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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K-Pop 명곡 II, 백마흔아홉

사랑하는 날에, 서영은 : 미술관 옆 동물원 - 1998

by Bynue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첫눈에 반하는 순간
0.2초!


흔히 유명 사랑 인류학자이자 심리학자라고 알려져 있는 Helen Fisher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0.2초~4초 만에 상대에게 강한 호감이나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때 뇌에서는 도파민, 노르아드레날린, 옥시토신 등 ‘사랑 호르몬’이 분비되며 심박수와 집중도가 높아진다.


개인적으로 추측컨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문득 찾아오는 기괴한 이러한 현상을 두고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고, 영화, 드라마, 음악, 미술 등 온갖 예술분야에선 로맨틱한 순간으로 포장되어 온 것도 사실이지만, 사실 안타깝게도 이는 순간의 증폭된 감정 선의 변화일 뿐 이를 사랑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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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7년에 있었던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 연구에선 참가자의 약 49%가 인생에서 한 번 이상 ‘첫눈에 반함’을 경험했다고 답했지만, 이 감정을 ‘사랑’으로 정의한 경우는 절반 이하였고, 미국 eHarmony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61%가 첫눈에 반한 경험을 ‘관계의 시작’으로 이어갔다고 답했지만, 장기적 사랑으로 발전한 비율은 30% 안팎이라고 한다.


결국,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첫 만남에서 상대방이 내게 전달해 주는 시각적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며, 신체 언어·얼굴 표정·목소리 톤 등이 순식간에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하는 것이라 할 수 있기에 과학적으로 “순간적인 강한 호감이나 매혹을 느끼는 현상” 일 뿐, 곧바로 깊고 안정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장기적인 사랑으로 발전하려면, 이후 신뢰, 공감, 함께한 경험 등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돌고 또 돌아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상식적 사실로 귀결되었을 때의 허무함은 어쩔 수 없지만, 결국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평범하고도 보편적인 진리인, '시간'이라는 절대적 요소가 우리 모두에겐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연인의 약 40%~73%가 오랫동안 서로 잘 알고 지낸 친구로 시작된 경우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평균적으로는 68%가 친구 기반에서 연애 관계로 발전했다고 하고 이를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K-Movie를 대표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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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스틸 컷들


오늘 소개할 백마흔아홉번째 K-Pop 숨은 명곡은 1998년 개봉한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의 OST에 수록된 김양희 작사, 김대홍 작곡/편곡, 서영은이 노래한 '사랑하는 날에'라는 곡이다.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은 영화 '집으로'로도 유명한 이정향 감독의 데뷔 작품으로 '심은하(춘희 역)', '이성재(철수 역)'가 출연하였고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촬영, 따뜻한 영화의 색감과 분위기, 담백한 대사들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90년대 감성 멜로”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다.


잠시 영화의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군대에서 전역한 철수는 오랜만에 만나려던 연인을 찾아가지만, 그녀는 이사를 가 버린 상태이고, 대신 그 집에는 영화 시나리오를 준비 중인 춘희가 살고 있는데, 우연히 같은 공간에서 지내게 된 너무나도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은 처음엔 티격태격하지만, 춘희가 쓰는 시나리오 속 등장인물이 점점 철수와 그녀의 실제 모습과 닮아가며 묘한 감정이 싹트게 된다.


특히, 미술관을 좋아하는 춘희와 동물원을 좋아하는 철수가 서로의 다름을 극명하게 보여줬던 영화 속 이정표가 나중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매개체로 변모하게 되는 것을 비교하며 보는 것도 꽤 재미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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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결국 사랑을 알게 되는 중요한 이정표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서영은은 대학 재학 당시에서부터 라이브 재즈 클럽의 학생 밴드로 활동하다, 그룹 투-파이브-원을 결성하여 공연을 하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국내 재즈계 레전드인 신관웅 밴드에서 보컬리스트를 맡아 재즈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알려지게 된다.


1996년경 강수연 주연의 영화 '지독한 사랑'의 음악감독이었던 송병준에게 눈에 띄어 주제가를 부르기도 했으나, 아쉽게도 OST발매가 되지 않아 대중에게 큰 반향을 얻지는 못했지만, 2년 후인 1998년 그녀는 자신의 첫 번째 솔로앨범을 당당히 발매하며 늦깎이 K-Pop 데뷔를 하게 된다.


그녀가 걸어온 음악 인생이 재즈로부터 시작되었기에, 1집은 주로 재즈 장르를 기반으로 한 어덜트 컴템포러리의 노래들로 채워져 있었지만, 2집에서부터는 이러한 장르의 벽을 허물며 보다 다양한 음악을 시도하게 된다.


특히 그녀는 Romantic이라는 리메이크 앨범을 시리즈로 발표하면서 원곡보다 더 노래를 잘하는 가수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었는데, 그녀의 정규앨범에 수록된 다양한 진짜 숨은 명곡들은 나중에 다시 한번 소개하는 자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녀는 결혼 후 두바이로 거처를 옮겼지만, 2025년 자신이 직접 작사한 '같은자리'라는 싱글앨범을 발매하는 등 여전히 지치지 않은 열정적인 음악과 작품 활동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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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금방 익숙하게 귓가에 안착되기 시작하는 엘가(Edward Elgar)의 “사랑의 인사”(Salut d'Amour) 멜로디로 시작되는 노래는 마치 이제껏 몰랐던 사랑의 감정을 서서히 느끼게 된 동화 속 두 연인의 모습이 생각나는 것만 같다.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듯 한껏 부풀어 오른 기대감 넘치는 전주가 마무리되면, 섬세한 감성과 맑고 깊은 음색이 매력적인 서영은의 보컬과 함께 잠시 몸을 움직여도 부담되지 않은 스윙 리듬을 타고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


언제부터인지 달라진 그대
서로의 모습이 닮아가는 걸 아나요


이 노래는 간주 부분에 등장하는 트럼펫 연주가 노래의 마지막까지 서영은의 스캣 송과 함께 어우러져 조화롭게 마무리되는 것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마치 극 중의 두 남녀의 다름이 닮음으로 바뀌게 해 주는 매개체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 쓰이기 시작할 때가 있었다.


우린 너무나도 오랜 시간 동안 친구로, 가족처럼 지내왔기에 혹시 그 소중한 인연이, 그리고 그 사람과 얽혀있는 수많은 관계의 끈이 헐거워지고 또 끊어질까 봐 하는 두려움에 단지 8월의 찌든 더위를 먹은 것이라 생각하며 애써 외면하기도 했다.


이미 수십 년 전 놓쳐버린, 이젠 추억 속 술안주거리의 이야기일 뿐이지만, 만약 다시 그런 사랑이 내 앞에 마주하게 된다면 난 외면하지 않고 그녀 앞에 당당히 서있을 테다.


너 오늘 좀 예뻐 보인다!




사랑하는 날에

서영은, 미술관 옆 동물원 OST - 1998


작사 : 김양희

작곡 : 김대홍

편곡 : 김대홍

노래 : 서영은


작은 설레임과 전해오는 따스함

웃음 진 그대 얼굴 사랑인 걸 아나요


그대 두려움으로 소중한 사랑을 잃지를 마세요


서서히 스며드는 사랑의 향기에

젖어드는 그대 모습 느낄 수 있나요


그대 망설임으로 소중한 사랑을 놓치지 마세요


살며시 눈을 떠봐요 당신의 사랑이 보여요

이제 눈을 감아요 한 걸음 다가와 우리의 사랑 느껴봐요


언제부터인지 달라진 그대

서로의 모습이 닮아가는 걸 아나요


또다시 기다림으로 소중한 사랑을 보내지 마세요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

https://youtu.be/4FYeiCLIW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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