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내게, 지누 : 1집, JINU # JOKE - 1996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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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날씨가 미쳤나 봐요.
마치 이제 완연한 봄이 올 듯, 지난 포스팅에서 조금은 자신만만하게 거만한 예측을 했던 나를 반성한다. 역시 이 거대하고도 위대한 자연은 언제나 우리에게 '섣부른 조바심'을 가지지 말라는 '삶의 진리'와 '교훈'을 일깨워 주는 것만 같다.
생각해 보면, 이 추운 겨울에 꽁꽁 얼어붙은 우리들 마음이 푸근한 봄바람에 '사르르르' 녹아내릴, 다가올 계절에 대한 간절함이 너무 컸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봄은 아직 올 생각도 없었는데...
뭐랄까, 그 옛날 그때, 하염없이 나만을 기다리던, 그 아이와의 추억처럼...
사랑한다는 말,
혹시 인색하지는 않나요?
연인과 사귀고 난 뒤 얼마 정도 지나면 “사랑해(I Love you)”라고 고백하게 될까.
영국 애버테이대에서 7개국(호주,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프랑스, 폴란드, 영국)의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인과 사귀고 난 뒤 얼마 정도가 지나면 '사랑해'라는 말을 하게 되는지 조사한 재미있는 결과가 있다.
이들은 최근의 연애에서 어떤 상대가 먼저 “사랑해”라고 말했는지, 고백하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인지, 실제 말한 것은 언제인지 물었는데, 7개국 중 6개국에서 남성이 먼저 사랑을 고백했고 오직 프랑스만이 남녀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사랑을 고백하는데,
3~4개월이 걸린다고?
사랑을 고백한 시기는 남녀가 달랐는데 남성은 사귀고 난 뒤 평균 69일 정도가 지나면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고 실제 고백은 평균 107일(3.5개월)이 걸렸다.
이와 비교해 여성은 남성보다 더 오래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평균 77일(2.5개월)이 지나야 사랑 고백을 생각하고, 122일(4개월)이 지나 말을 하게 되는데 이는 남성보다 평균 약 15일 더 긴 수치이다.
그저 이를 하나의 숫자로만 본다면, 명확하고 빠른 의사소통을 하는 요즘 세대의 트렌드와는 다른 결과로 보여, 조금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을 듯도 한데, 어쩌면 그 옛날 그 시절, '사랑'과 '고백'에 무척이나 인색했던 나의 모습을 회상해 보면 개인적으로는 이도 굉장히 빨라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리 초스피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라도, 아직까지는 사랑에 대한 아날로그적 낭만과 신중함이 남아 있는 것도 같아 왠지 어느새 내 입꼬리에 번지는 미소가 흐뭇해지기도 한다.
오늘 소개할 숨은 명곡 백스물다섯번째 노래는 1996년 발표한 지누의 1집에 수록된 사랑에 머뭇거린 우리의 모습을 이야기한 '언젠가 내게'라는 노래다.
예명인 히치하이커(Hitchhiker)로도 잘 알려진 그는(본명 최진우), 시나위의 전 멤버였던 손성훈(보컬), 김주영(드럼), 정한종(베이스) 등과 전사(Warrior)라는 밴드에서 활동했는데, 국내 인디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다가 일본 음악 경연대회의 입상을 계기로 일본 활동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1995년 이승환 4집에 수록된 '부기우기'의 작곡가로 참여하면서 K-Pop에 데뷔했고, 이후 명실상부한 드림팩토리의 핵심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그는 전체 앨범의 디렉팅을 맡은 이승환과 함께 1996년 자신의 첫 독집앨범인 JINU # JOKE를 발매했는데, 이 중 '엉뚱한 상상 (White X-Mas를 기다리며)'라는 노래가 가요 순위프로그램 등에서 히트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다. 참고로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원래 이 노래는 지누가 DJ DOC에게 줄 예정인 노래였다고 하는데, 세상일은 참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걸 또다시 실감하게 되는 에피소드인 것 같다.
지누 1집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유희열, 조원선 등과 같은 우리에게도 참 익숙한 이름들을 볼 수 있는데, 특히 조원선이 작사에 참여하고 또 듀엣으로 함께 부른 '노을질 무렵'을 듣다 보면, 이 앨범이 향후 그의 음악 인생의 큰 전환점 중 하나였던 '롤러코스터'의 시발점 중 하나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는 1997년 야심 차게 준비했던 2집이 대중적으로 큰 흥행에는 실패하게 되고, 약 2년간의 준비 끝에 조원선, 이상순과 함께 '롤러코스터'의 1집을 1999년에 발매하며 새로운 음악 지평을 열게 된다.
https://brunch.co.kr/@bynue/89
그는 2004년 이승환 8집 앨범부터 작곡가 예명으로 '히치하이커'라는 이름을 쓰며 작곡활동을 병행하게 되는데, 2005년에는 DJ JINU라는 예명으로 'Groove Gliding!'이라는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큰 반향을 얻지는 못했다.
그의 작곡 성향이 워낙 독특했기에 그는 여러 기획사로부터 외면을 받아오다가,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최대 히트곡 중 하나인 'Abracadabra'를 작업하게 되면서 일명 히트 작곡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며 국내 Top 기획사인 SM entertainment의 전속 프로듀서가 되고, 이 후 BTS가 소속되어 있는 Hybe의 Superior Professional을 맡게 된다.
이와는 별도로 그의 아티스트로의 활동은 2014년 히치하이커 11(Eleven)이라는 일렉트로닉 장르의 싱글 앨범을 발매하며 국내외의 많은 마니아들로부터 관심을 받았으며 2016년에 발표한 $10라는 노래는 다음 해 열린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노래' 부분을 수상해 높은 음악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또한 2022년에는 그의 새로운 싱글인 'Alone'을 발표하며 여전히 열정적이고 수준 높은 음악활동을 통해 꾸준히 우리들에게 기분 좋은 삶의 활력소들을 제공해 주고 있다.
오늘 소개할 백스물다섯번째 숨은 명곡인 '언젠가 내게'는 그의 솔로 데뷔앨범인 1집, JINU # JOKE에 수록된 지누 작사, 지누/유희열 작곡, 유희열 편곡의 노래로 아마 그 시절 'Toy'의 감성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따끔따끔히 나의 폐부를 찌르는 아련한 추억이 함께 떠오를 감성 충만한 이야기와 멜로디로 가득 차 있다.
전주가 시작되면 그리 튀지 않는 Percussion과 조금은 웅장하리만치 저 밑에서부터 깔려오는 String 사이로 참 '유희열스럽기만 한' 멜로디와 반주를 오가는 Elec Piano와 함께 들리는 지누의 목소리가 머리속 지워버렸던 기억들을 간지럽힌다.
왜 나를 사랑한다
하지 않아?
헤어지기 얼마 전 그녀가 내게 던진 질문이었다.
난 당황했다. 항상 웃고 떠들던 그녀의 작고 예쁜 입술이 잠시 떨리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참 신중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난 무슨 말로 그녀의 질문을 회피하려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그녀를 충분히 안심시켜주지 못했던 것은 분명하다.
그 일이 있은 후, 우린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졌으니.
세월이 한참 흐르고, 이제 내일 당장 쓰러져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가 된 지금, 돌이켜 보면 난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게 아니라,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혹시라도 다시 그때, 그 자리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녀에게 꼭 답하고 싶다.
사랑해!
너를 처음 본 그때부터
작사 : 지누
작곡 : 지누, 유희열
편곡 : 유희열
노래 : 지누
그렇게 슬퍼하지 마 지나간 일일 뿐이야
난 그냥 너를 모른 채 지금껏 살아왔다 생각해
한 번도 말한 적 없지 널 사랑한다는 걸
언제나 넌 기다리며 조용히 그렇게 서 있었어
멀리서 널 지켜보곤 해 가끔씩 아무도 모르게
우리 이젠 서로 바라볼 수도 느낄 수도 없어
행복하길 바라겠어
언제까지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길 바라고 있어
언젠가 내게 말했지
처음으로 느낀 것이라며 울먹이던 모습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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