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크리스마스, 정연준 : 1집 - 1993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가장 설레는
공휴일은?
대한민국의 공휴일은 선거날과 특별휴일과 같은 비정규적 휴일을 제외하고 총 12일로, 신정, 설날, 삼일절,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부처님 오신 날,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 추석, 한글날, 크리스마스이다.
물론 잠깐 꼰대의 마인드로 생각해 보자면, 모든 공휴일엔 각기 그 의미가 있고 또 그렇기 때문에 휴일로 지정된 것인데, 요즘은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노는 날'로만 생각되어 가는 게 조금은 아쉽기는 하지만,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은 사람들은 지치고 힘든 노동의 현실에서 잠시나마 재충전의 시간을 갖게 도와주는 공휴일이 삶의 작은 '단비'처럼 느껴지는 건 당연할 일일테다.
어쨌든 공휴일에 대해 그리 진득하고 깊숙이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최소한 나에게 있어선 모든 공휴일은 언제나 기다려지는 참 '설레는' 존재이기만 한데, 이렇게 휴일 하나하나를 뜯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많은 사람들도 격하게 고개를 같이 끄덕거릴, 제일 '설레는' 휴일은 아마 '크리스마스'가 아닐까 싶다.
크리스마스가 가장 설레는 까닭을 나름대로 추론해 보면, 우선 한 해를 마무리 짓는 연말이라는 그 '시기'가 가장 큰 이유로 아무래도 경직되었던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은 느슨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대표되는 계절의 날씨, '눈'이 주는 감성 또한 큰 역할을 해왔다.
또한 아주 어릴 적부터 학습해 온 '산타', '썰매', '선물' 등 각종 훌륭한 오브제와 스토리들은, 우리에게 언제나 아련한 '꿈'과 '환상'을 주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도대체 이만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휴일이 또 있을까?
결정적으로 '크리스마스=사랑'의 공식으로 말미암아 가족, 연인 등에겐 빼놓을 수 없는 한 해 최대의 이벤트임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팩트이고, 그렇게 때문에 혹자들에겐 엄청난 준비와 정성을 쏟아부어야 하는 '부담'의 아이콘으로, 다른 이들에겐 혼자 쓸쓸히 보내야 하는 '외로움'의 아이콘으로 우리 곁에 오랫동안 함께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와 얽히고 섥힌 추억들은 우리 모두들 한두 개씩 지니고 있을 것 같는데, 나의 경우에도 지금은 웃음을 참지 못할 재미있는 '배신'의 경험이 크리스마스에 남아있기도 하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무엇을 하셨나요?
소셜 데이팅 앱 정오의 데이트에 따르면 총 1만 3688명이 참여한 2024년 ‘나의 크리스마스 계획은?’이라는 설문조사에서, 남녀 모두 1위로 ‘추운데 집이 최고, 방콕 예정’이라는 답변이 선정됐다고 한다.
‘방콕 예정’ 응답은 남성 47%, 여성 40%로, 남녀 모두에게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고 남성의 경우, ‘크리스마스에도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요’라는 답변이 15%로 2위를 차지한 반면, 여성은 ‘송년회 혹은 친구 모임 예정이에요’가 22%의 지지를 받으며 2위에 올랐으며, 3위 역시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는데, 남성은 ‘송년회 혹은 친구 모임 예정’(14%), 여성은 ‘썸 혹은 애인이 아니어도 이성을 만날 예정’(15%)으로 나타났다.
크리스마스조차 잊어버린
모든 게 멈춰 섰던 지난해
사실, 크리스마스는 일반 모든 사람들의 '설렘'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소소하고 작은 공간이지만 이곳에 글을 쓰거나 유튜브에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크리에이터라면 굉장히 좋은 아이템일 텐데, 지난 2024년은 위의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지만 평생 경험해 보지 못했던 어이없는 국가적 사건에 모든 게 멈춰 있었던 것만 같다.
아마 평소의 나였다면 크리스마스에 어울릴 만한, 혹은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수많은 숨은 명곡을 소개하고자 했을 텐데, 나조차도 무언가 큰 망치에 맞은 듯 아무것도 못한 채로 있었던 것만 같다.
시간은 다시 흘러 또 다른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지만, 지나간 크리스마스의 안타까움을 생각하며 오늘은 이와 관련된 숨은 명곡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 흑인음악의 프런티어,
정연준
https://brunch.co.kr/@bynue/15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 2022년 2월, 두 번째 숨은 명곡으로 소개한 그룹 모래시계의 멤버이자, 업타운의 프로듀서로 오랜 기간 활동하며 K-Pop 내 흑인음악을 소개했던 선구자로도 이미 잘 알려진 정연준은 중고등학교 동기생 천성일과 1990년 데뷔했다.
이후 그는 1992년 김형석, 박선주, 임기훈, 조규만, 이두헌 등의 숨은 명곡 시리즈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프로듀서/뮤지션 등이 참여했고 정연준 자신도 일부 작곡에 참여한 자신의 첫 번째 솔로앨범을 처음으로 내놓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앨범은 굉장히 작은 소수만 발매되고 역사 속에 묻히게 된다. 그래서 이 앨범은 흔히 정연준 0집으로 불리며 팬들 사이에서 조차 희귀 앨범으로 불리고 있다.
정연준은 다음 해 히트 드라마 파일럿 OST에서 윤상이 작곡한 타이틀곡 Pilot을 불러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고, 이 앨범에서 자신이 작사/작곡한 '하늘 끝까지'를 싣기도 했다.
그리고 같은 해 크리스마스인 1993년 12월 25일, 그는 자신의 첫 번째 솔로 앨범을 대중에게 선보이게 되는데, 오늘 소개할 백스물세번째 숨은 명곡인 정유진 작사/정연준 작곡/안윤영 편곡의 '슬픈 크리스마스'가 수록되어 있다.
기존 0집과 1집의 차이라고 한다면, 정연준이 모든 곡의 프로듀서로 작사/작곡/편곡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인데, 아마도 이러한 부분에서 0집이 역사 속에 묻힌 이유를 추정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솔로로서의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정연준은 이후 프로듀서로서 많은 가수의 앨범에 참여하게 되는데, 1997년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업타운을 결성하여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한다.
2005년에는 Ann과 함께한 슬로우잼을, 2007년에는 솔리드와 함께 '소울타운'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고, 2015년에는 Back to Analog라는 솔로 디지털 싱글을 발매하기도 했으며 2016년에는 다수의 CCM 싱글 앨범들을 발표했다.
2023년 그는 김보형, 베이빌론, 로렌 에반스 등 새로운 멤버들과 그의 솔로 싱글 앨범명이었던 Back II Analog을 따라 베스트앨범을 발매하며 UPT(업타운)으로 K-Pop에 다시 컴백하여 아직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 소개할 백스물세번째 숨은 명곡은 정연준 1집에 수록된 정유진 작사/정연준 작곡/안윤영 편곡, 정연준이 노래한 '슬픈 크리스마스'라는 노래다.
참고로 앨범에는 모든 노래의 작곡과 편곡이 '정연준'으로 되어 있는 반면 실제 저작권자는 Computer Programing(시퀀싱, 미디 등)을 담당한 것으로 표기되어 있는 '안윤영'으로 검색이 되기에 본 포스팅에서는 저작권 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현 상황에 따라 '안윤영'으로 표기하였다.
이 노래는 정연준이 가장 아끼는 노래 중 하나로도 알려져 있는데, 그의 1집은 물론, 업타운 2집, 그가 새롭게 발표한 2015년 싱글 앨범에도 각기 다른 편곡으로 수록되어 있다.
우리 헤어져.
어둑해진 크리스마스 오후, 눈 오는 어느 쓸쓸한 골목에 위치한 카페 안.
흥겨운 캐럴송도 이젠 점점 희미해져 가고, 한참 동안 서로 바라보고 있는 나 그리고 그녀.
그렇게 천천히 우리 귓가로 다가오는 노래의 피아노의 전주는 그 옛날 우리가 함께한 추억 속 그 자리로 안내하고, 그녀로부터 건네받은 작은 카드 하나를 열어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일어나 하염없이 내리는 눈 속으로 사라져 가고, 말하지 않아도 오늘이 우리의 마지막임을 깨닫게 될 때 즈음, 어느새 피아노 사이로 울리는 베이스와 서글프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한 정연준의 간절한 노랫소리에 문득 나도 다시 그녀를 찾아 헤매지만, 수북이 머리 위로 쌓인 눈이 무거워질 때까지 멍하니 아무도 없는 골목길에 눈사람이 되어가는 내 모습에 울컥해진다.
헤어질 거면,
크리스마스 전에 말하지!
훗날 깨닫게 된 사실이지만, 이 노래가 내게 진짜 '슬펐던' 이유는 들을 때마다 선명하게 그때의 기억을 똑같이 그려주는 이 노래의 가사 때문에 잊고 살았던 그녀와의 추억, 그리고 슬금슬금 올라오기 시작하는 그녀에 대한 알 수 없는 분노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토록 모질었던 그녀를 아직도 잊지 못하는 모자란 '나',
참 못난 바로 '나' 때문이었다.
작사 : 정유진
작곡 : 정연준
편곡 : 안윤영
노래 : 정연준
크리스마스 다가온 이 밤
거리에 가득 넘치는
징글벨 캐럴 속으로
멀어져 가는 그대여
그대 내게 전해준
마지막 카드 속에는
아무 의미도 없이 작게 쓰여진
Merry christmas~
안녕이란 말도 없이 사라져 가네
하얀 겨울 속으로
하염없이 창밖에는 눈이 내리네
그댈 볼 수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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