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원, 우리동네사람들 : 우리동네사람들 하나 - 1994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LlxikA5wuioeKnEXE1vbD93Gr_Basdrd
와.. 이젠 선선..
아니.. 좀 추운 건가?
어느 날부터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언젠가부터 숨 막히도록 답답하기만 했던 올해 여름밤의 공기가 보다 여유로워졌고 본능적으로 우리 곁에 가을이 성큼성큼 다가와 머지 않은 곳에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아침저녁으로 조금씩 느껴졌던 시원한 바람이 선선함으로 변화되기 시작했고 요 근래 며칠부터는 겉옷 하나를 걸쳐야 할 정도의 서늘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젠 정말 가을인가 보다.
많은 사람들은 요즘과 같이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계절의 변화를 단순 온도의 변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소로 인지한다고 하는데, 일본의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의외로 해가 눈에 띄게 빨리 지는 일몰 시각, 주간 길이의 변화에 가을을 느낀다는 대답이 58.8%로 굉장히 높았다.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는 단풍의 시기·선명도의 변화로 가을을 가장 먼저 인지하는 신호가 된다고 하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낙엽 분해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더 차고 건조한 공기가 만드는 ‘맑고 선명한’ 공기감이 가을을 느끼는 인식에 높이 기여한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후각에서 느끼는 가을의 향기는 편도체·해마와 직접 연결되어 감정·기억을 강하게 불러 계절 전환을 더 또렷이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때쯤이면 유독 아련히 휘몰아치기 시작하는 기억의 조각들이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내 머릿속 어딘가에서부터 휘리릭 날아 들어와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퍼즐을 하나둘씩 맞추기도 한다.
그리고 몇 개뿐인 조각에도 선명히 떠오르는 그 얼굴.
지긋지긋하게도...
오늘 소개할 백쉰다섯 번째 숨은 명곡은 지난 여든아홉번째로 소개했던 '우리동네사람들'의 1집에 함께 수록된 김은조 작사, 은조 오빠 작곡, 강승원 편곡, 우리동네사람들이 노래한 '추원'이라는 노래이다.
https://brunch.co.kr/@bynue/146
추원(秋園)은 가을의 정원이라는 뜻으로, 지난여름의 잊을 수 없었던 기억들을 그리워하는 한 여인의 마음을 90년대의 감성을 듬뿍 담은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잘 표현한 숨은 명곡이다.
이 노래는 우리동네사람들의 멤버였던 김은조가 작사, 작곡한 노래로, 작곡에 '은조 오빠'라고 쓴 위트가 재미나기도 한데, 노래를 부른 고은희는 홍익대학교 창작곡 연주 동아리였던 '뚜라미'의 일원으로 1984년 같은 동아리 멤버 이정란과 함께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하여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그대와의 노래'라는 곡으로 동상을 수상하며 K-Pop에 데뷔했다.
이후 1985년 이정란과 함께 듀엣앨범을 발표하고 '사랑해요'라는 노래로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특히 1980년대를 대표했던 듀엣곡이자 이문세 4집에 수록된 노래 '이별이야기'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이후 그녀는 1994년 리더 강승원을 중심으로 유준열, 김혜연, 김은조, 고은희, 심재경이 함께한 ‘노래 모임’ 성격의 프로젝트인 '우리동네사람들'에 참여를 마지막으로 결혼 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건너가 평범한 은행원으로 근무하다가 2011년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 출연한 '데이비드 오'가 그녀의 아들이란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노을이 비치는 창문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그리고 투박하지만 정겹기만 한 피아노 연주, 방과 후 늦은 오후, 어느 시골 초등학교의 풍경이 떠오르는, 아름답고 예쁜 전주가 시작되고 곱디 고운 고은희의 음색이 함께 할 때 즈음이면, 80~90년대를 함께 살아왔던 우리들 얼굴에는 어느새 옅은 미소가 점점 퍼져 내 가슴과 머리까지 알 수 없는 그리움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이 노래는 오직 피아노와 보컬, 그리고 코러스로만 구성된 곡인데, 이러한 솔로 악기와 보컬로 구성된 대부분의 노래들을 살펴보면, 피아노 연주는 화성을 중심으로 일부 연주가 가미되어 보컬을 지원하는 형태가 많은 반면, 이 노래의 경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현란한 하프나 기타의 아르페지오와 같이 연주한다.
자칫 피아노가 노래를 방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잠시, 절제미가 철철 넘쳐나는 고은희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긴 호흡으로 피아노의 현란함을 뚫어 내고 천천히 나의 가슴속으로 깊숙이 스며들 때면, 생각지도 못했던 묘한 어울림에 나도 모르는 감탄의 한숨을 내뱉게 된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그때 그 시절의 바닷가로 안내하기 시작한다.
지금은 잊혀진 그리운 모습
덧없는 추억만 외로워
가을.
이젠 여름의 북적거림도 좀 시들해진, 한적한 그 바다가 그리워진다.
그리고 언젠가 또다시 파편같이 흩어질 그녀와의 조각을 또다시 맞추게 되겠지.
부서진 파도와 같이.
작사 : 김은조
작곡 : 은조오빠
편곡 : 강승원
노래 : 우리동네사람들
한낮에 더위 걷히고
바다에 노을이 지면
모래 위 스치는 잔잔한 물소리
아련히 떠올라 마음 설레네
그리운 바닷가 다시 보고 싶어 우-
정다운 이름을 부르고 싶어
지금은 잊혀진 그리운 모습
덧없는 추억만 외로워
부서진 파도에 밀려
사랑은 떠나 버렸네
잊을 수 없는 것
그대를 그리며
그대를 부르며
떠나가리라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노래로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