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란 말인지 : 자화상 1집 -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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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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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오디션 혹은 경합 프로그램 풍년(?)이 수년 동안 계속되는 듯하다.
예전에는 흔히 가창력 위주의 보컬리스트를 뽑는 오디션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보다 그 장르나 형태가 굉장히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느낌이 든다.
돌이켜 그 역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1980년 첫 방송을 시작한 가장 롱런하고 있는 장수 프로그램인 '전국 노래자랑'이 있을 것이고 중간에 폐지/부활의 시간이 아니었다면, 가장 오래된 프로그램이었을 MBC 대학가요제(1977년 첫 방송, 2012년 폐지, 2019년 부활)도 여전히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후, 슈퍼스타 K의 전국 흥행에 우후죽순 생긴 방송사 별 음악 경연 프로그램들은 한 때 유행처럼 번져, TV 리모컨을 돌릴 때마다 등장하다가 어느새 모두 자취를 감추나 싶었었는데, '쇼미 더 머니'와 같은 장르적 특색을 갖춘 프로그램들의 새로운 '롱런'이 시작되고, '미스 트롯'과 같은 프로그램은 새로운 트롯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이젠 밴드 오디션, 예전 가수의 Rebirth 등 각자의 특색 있는 경연으로 발전해 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프로듀스 101의 투표 조작 사건으로 알려지게 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어두운 면들은 '젊은 청년의 꿈'을 돈과 맞바꾸었던 어른들의 부조리를 보는 것 같아 참 씁쓸했었다.
에휴~
어디가나. 저런 것들은...
이런 오디션의 풍년 속, 오랜기간동안 K-Pop의 또다른 수준을 묵묵히 높혀온 경연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아는 사람은 모두 아는(?)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이다.
초기의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는, 음악 오디션 중에서도 심사 기준이 엄격하기로 소문났던, 진짜 실력 있는 뮤지션을 뽑기 위한 등용문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젠 흐릿해져 버린 나의 기억이 아직 정확하다면, 오직 솔로로만 참가가 가능했고, 작사/작곡/편곡/연주/노래를 모두 혼자 소화해야만 했다. 아마도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천재 뮤지션 '유재하'가 그러했기 때문에 최소한 그 정도의 능력을 갖춰야 하는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으리라 추즉된다.
그렇기에, '조규찬', '고찬용', '유희열', '방시혁' 등과 같은 걸출한 뮤지션과 프로듀서들이 이러한 혹독한 기준을 통과하여 데뷔하였고, 그들 또한 우리나라 음악산업의 새로운 기둥으로 수많은 작품과 아티스트를 길러냈다.
이미 눈치챈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내가 소개하는 음악 아티스트나 프로듀서 중에서 초기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출신이 유독 많은 이유는 오직 '음악'만을 보고 심사했던 그 시절의 순수성이나 냉철함에 있지 않을까 싶고, 당연히 그들이 만들어낸 수준 높은 음악 또한 '명곡'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소개할 '어쩌란 말인지'라는 노래는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출신 듀오인 나원주(7회), 정지찬(8회)이 만든 '자화상'이라는 그룹의 노래로 자화상 1집(1997년)에 수록되어 있다.
자화상은 1997년, 1998년 2년 동안 총 2개의 앨범을 발매했는데, 두 앨범 모두 명반이라 할 만큼 노래의 만듦새나 구성이 짜임새 있고 음악성이 풍부했다. 다만 이후 이들은 각자의 음악의 길로 떠나게 된다.
이후 이들은 이문세, 이소라, 윤종신, 김현철, 성시경, 이한철, BMK 등과 같은 아티스트와 함께 프로듀서로 작업하여 대한민국의 많은 명곡들을 만들어 냈으며, 나원주는 솔로로 정지찬은 주로 '주식회사', '원 모어 찬스'와 같은 그룹/듀오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정지찬의 경우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출신인 박원(19회)과 '원 모어 찬스'를 결성했었는데 난 이 둘의 케미가 예전의 '자화상'을 보는 듯했다.
자화상 1집은 저음의 매력이 돋보이는 보컬리스트 나원주의 목소리와 정지찬의 감성이 잘 어울린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자화상이 데뷔했을 때는 '김동률' '서동욱'의 '전람회'와 비교되기도 했었는데, 나원주와 김동률이 가진 보컬 음색과 추구하는 음악적 색깔이 비슷했기 때문일 것 같다.
두 그룹 모두 뭐하나 흠집잡을 수 없는 훌륭한 뮤지션임은 말할 것도 없지만, 보컬리스트로의 개성만 생각한다면, 김동률은 좀 더 소리의 묵직함이 묻어 나오는 진성의 느낌이 있고 나원주는 약간은 이 보다는 가볍지만 소리에 묻어나는 탁성이 있어 허스키함이 약간 베어있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앨범 자체가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탓에 유독 느린 템포의 곡들이 많은데,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나의 고백'이나 '별이 되어 내리는 비'와 같은 노래도 좋지만 오늘 난 조금은 흥겹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어쩌란 말인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발라드=자화상
이와같은 공식은 잠시 잊어버리자!
어쩌란 말인지는 관악기(Brass)의 편곡이 꽤나 흥겹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미디엄 템포의 노래인데, 후반부 마치 징글과 같은 후렴구는 나원주의 보컬과 잘 어우러져 입안에서 노랫소리를 계속 흥얼거리게 한다.
노래의 내용은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인데, 가사의 내용과는 달리 경쾌한 멜로디가 뭔가 아이러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만 같다. 이별이란게 사실보면 아이러니한 것일 테니 말이다.
그래..
헤어진 줄 알았는데,
아직 헤어지는 중이었던, 그런 이별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헤어진 게 아니였나?
함께 했던 순간순간이 진심으로 충실했다고 생각된다면, 서로가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헤어짐의 시간을 주는 게 배려가 아닐까? 우리는 완벽하지 못한 사람이기에, 가끔은 다시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오더라도, 혹은 참지 못해 애원하고 화를 내더라도 말이다.
누구에게는 또 다른 괴로운 순간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런 기다림이 서로를 위한 마지막 예의는 아닐런지?
비 오는 오늘, 지난날 잊지 못해 한참을 괴로워했던 그때의 나에게,
훌훌 털어버리라고 말해 주고 싶은 노래, 자화상의 '어쩌란 말인지'를 듣고 싶다.
작사 : 자화상
작곡 : 자화상
편곡 : 자화상
노래 : 자화상
매일매일 반복되는 하루 오늘 하루도 그렇게 지나
너의 집 앞에 난 그냥 서서 너를 기다렸지
너와 헤어진 그날 이후로 조금 울면 된다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나만의 작은 착각이었었지
바보 같은 기다림이란 걸 알아
하지만 넌 이런 내 맘 정말 모를 거야
날더러 어쩌란 말인지 너를 사랑하고 있는데
도대체 왜 아무 말도 없는 거니 날더러 어쩌란 말인지
언제 어디에서 찾아올지 모르는 게 사랑이라지만
이렇게 쉽게 떠나갈 줄도 정말 몰랐었지
아직 내가 해야 할 일들과 살아갈 날이 너무 많다는
그런 말들은 나에겐 아무 소용이 없었지
나는 너를 잊었다고 말하지만 시간은 내 빈자릴 채워주지 않았어
날더러 어쩌란 말인지 너를 사랑하고 있는데
도대체 왜 아무 말도 없는 거니 날더러 어쩌란 말인지
바보 같은 기다림이란 걸 알아
하지만 넌 이런 내 맘 정말 모를 거야
날더러 어쩌란 말인지 너를 사랑하고 있는데
도대체 왜 아무 말도 없는 거니 날더러 어쩌란 말인지
https://www.youtube.com/watch?v=ZQte97Kz6_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