늘 즐겁다.
다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요즘 자신의 이야기들을 조금씩 보따리에서 짜내 꺼내놓기 시작하는데, 사실 이 만남의 하이라이트는 언제나 그렇듯 그 옛날 함께 했던 추억들을 함께 되짚어 내는 것이다.
우린 어느새 수십 년 전의 그 유치하기 그지없는 개구쟁이들로 돌아가 '추억팔이'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데, 또 가물해진 기억 속 사건들에 대해 '그게 맞다.', '아니다 이게 맞다'라며 귀여운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한 친구 녀석이 얼마 전 사진첩을 정리하면서 핸드폰으로 찍어 놓았다며 꺼낸 사진 몇 장...
깔깔거리며 사진들을 넘겨보고 있다가 발견한 그녀의 모습.
니 여자친구 아녔어?
'어... 아... 그렇네... 하하, 그러고 보니 참 이사진 오랜만이네...'
'그래.. 그러네.. 하하'
잠시 침묵의 시간이 몇 초 흐른 듯싶었지만, 그녀와의 질기고 질겼던 인연을 모두 함께 경험했던 친구들은 어깨를 툭툭 치며 둘러댔고, 나도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저 지나간 추억이라며 애써 웃음 지었다.
하지만, 폐부를 찌르는, 섬뜩하기만 한 기억의 상처는 언제나 이렇게 예고 없이 찾아온다.
특히 모든 기억의 흔적들을 다 지웠다고 자신만만하게 살아왔을 때는 더더욱 그 상처의 크기가 크기만 하다. 툭 건네진 사진 한 장에 지난 수십 년 전 일들이 이리도 선명하게 떠오르게 되니 말이다.
이 놈의 사진들을
어떻게든 다 없애야 해!
오늘 소개할 백스물여섯번째 숨은 명곡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 본, 사진첩에 스며든 사랑을 그리워하는 노래로 2008년 차은주 작사/한충완 작곡/박지운 편곡에 차은주가 노래한 'As good as it gets'라는 노래이다.
차은주를 이야기할 때마다 수식어처럼 붙어 다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낯선 사람들'인데 그녀는 1996년 '낯선 사람들' 2집부터 멤버로 참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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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들의 1집 발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고, 또 거기에 따른 응원도 아끼지 않았던 사건이 바로 '이소라'의 탈퇴였는데, 그렇기 때문에 워낙 그룹 내의 보컬리스트로서의 존재감이 컸던 그녀를 대신해 새로운 멤버로 들어온 '차은주'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고, 짐작컨데 이소라의 빈자리를 채웠어야 하는 그녀의 부담감도 굉장히 컸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혹자들은 낯선 사람들 1집과 2집에 대해 '이소라'와 '차은주'의 보컬 대비를 포함해서 엇갈린 평가를 내놓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집은 포크적 성향이 강한 아날로그적 재즈 보컬 앨범이라면, 2집은 보다 세련되고 도시적인 퓨전의 느낌이 강한 앨범으로 분명한 것은 두 앨범 모두 높은 음악성을 내재한 명반이라고 생각이 들고, '차은주'는 이 앨범에서 충분하고도 남는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생각한다.
차은주는 1993년 서문여고 재학당시 출전한 EBS 청소년창작가요제에서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한 발라드곡 '모두에게'라는 노래로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1994년 서울 예술대학 재학 당시에 출전한 아남 델타 가요제에서도 자신의 작사/작곡한 노래인 재즈풍의 '너의 기억에'라는 노래로 금상 등을 수상하였다.
그녀의 공식 K-Pop 데뷔는 아남 델타 가요제의 기념앨범이 다소 재미있는 이름인 '공부 안 하는 사람들 1'로 발매되어 대중에게 선보였기 때문에 1995년으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이후, 전설의 재즈 보컬 그룹, 낯선 사람들에 합류하게 된 그녀는 낯선 사람들 2집을 발매하고 활동을 시작하였으나, 그룹의 리더인 고찬용의 안타까운 공황장애로 모든 음악활동을 중단하게 되고 이는 곧 자연스레 낯선 사람들의 활동 중단, 해체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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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들국화의 최성원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이곳 숨은 명곡에서도 자주 이름을 볼 수 있 수 있는 박용준, 조동익, 이규호, 김세황, 함춘호, 김연우 등의 K-Pop 최고의 뮤지션/아티스트/프로듀서가 참여한 1집을 1998년에 발매하지만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이후, 2000년 김현철과 함께 부른 ‘그대니까요’의 인기로 대중에게 그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녀는 2002년 미국에서 재즈를 공부하고 돌아온 빛과 소금의 장기호가 프로듀서를 맡고, 빛과 소금 원년 멤버인 박성식, 한경훈이 모두 참여한 2집을 발매하게 되는데, 이 또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기엔 힘들다.
솔로 1집과 2집에서도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들을 수록하면서 프로듀서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준 그녀는 3집에 이르러 음악적 방향을 'Jazz'로 확고히 정하고 직접 앨범의 대부분의 노래를 만들어 보다 자신의 색깔을 도드라지게 선보이게 된다.
이 앨범에서는 자신이 즐겨 부른 ‘행복을 주는 사람(해바라기)’과 ‘사랑이라는 이유로(김광석)’의 팝재즈적 편곡과 최대한 어쿠스틱 악기를 활용하는 녹음으로 원곡과는 또 다른 감동을 전달해 주고 있다.
그녀는 이후 국내 재즈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재즈 보컬리스트로 성장하며 2014년 4집 '다시 위로', 2018년 5집 'CHA EUN JOO'를 발매하였고, 2024년 '기억에서만'이라는 싱글 앨범을 선보이며 열정적인 그녀만의 음악생활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오늘 소개할 백스물여섯번째 숨은 명곡은 2008년에 발매한 차은주 3집 'Smile in your eyes'에 수록된 차은주 작사/한충완 작곡/박지운 편곡의 'As good as it gets'라는 노래다.
사실 'As good as it gets'라는 제목은 1997년 전 세계적으로 히트했고 국내에서도 엄청난 마니아가 좋아하는 영화 '이보다 좋을 순 없다'의 영문 제목으로 제70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잭 니콜슨), 여우주연상(헬렌 헌트) 수상작이다.
또한 이 노래의 원곡은 2003년 국내 Top 재즈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한충완' 4집에 수록된 재즈 피아노 곡으로 지난 숨은 명곡 아흔네번째에서 소개한 한영애의 '가을 시선'이 이병우의 기 발매앨범에 수록된 연주곡 '꼬마버섯의 꿈'의 멜로디에 가사를 보태어 멋진 노래로 만든 일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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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박지운의 간결하고 짙은 여운이 느껴지는 전주가 시작되고, 온몸에 힘이 풀린 채 마치 자신의 속마음을 자신에게 털어놓듯 기교 없이 부르는 차은주의 멜로디가 하나둘씩 귓가에 다가오면, 몇 시간 전 친구들이 카톡으로 보내놓은 사진들을 나도 몰래 쳐다보고 있게 된다.
웃지 마라!
진짜 웃지 마라!!
뭐가 그리 즐거운지, 사진 속 활짝 웃고 있는 그녀를 향해 '제발 웃지 말라'고 소리쳐 보고, 또 핸드폰 화면과 전원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눌러봐도 되돌아오는 건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던 우리 내 인연과 그렇게도 무정히 떠나간 그녀에 대한 미움, 그리고 잡지 못했던 어리석고 모자란 내 자존심이 섞여진 참 미묘하기만 한 '후회'뿐이었다.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우린 오랜 시간 참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기억나지 않도록, 기억하지 않도록.
노래는 피아노의 반주를 따라 참 서글프게 끝을 향해 가는데,
이미 들켜버린 내 마음의 심장소리는 점점 더 커져만 간다.
그녀는 혼자일까? 아님 다른 사랑을 이미 찾았을까?
아직까지 기회가 남아 있었다면 그때로 돌아가 다시 말하고 싶다.
다른 사랑 그리는 기다림
내게로 돌려줘요
작사 : 차은주
작곡 : 한충완
편곡 : 박지운
노래 : 차은주
그대 사진을 봐요 보고 싶지 않던 얼굴을
아직까지도 쓸쓸해 보여 맘을 닫을 수가 없어요
웃는 얼굴을 보려 넘기고 또 넘겨보아도
웃는 모습이 외로워 보여 맘을 놓을 수가 없어요
그대 얼굴을 만지고 그대 머릴 넘기며
가만히 안고 슬픔 토닥여줄게요
허탈하고 덧없는 듯 고개 숙인 얼굴로
다른 사랑 그리는 기다림 보고 싶지 않아요 자꾸만 보게 돼요
그대 얼굴을 만지고 그대 머릴 넘기며
가만히 안고 슬픔 토닥여줄게요
허탈하고 덧없는 듯 고개 숙인 얼굴로
다른 사랑 그리는 기다림 내게로 돌려줘요 내게로 다가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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