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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K-Pop 명곡 II, 백스물넷

그대 때문이죠, 나원주 : 2집, 미녀와 야수 - 2005

by Bynue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아주 쬐~~~~끔,
따뜻해진 것 같지 않나요?


역대급 따뜻한 겨울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던 지난 초겨울, 나름의 풍요롭고 뜨뜻미지근한 계절을 즐기고 있던 차, 어느 날 갑작스레 마음과 몸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무대뽀 직진으로 추운 칼바람을 뿌려대기 시작했던 날씨는 12월 3일 그날의 '소름'과 함께 겹쳐져서, 개인적으로는 평생 가장 춥게 느껴지는 겨울이 되어버렸다.


얼마 전 봄의 문이 열리고 있음을 알리는 '입춘'이 무색하게도, 연일 영하 10도가 일상이 되어버린 '한파'는 봄이라는 계절의 희망을 빼앗아 버린 듯 그렇게 우리의 모든 삶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 것만 같다.


돌아보면, 영하의 날씨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도, 주변의 사람들도,

그리고 세상 모두 한참 동안 참 추웠었다.


며칠 전 오늘도 날카롭고 매서운 칼바람이 두려워 여느 때와 같이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를 챙겨 나온 어느 아침, 잊고 살았던 아련한 봄의 소리를 들었다.


스크린샷 2025-02-16 오후 12.13.17.png 2025년 2월 14일 대한민국 전국 날씨(기상청)


무기력함은 전염병


언제나 참 부끄럽고 얼굴 빨개지는 일이긴 하지만, 며칠 전 지난 몇 주 동안의 내 포스팅들을 다시 둘러보니 작년 말부터 시작된 듯한 나의 무기력함과 우울감이 그대로 노래의 선정이나 글 속에 녹아내려져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리 모두는 '긍정의 힘'을 믿어 의심치 않듯이 무기력함 또한 나의 삶 곳곳에 파고들어 나의 삶을 피폐화시키고, 마치 징하디 징한 바이러스와도 같이 주변의 사람들 까지 널리 퍼지게 만드는데, 이제 뜨뜻했던 아랫목 안에서 움츠렸던 두꺼운 이불을 걷어찰 때가 온 것이다.


정말 희미하고 미약하긴 했지만,

우리를 찾고 있는 따뜻한 봄의 온기를 들었으니!


천재적 재능을 타고난 뮤지션,
나원주


이미 숨은 명곡 여섯 번째, 자화상 1집에 수록되어 있는 '어쩌란 말인지'와 서른일곱 번째 나원주 1집의 '니가 아니야'를 포스팅하면서 소개했던 나원주는 작사, 작곡, 편곡뿐만 아니라 피아노 연주의 뮤지션으로도 정평이 나있으며, 특히 독특한 그의 '저음', 그러니까 낮은데 얇은 그의 목소리에서 울려 퍼지는 감성은 K-Pop의 그 어떤 보컬리스트와 비교해도 참 유니크한 것만 같다.


우리는 이런 모든 것을 가진 아티스트에게 감히 '천재'라는 말을 붙이곤 하는데, 나원주 또한 이런 부담스러운 단어와 어울려도 손색이 없는, 진또배기 타고난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라 해도 그 누구의 딴지나 반대에 자유롭지 않을까 싶다.


https://brunch.co.kr/@bynue/22


https://brunch.co.kr/@bynue/94


지난 포스팅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그는 제7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의 대상으로 데뷔하여 다음 해 대상 수상자인 정지찬과 함께 '자화상'이라는 듀엣으로 활동하였고, 2003년 각자 솔로로 독립해 1집, 2005년도에 2집을 발매하였다.


잠시 정체기를 가졌던 그는 정말 오랜만인 2010년에 3집, 무려 8년 만인 2018년에 4집을 발매해 그의 왕성한 활동을 항상 기대하는 나에겐 언제나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변치 않은 멋진 노래들을 꾸준히 선사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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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주가 발표한 정규 및 싱글 앨범 표지들


영화 OST 전체가
개인의 앨범


오늘 소개할 백스물네번째 숨은 명곡은 2005년 나원주 2집에 실린 나원주 작사/작곡/편곡의 '그대 때문이죠'라는 노래로, 특이하게 이 앨범 전체는 류승범, 신민아 주연의 '야수와 미녀'의 OST로도 함께 발매되었다.


영화의 OST 전체를 아티스트 개인의 앨범으로 발매하는 일은 흔하지 않은 일인데, 그래서 그런지 총 11개의 트랙에 담긴 그의 노래들은 하나같이 영화적 스토리를 가진 가사와 멜로디로 노래를 들을 때마다 영화 속 장면 장면들이 떠오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영화 '야수와 미녀'는 ‘괴물’ 소리 전문 성우 ‘구동건’(류승범 분)은 앞이 보이지 않는 ‘장해주’(신민아 분)는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자신의 모습을 궁금해하는 해주에게 잘 나가는 고교 동창 킹카 검사 ‘탁준하’(김강우 분)의 외모인양 자신을 설명하게 되는데, 해주가 수술을 받고 눈을 뜨게 되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게 되고 또 준하가 해주에게 반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재미있게 풀어낸 정통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로 2005년 가을 개봉했으며 관객 수 130만 명의 흥행성적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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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범, 신민아 주연의 '야수와 미녀'의 포스터와 스틸 사진들


단언컨대,
들으면 기분 좋아지는 노래


두 주인공의 알콩달콩한 사랑의 장면에 흘러나오는 '러브신' 테마곡인 '그대 때문이죠'는 들을수록 얼굴에 나도 알 수 없는 미소가 지어지는 노래로, 사람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미지의 무슨 마법을 뿜어 대는 노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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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발매된 야수와 미녀 OST이자 나원주 2집의 앨범 표지


나원주의 노래 중에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품들은 대부분이 그의 애절하고 호소력 짙은 음색과 멜로디가 인상적인 일명 나원주표 '발라드'들이 많아 어떤 이들은 그를 '감성 발라더'라고도 부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숨어있는 진가 중 하나는 잔잔하게 사람의 마음과 기분을 따뜻하게 만드는 '미디엄 템포'의 '그대 때문이죠'와도 같은 노래라고도 생각이 드는데, 흔히 이지 리스닝이라 부르며 일부 음악성을 폄하하는 이런 곡들이 실제 작곡을 해보다 보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애정이 필요한 작업으로 정말 아는 사람만이 인정하는 멋진 곡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게 까지 곡의 내부를 들여다 보고 또 분석해 보지 않아도 이 곡은 그냥 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웰메이드 곡으로 재즈, 퓨전, 시티팝, 디스코 등 다양한 음악적 요소들이 곡안에 내재해 있는데, 특히 중간 간주에서 울려 퍼지는 Brass의 편곡이 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흔들흔들거리는 내 엉덩이를 주체할 수 없게 된다.


조금은 뻔하긴 하지만 노래가 마지막으로 다다를 때 즈음 바뀌는 빅밴드 스타일의 재즈 스윙 편곡도 마치 하나의 뮤지컬의 피날레를 보는 듯 새로운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하다.


오늘같이 무료한 일요일 오후,

층간 소음이라며 초인종에 잠시 불이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살짝 볼륨은 평소보다 키워 놓은 채로,

추운 겨울의 매서운 냉기에 굳게 닫혀 있던 우리들 방 작은 문을 잠시 활짝 열어 보는건 어떨까?


아마 겨울내내 지푸렸던 우리 모두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들 맘엔
이미 봄이 자리 잡았으니!





그대 때문이죠

나원주, 2집 미녀와 야수 OST - 2005


작사 : 나원주

작곡 : 나원주

편곡 : 나원주

노래 : 나원주


언제나 내게 사랑은 멀게만 느껴졌는데 믿을 수 없는 그 얘기들처럼

내 맘에 있던 그댄 어느새 내게 다가왔죠


조금 어색해 보이고 어쩌면 바보 같아도 이런 내 모습이 그대의 눈에

아마 사랑이라고 느껴질 거라 믿을게요


저 하늘을 봐요 눈부신 햇살이 우릴 비춰주고 있는 것 같아요

힘들었던 날도 그리워하던 날도 모두 잊혀져버릴 만큼 좋은 건

바로 그대 때문이죠


바라보기만 했었고 말고 잘 꺼내지 못한 이런 내 모습을 조금이라도

좋아해 줄 거라곤 생각도 할 수 없었는데


저 하늘을 봐요 눈부신 햇살이 우릴 비춰주고 있는 것 같아요

힘들었던 날도 그리워하던 날도 모두 잊혀져버릴 만큼 좋은 건

바로 그대 때문이죠


라라라라 라라 라라라라 라라--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Tz3M1I_rL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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