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lle, 노영심(feat. 이자람) : 미인 OST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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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친구로
지내면 안 될까?
"아니... 미안"
돌이켜 보면, 난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난 경우는 있었더라도, 친구로 지낸 적은 없다.
굳이 보기 좋고 듣기 좋은 형용사들로 치장해 포장한다면, 개인적으로 연애할 때 굉장히 몰입감 있게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편이라, 오랜 기간 동안 내가 쏟아 내었던 사랑의 감정 온도가 급히 식지 못하기에 그랬었다고 애써 둘러대고 싶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안고 살아가는 불편한 진실이지만, 어쩌면 그 안에는 '사랑'이란 눈가리개에 씌워진 보이지 않는 추한 나의 '미움'의 감정도 함께 있을 테다.
헤어질 때조차도 난 내 마음의 모든 생각 하나하나 모두를 그녀에게 전달하지 못했다. 이왕 이렇게 헤이지게된 마당에 굳이 서로를 자극해 치러야 할 감정 소모의 시간에 또 다른 상처를 받기 싫었던 이유가 가장 크고, 끝까지 그녀에겐 착하고 멋진 나이스 가이로 남고 싶었던 나의 불치병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다시 도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예전엔 헤어진 연인과의 '친구'가 어떻게 가능하냐며, 가끔 연인에서 친구로도 잘 지내는 주변 지인들의 행태가 굉장히 못마땅하기도 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쩌면 친구도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내 뇌구조 변형의 조짐을 느끼게 된다.
성인 60% 이상이,
전 연인과 친구가 된다고?
물론 국내보다는 다소 개방적인 해외의 사례이고 연구·설문에 따라 질문 방식이 달라서 %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실제로 “전 애인과 친구로 지내본 적이 있다”는 사람은 3명 중 2명 이상으로 나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다소 의외의 결과를 가져온 몇 가지 이유로 이를 연구한 기관에서는 4가지를 꼽았는데, 1) 서로 잘 아는 사이니까, 정서적 지지·조언 같은 걸 계속 받고 싶어서, 2) 같은 회사/학교, 경제적 도움, 육아, 공동 지인·자산 등 현실적인 이유로, 3) 같은 친구 그룹이라 마주칠 수밖에 없고, 괜한 싸움 만들기 싫어서, 4) 언젠가 다시 사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혹은 육체적 관계 유지를 위해서, 헤어진 연인과 친구관계로 남는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친구로 남든, 아님 영영 다시 못 볼 남남으로 살아가든, 보잘것없는 인간의 존재로서는 언제 어느 곳에서 날아와 가슴속을 갈기갈기 찢어내며 파고드는 감정을 피할 수 없기에, 사실 무의미한 논쟁일 수도 있다.
그렇게 단단하고 웅장한 철벽에 철벽을 쳐 도저히 무너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나의 마음도 다시 만난 그녀의 웃음과 미소에 그렇게 허망하게 와르르 무너져 우린 다시 사귀게 되었었으니.
90년대를 대표하는,
K-Pop 감성 프로듀서,
피아니스트
오늘 소개할 백예순여섯번째 K-Pop 숨은 명곡은 2000년 개봉한 영화 미인 OST에 실린 노영심 작사/작곡/편곡, 이자람이 노래한 'Belle(미인)'라는 노래로 헤어진 연인이 시작하는 새로운 사랑을 아름다운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로 담은 작품이다.
그녀는 대학 재학 때인 1989년 게스트로 출연했던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의 인연으로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한 '희망사항'을 변진섭 2집에 싣게 되면서 K-Pop에 데뷔하게 되고 이 노래가 전 국민이 애창하는 '국민송'이 되면서 대중적인 인기까지 함께 얻게 된다.
이후 그녀는 불후의 히트곡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 '그대 내게 다시', 본 숨은 명곡에서도 소개한 권진원의 '시소 타기', 박정현의 '편지할께요', 스윗소로우의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성시경의 '당신은 참' 등의 작사/작곡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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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부터는 대학로에서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오랫동안 공연하게 되는데 이는 KBS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로 연결되어졌고,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로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유희열의 스케치북, 그리고 지금의 더시즌즈까지 이어지게 된다.
1992년에 들어서면서는 자신만의 솔로 앨범을 내며 가수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데, 변진섭의 '희망사항'을 잇는 타이틀 곡 '별 걸 다 기억하는 남자'가 인기를 끌기도 한다.
그녀는 드라마나 영화의 음악감독을 맡아 훌륭한 OST 결과물들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1996년 이젠 전남편이 된 한지승 감독의 '고스트 맘마', 2000년에는 MBC 드라마 '진실'과 오늘 소개할 영화 '미인', 2001년 SBS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2002년에는 '꽃섬', 2004년에는 '아홉 살 인생', 2006년 SBS 드라마 '연애시대', 2007년 '불량커플'과 '싸움', 그리고 비교적 최근인 2022년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OST를 담당하며 아직까지 식지 않는 그녀의 음악 열정의 결과물들을 우리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오늘 소개할 숨은 명곡 Belle가 수록된 영화 '미인'은 19금의 높은 노출 수위와 영상미로 관심을 받긴 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 다소 충격적인 결말 등으로 혹평을 받은 작품이다. 다만 놀라운 점은 전국 약 40만의 흥행으로 의외로 손익분기점을 넘어 수익을 창출한 영화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당시 뭇남성들의 관심이 있었기에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이 노래는 OST의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지금은 국내 국악계에 없어서는 안 될 대표 아티스트로 성장한 '이자람'이 노래를 불렀는데, 그녀는 5살이었던 때,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노래 '내 이름(예솔아)'의 주인공으로 그녀의 부모님이 만든 가족그룹 '이규대 동아리'의 앨범 '맥'을 통해 1984년 K-Pop에 데뷔했다.
참고로 그녀의 아버지인 이규대와 어머니 조연구는 혼성듀오 '바블껌(Bubble Gum)'의 멤버로, 1970년대 초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노래 '연가', '짝사랑', '아빠는 엄마만 좋아해' 등의 히트곡으로 큰 사랑을 받았으며, 이들은 대학 연합 서클 활동 중 만나 결성되어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이자람은 이 앨범에서 크게 히트한 예솔이로 불리며 '국민 손녀'가 되는데, 이런 어린 시절 유명세가 버거워 1989년 명창 은희진 선생에게 판소리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후 서울대 국악과에 입학하고 또 박사과정을 거치며 진짜 '국악도'로 성장하게 된다.
그녀는 1997년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에서 장원을 수상하기도 하고 1999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춘향가·적벽가) 이수하고, 8시간짜리 '춘향가' 완창에 성공해 최연소·최장시간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그녀는 보다 실험적인 판소리 작업들에 매진하게 되는데, 2004년 결성한 '아마도 이자람 밴드'에서는 전통 판소리와 Rock, Fork 등의 장르적 융합을 꾸준히 시도하며 전통 판소리를 기반으로 연극·뮤지컬·인디음악까지 넘나드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방위 예술가로 거듭나게 된다.
오늘 소개할 백예순여섯번째 숨은 명곡은 2000년에 발매된 영화 미인 OST에 실린 영화 타이틀곡 'Belle'로 Belle는 말 그대로 '미인'을 뜻한다.
이 앨범은 모두 피아노 하나의 악기로만 구성된 연주들로 채워져 있는데, 유일하게 노래가 들어있는 곡이 바로 'Belle'이며 트랙의 마지막 즈음에는 노영심이 직접 부른 'Belle'도 수록되어 있다.
노영심이 흔히 전통적으로 훌륭하다고 말하는 보컬의 기준을 충족하는 뮤지션은 아니다. 그렇기에 그녀의 목소리에는 잦은 음이탈이나 호흡의 불안정 그리고 작은 떨림 등이 계속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친구처럼, 가족처럼 내게 툭 던져져, 알 수 없는 단단한 울림이 느껴지는 그녀의 목소리가 참 매력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자람 버전과 노영심의 버전을 번갈아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비교가 될 듯하다.
그 어떤 연주도 없이, 목소리로만 시작되는 이 노래는, 마치 나 자신을 탓하며 늘어놓는 독백처럼 느껴진다. 이자람이 전하는 짧은 여운의 시간이 지나고, 시작되는 노영심의 피아노 연주. 그저 청아하고 아름다운 선율이지만 왠지 알 수 없는 슬픔과 그리움이 가득 차 있는 것만 같다.
만약 이자람이 가진 태생적 국악의 요소들을 이 노래에서 기대했다면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 버릴 것 같다. 그녀는 철저히 기교와 장르적 특성을 배제하고, 우리 젊은 날 한 사람을 사랑했고, 이제 다시 그와의 사랑을 시작하려는 한 여인의 숨 막히도록 차오르는 감정을 천천히 우리에게 이야기하듯 전달해 준다.
그리고 자꾸 떠올라지는 수십 년 전 다시 사랑에 마주했던 그때.
나를 담아준 그대의 두 눈에
아직도 나는 아름다운 가요?
난 그저 의례히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흔한 '불안 애착'으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가 두려워하고 있을 거라 상상조차 못 했고 다시 사랑을 잃는 게 무서운 건지, 예전 상처가 겹쳐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다.
“그걸 말로 해야 해? 왜 맨날 똑같은 말을 하게 만들어?”
난 헤어졌던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그녀의 불안을 덜어줄 생각조차 못했다.
그리고 이제야 나의 연애에 대한 해답을 마주하게 된다. 어쩌면 사랑은 “상대의 불안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라는 걸.
너무 늦은 걸까? 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엔.
작사 : 노영심
작곡 : 노영심
편곡 : 노영심
노래 : 이자람
또 다시 사랑할 순 없는 건가요
난 그저 지금이면 될 것 같은데
조금만 다가서도 꺼지는 사랑
그대가 너무나 아파요
묻지 마요 내가 어디 서있는 지를
지금은 갈 수 없는 시간 같은데
나 없는 그곳에서 날 기다리는
그대가 너무나 아파요
내가 쫓던 사랑은 무엇일까요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꿈만 같은데
또다시 누군가 나를 미는 소리
그댄 지워지지 않아요
붙잡고 싶은 걸 더 깊이 잠기고 싶은걸
그리움에 숨이 막혀 날 좀 잡아줘
나를 담아준 그대의 두 눈에
아직도 나는 아름다운 가요
그대여 이제는 마음 놓아요
다시 사랑인 걸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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