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작은 두 손엔 : 들국화, 우리 노래 전시회 II -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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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던 예전, 아마도 내 문화적 독립심이 무럭무럭 커져갔던 그 때,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중학생 시절 그 어느날일 것도 같은데, 유재하 1집과 들국화 1집을 가지고 친구들과 어떤 것이 더 명반인지 실랑이를 벌인적이 있다.
유재하 VS 들국화
생각만 해도 그냥 가슴이 벅차오른다.
만약 둘 중에 무조건 한 표를 던져야 한다면, 당신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이 위대한 두 뮤지션에 대해서 객관적 평가를 통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우위의 결과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런지? 그만큼 두 뮤지션이 가진 음악적 천재성은 누가 더 훌륭하다고 말하는게 의미 없을 정도로 특별했다. 그리고 그들이 한국 음악 역사에 끼친 영향 또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그래, 쓸데없이 무의미한 논쟁으로 시간 허비하지 말자.'
그래도 그때를 돌이켜 기억의 조각을 짜 맞추어보면, 아마도 서로의 앨범에 대해 개인적인 취향이나 주관적 평가를 가진 일명 '유재하파'와 '들국화파'들은 이런 실랑이들로 상대방을 설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유재하 1집이 더 명반이고 천재적이다.
왜냐하면 한국에 없던 새로운 수준의 음악을
직접 혼자 작사/작곡/편곡/연주/노래를 완벽히 소화했으니 말이다.'
'아니다. 들국화 1집이 더 명반이다.
앨범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게 더 어렵다. 들국화 1집이야 말로 멤버 간 음악적 조합이나 배려를 통해 최고의 앨범이 탄생한 거다.'
누구의 말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는 이 글을 읽는 사람에 따라 틀리겠지만, 어쨌든 이 두 천재 뮤지션들의 첫 번째 앨범이 K-Pop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중 하나였다는데에 이견을 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 다시 말하겠지만, 이건 취향의 차이일 뿐이지...'
그래도 그때의 너무 진지했던 어린날의 내 모습이 기억날 때면, 한번씩 '피식'하고 웃게 된다.
오늘 소개할 들국화의 '너의 작은 두 손엔'은, 여기 두 명반 내에 수록된 곡은 아니다. 사실 두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들은 워낙 대중들에게 이미 많이 알려진 훌륭한 노래들이라 '숨은' 명곡이라 하기 어렵다.
'너의 작은 두 손엔'은 들국화 정규앨범이 아닌 당시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시조와 같았던 '우리 노래 전시회'라는 옴니버스 앨범 2집에 수록되어 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겠지만, 우리 노래 전시회는 총 4개의 앨범을 냈으며 그중에서도 1집, 2집 등은 K-Pop 명반을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훌륭한 앨범들이다.
그런데, 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사실 이 노래가 처음 실린 앨범은 '우리 노래 전시회'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 기억을 좀 더 자세히 더듬어 봐야 하긴 하는데,
1986년인지 1987년인지 가물가물 하지만, 아마도 정황상 1986년이 정확할 듯싶다.
들국화 1집을 미친 듯이 듣고 있던 나에게, 친구가 빌려준 카세트 테이프 하나...
그건 삼성전자에서 만든 뮤직 플레이어 MyMy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카세트 테이프이었고, 그 안에 '너의 작은 두 손엔'이 최초로 수록되어 대중에게 알려졌다.
후에 알게 된 일이 지만, 이 노래는 삼성전자가 Let's be friends라는 슬로건으로 MyMy 제품을 마케팅하기 위해 진행한 캠페인 중 하나였는데, 노래 가사를 공모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MyMy를 구매하면 비매품으로 이 노래가 수록된 카세트 테이프를 증정했다.
어쨌든 이제와 생각해 보면, '삼성전자가 그 오래전에 들국화와 함께 이런 캠페인을 했었구나'라는 또 다른 신기함도 밀려오고, 이젠 할아버지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그때의 마케팅 담당자의 선구안과 노력에 감탄과 칭찬을 아까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의 기획이 없었다면 이 처럼 멋진 노래가 나오지 않았을 테니...
이렇게 선보인 들국화의 '너의 작은 두 손엔'은 이후 앞서 이야기한 우리 노래 전시회 2집에 실려 정식 앨범으로 대중에게 전해지게 된다.
가사는 일반인이 작사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시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인데, 안타깝게도 이 곡을 작사한 안현미 씨는 이후 별다른 작품 활동을 하지는 않으신 것으로 보인다. 아마 작사가나 혹은 다른 예술 활동을 계속하셨어도 성공하셨을 텐데...
노래 가사를 두고는, 그때 당시에도 해석에 다양한 의견이 참 많이 있었는데, 사랑하는 연인과의 만남 그리고 이별을 노래한 가사라는 이야기도 있었고, 아이가 성장해 가며 사랑하는 이야기라는 주장도 있었다. 물론 가사 그대로 나무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꽤 많았던 것 같고...
분명 밝고 환한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데, 뭔가 모를 슬픔과 먹먹함도 동시에 가사에 녹아져 있다. 되짚어 볼수록 참 묘한 느낌의 가사인 것 같다.
노래의 시작은 하이톤의 어쿠스틱 피아노 반주로 시작되는데 점차 일렉 피아노와 함께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 어느 판타지 세계에 온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그리고..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전인권'의 노래.
아마도 가사에 슬픔이 녹아져 있는 듯하다고 느끼는 건, K-Pop 역사상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할 전인권 특유의 감성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노래를 들었던 그 때의 내 어린 시절은 참 외롭고도 어려운 시기였다.
물론 주변에 멋진 친구들과 가족들도 있었지만, 모든걸 채워주진 못했다. 그럴 때 난, 이 노래를 들으며 그 우울함과 괴로움을 달랬던 것 같다. 감당하기 힘들었던, 어지러운 세상을 향해 나를 위해 크게 소리쳐 주는 것만 같았다.
어느 한 날에는,
온몸에 전율이 말할 수 없는 감동으로 날 흐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이젠 30여 년이 훌쩍 넘은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여전히 작은 두 손에 위안과 위로를 전달해 주는 노래.
어깨를 '툭'치며 괜찮다고 해줄 친구 같은 노래.
'너의 작은 두 손엔'을 듣고 싶다.
훗, 그래
오늘은 들국화 니가 1등이다!!
작사 : 안현이
작곡 : 들국화
편곡 : 들국화
노래 : 들국화
내 마음속에 가는 햇살이 스며들던 날
넌 따스함 사이로 풀잎으로 달려왔어
작은 두 손엔 무엇인지 빛나는 걸 가득 담고서
네 눈동자 위로 왠지 바람이 머물던 날
넌 멀리 파도의 향처럼 속삭임으로 다가왔어
작은 두 손엔 무엇인지 화사한 걸 가득 담고서
물오른 나무 되어 많은 꿈을 피웠을 때
우린 부서지는 눈빛 뜨거운 호흡
웃어버린 추억 우린 느꼈지
그늘진 한 하늘 사이 내리던 비가 슬펐던 날
넌 나즈막히 내게 말했어 마주 서서 행복하다고
작은 두 손엔 무엇인지 소중한 걸 가득 담고서
https://www.youtube.com/watch?v=qIImGeioW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