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날, 옥수사진관 : 1집 - 2007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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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사랑을 잊는 시간,
8년이 걸린다고?
얼마 전 헤어진 연인을 완전히 잊는 시간이 약 8년 정도 걸린다고 하는 흥미로운 결과를 접한 적이 있다.
모수가 굉장히 크지 않아서 이 연구결과의 신빙성이 얼마나 높은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남녀 반반의 구성으로 최소한 2년 이상의 연인으로서의 관계를 지속했던 경험이 있는 약 320여 명의 연구 참여자들이 대답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전 연인과의 유대감과 애착이 절반정도 사라지는데 약 4.18년, 그리고 완전히 사라지는데 필요한 시간은 약 8년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숫자는 숫자일 뿐 우리 뇌리 속 시체가 되어 잠자고 있다가 수십 년이 지나도 그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히 되살아나는 신비로운 '부활'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러한 마법의 봉인 해제의 열쇠를 생각해 보면 디지털과 스마트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단연코 연인과 함께한 사진이나 동영상이 대다수일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엔 다소 평범하다고도 할 수 있는 디지털 잔재와 같은 추억의 끄나풀들을 모두 제외한다면, 가슴을 후벼 파는 기억의 소환물들 중 하나는 아마도 빛바랜 아날로그 사진, 손 편지, 수첩에 적은 메모와 같은 아날로그 물건들도 있을 테고, 그녀와 함께한 장소, 음식 등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히, 이 몇 가지의 소환물들이 복합되어 한꺼번에 나타난다면, 그 효과는 수십 배 커질 건 불을 보듯 너무나도 뻔한 일일 게다.
오늘 소개할 백쉰두번째 숨은 명곡은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마음을 담백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담아낸 2007년 발표된 옥수사진관 1집 내 수록된 권석홍 작사/작곡의 '푸른날'이라는 노래다.
옥수사진관은 김대홍(보컬, 키보드), 김장호(보컬, 기타), 노경보(보컬, 기타)로 이루어진 3인조 밴드로 2007년, 옥수동에 둥지를 틀고 “사진 찍듯 담백하게 음악을 빚는 감성"으로 대중에게 그 이름을 처음 선보였는데, 재미있는 팀명은 실제로 옥수동 음악 작업실이 있었고, 멤버들 모두가 사진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이었기에 자연스레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멤버 김대홍은 본 숨은 명곡 백마흔아홉번째 노래인 '사랑하는 날에'를 작곡/편곡한 프로듀서이자 아티스트로 주로 '집으로',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내 이름은 김삼순' 등과 같은 영화나 드라마 OST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해 왔고, 김장호는 1993년 포크밴드 '그리고'의 멤버로 K-Pop에 데뷔했고, 이후 안치환, 박강성, 박혜경, 서영은 등의 공연 건반 세션, 스튜디오 세션 등에 참여하였으며, 수많은 국내 뮤지컬/드라마의 음악감독과 편곡을 맡아왔던 베테랑이다.
마지막으로 멤버 노경보는 1998년 제10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겨울을 기다리며'라는 포크 감성의 노래로 대상을 받았고, 그해 10주년 기념앨범에 노래가 실리며 K-Pop에 데뷔했다.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는 옥수사진관의 멤버들과 깊은 음악적 교류를 통해 OST·세션·편곡으로 활동을 넓혔는데,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OST에 실린 '눈 오는 날'은 김장호와 함께 편곡·연주에 참여했고, 크리스마스 옴니버스 앨범에도 자신의 버전이 수록되었었다.
옥수사진관은 이미 K-Pop 내 너무나도 잘 알려진 작곡/편곡 및 프로듀서이자, 함께 수많은 음악작업을 같이한 동료 아티스트들로 구성되어 있었기에 어쩌면 '중고신인', '늦깎이 데뷔'라고 이야기해도 무방하다.
그들이 지향하고 있는 '느린 음악'은 그들이 80~90년대로부터 꾸준히 영향을 받아온, 들국화, 어떤날, 유재하와 같은 음악적 줄기를 함께 하고 있으며, 많은 노래에서 그 향기와 추억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부서지지 않는 단단하고 끈끈한 마니아 층이 옥수사진관의 활동을 오랫동안 응원하고 있다.
오늘 소개할 '푸른날'은 옥수사진관 권석홍 작사/작곡의 '푸른날'이라는 노래다. 이 노래가 다소 특이한 점은 1집에 수록된 노래 중에 작사, 작곡가가 그룹 멤버가 아닌 '권석홍'이라는 아티스트라는 점인데, 참고로 권석홍은 K-Pop의 Top String 편곡자로 이들 멤버와는 교회 선배의 인연으로 곡을 선물 받았다고 한다.
미디엄 슬로우 템포에, 어쿠스틱 기타, 베이스, 드럼, Elec Piano의 간결하지만 절제된 전주가 시작되고 옥수사진관에서 주로 메인 보컬을 맡고 있는 노경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노래 속 어딘가 모르게 어떤날의 조동익이 멀리서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다.
후렴구 이후에 등장하는 현악기의 구성은 레이어 혹은 간결한 라인으로 정서의 색을 더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때 호흡이 긴 보컬을 방해하지 않도록 드럼은 보다 절제된 연주를, 그리고 리버브가 잔향을 길게 끌어주는 역할을 해 마치 흐릿했던 옛사랑의 소환물들이 서서히 선명해지게 하는 것만 같다.
늦여름 끝자락, 서울은 아직 눅눅하다.
한낮의 열기와 갑작스런 소나기가 번갈아 오고, 예보에는 폭염 주의보가 여전히 걸려 있긴 하지만, 맑은 하늘이 깊이를 더하는 요 며칠 사이의 도시의 빛깔은 서서히 “푸른 날”로 바뀌고 있는 듯하다.
어느새 파란 가을이 우리 곁에 온 게다. 마치 부활한 그녀와의 머릿속 기억처럼.
그리고, 그 찬란한 가을을 함께했던,
8년이 지나도 생각에서 지워지지 않는 그 사람.
파란 하늘을 보며
그때를 그리고 있어
바보처럼
작사 : 권석홍
작곡 : 권석홍
편곡 : 옥수사진관
노래 : 옥수사진관
지나간 수첩을 보았어 너에 대한 메모로 가득 차 있던
말은 하지 못했었지만 그때도 난 널 많이 좋아했나 봐
알고 있는지 이렇게 좋은 날이면 나 언제나
너와 함께 있었던 걸 넌 기억하니
니가 좋아했던 길 지금은 벚꽃이 활짝 피어있어
창 밖으로 흐르는 그 강물 위로 쏟아지는 눈부신 햇살
우리 함께 걷던 미술관 그리고 그 카페와 하얀 파스타
시간이 꽤 많이 흘러서 많은 걸 잊은 줄만 알았었는데
알고 있는지 아직도 너와 함께 한 내 마음을
언젠가 널 다시 만날 수만 있길
파란 하늘을 보며 그때를 그리고 있어 바보처럼
듣고 싶어 우리의 지난 시간이 너도 정말 행복했다고
알고 있는지 나 얼마나 널 좋아하고 있는지
너를 잊지 못하고 있는 지금도 난
우리 함께 했던 날 그때가 그리워 아프도록
나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그날의 어설펐던 서툰 고백
우릴 멀어지게 한 그날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