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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모 Feb 14. 2024

책혐러도 읽는 책② mz세대, 네가 궁금해

야, 너두 읽을 수 있어!

책혐러도 읽는 책② mz세대, 네가 궁금해


누군가에게 편의점은 최고의 직장이 된다.

<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야카


S#1. 결혼한 친구 집들이

친구: 넌 언제쯤 결혼하게 될 것 같아?

나: 글쎄, 늦어도 내년엔 하고 싶다는 생각이야. 확실히는 모르겠어.

친구: 그래? 결혼하면 아기는 낳을 거야?

나: 오~ '아기는 몇 명 낳을 거야?'가 아니고 '아기를 낳긴 낳을 거야?'라는 질문을 받으니 새로운데?

친구: 딩크족이 워낙 많으니 요즘엔 다 그렇게 질문하더라고. 나도 아기 낳은 다른 친구네 놀러가보니 육아 정말 만만하게 생각해선 안되겠더라...


S#2. 공무원 합격 발표 대기 중인 다른 친구와의 만남

나: 네가 합격할 거라고 생각하니 내가 다 들뜬다! 만약 되면 내가 바로 소개팅할 사람 찾아볼게.

친구: (어색하게 웃으며) 근데 나 요새 좀 생각이.. 비혼으로 바뀌었어.

나: 오 진짜? 왜?

친구: 연애 안 한지 오래 되다 보니 연애세포가 죽은 것 같아. 초식녀라는 말 있지? 그게 나 같아. 우리 언니도 비혼주의잖아. 언니랑 그냥 오순도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

나: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래도 생각 바뀌면 언제든 이야기 해!



MZ세대는 1981~2010년생(2021년 기준: 11~40세)을 지칭한다. 1981~1996년생을 일컫는 ‘M세대(밀레니얼 세대)’와 1997~2012년생을 뜻하는 ‘Z세대’를 합한 것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일명 'MZ세대'는 1981년부터 무려 2012년생을 폭넓게 아우르는 세대다. 그 유명한 '90년대생이 온다'의 바로 그 90년대생인 나는 윗세대, 아랫세대 모두와 세대 차이를 느끼는 입장으로서 이 정의가 처음엔 다소 의아했다. 내가 81년생 팀장 선생님이나 초3과 같은 세대라고?

 

 그러나 mz세대를 대표하는 몇 가지 키워드를 살펴보면 이내 내가 mz세대가 맞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모바일과 sns, 투자, 워라밸, 구독경제 등등이 그것이다. 위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던 '딩크족', '비혼' 같은 단어들 역시 기성세대와는 다른 mz세대들의 문화를 반영한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직장을 가지고 적절한 사람과 적절한 때에 맞게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야 '적절한 삶'이라는 기존의 틀을 깨고 아이 없이 사는 부부나 비혼을 외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주창해온 다원주의 아래 서로의 다양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문화가 생기고 있다. 수십 년전 개발된 성격 검사인 MBTI가 최근에 와서야 붐을 일으키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도구로 쓰이는 것 역시 mz세대의 문화를 반영한다.


 하지만, 소설 <편의점 인간>을 읽고 나면 우리가 정.말.로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있나라는 의문이 든다. 




 <편의점 인간>은 피식피식 웃게 되면서 동시에 슬프고, '설마 이런 사람이 있겠어?' 싶지만 동시에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 인간상이 나오는 현실적인 소설이다. 이 소설의 현실성은 아마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한 데서 나오는 듯하다.

 작가 무라타 사야카는 실제로 편의점에서 십수년간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고, <편의점 인간>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던 시점까지도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주인공 게이코가 편의점에서 일하는 일련의 동선과 하루 일과과 굉장히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정말 우리 주변 어딘가에 게이코와 같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상상하게 된다.


게이코에게 편의점이란?

 주인공 게이코는 어린 시절부터의 묘사를 보면 경증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일종의 소시오패스다. 게이코는 자신 안에서 올라오는 자연스러운 생각으로 반응하고 행동할 때마다 사람들이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유치원 시절 공원에서 발견한 죽은 새를 불쌍하다는 마음도 없이 구워 먹자고 말하거나, 초등학교에서 싸움이 붙은 남자아이를 말리기 위해 삽을 가져와 머리를 후려칠 정도로 반사회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행동들에 딱히 악의는 없었지만 일반적인 사회화 과정을 겪을 수는 없었던 게이코는 가족들이 자신의 언행에 슬퍼하고, 불쌍히 여기고, '고쳐주려' 노력하는 것을 보면서 점점 입을 다물게 된다. 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이면 가족들이 슬퍼하니 가만히 있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이코가 과연 서비스직의 일환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잘 해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만, 우리의 의심과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게이코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그야말로 특화된 인재다.

 이유는 '매뉴얼'에 있다.


 대학생이 된 게이코가 우연한 이끌림으로 시작하게 된 편의점 아르바이트에서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에 대한 모든 것이 나와있는 '고객 응대 매뉴얼'이 있다. 그동안 사람들을 어찌 대하면 좋을지 알 수 없어 입을 다물고 살아온 게이코에게 이것은 직장 안에서뿐 아니라 사회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사회화 매뉴얼이 된 것이다. 게이코는 이 매뉴얼에 나오는 그대로, 말투와 억양까지 똑같이 흉내내며 편의점 최고의 직원이 된다.

 게다가 게이코는 보통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화가 나거나 슬픔을 느끼거나 지루해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고객을 응대할 수 있다보니 오히려 서비스직에 특화되었다고까지 할 수 있다. 게이코 스스로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비로소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표현까지 할 정도다. 그녀가 편의점에 대해 사랑과 자부심을 느끼고 모든 생활 일과가 편의점 우선으로 맞춰지는 것도 당연하다.


 게이코에게 편의점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이유, 사회화 과정, 자아정체성을 되찾고 한 인간으로서 자리잡게 해준 최고의 직장이다.


주변인물들에게 편의점이란?

 편의점에서 자아정체성과 자기효능감을 확인하는 게이코와는 달리, 주변인물들은 36살이 되어서도 '제대로 된' 직장에서 일하지 않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할 뿐인 게이코를 걱정하고 간섭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여태 남자친구를 사귀어보지도 않고 결혼 생각이 없는 게이코의 인생이 굉장히 큰일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게이코가 '저쪽 세계'의 사람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친구들의 모습도 나온다. (사실 소시오패스가 남자친구를 사귈 수 있다면 그게 더 큰일일 것 같다.)


 이에 게이코는 수치심이나 분노를 느끼진 않지만 원치 않는 걱정과 간섭을 받지 않고 일반적인 사람으로 받아들여져 계속 소통하기 위해 여동생이 조언해주는 변명들(아파서 알바할 수 밖에 없다)을 하며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해간다.

 이 책에서는 게이코가 일반적인 30대 여자로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꽤 인상적이다. 예를 들어 게이코는 같은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30대 주부 이즈미씨의 패션과 말투를 참고하여 티나지 않게 따라한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이 무언가에 화가 나서 이야기할 때 자신은 왜 화가 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이 한 말을 그대로 따라하며 화난 척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시라하 씨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되는 이유도 '결혼은 아직 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인 30대 여자' 코스프레를 하기 위해서다.


 이런 모습들에서 개인적으로 감정이 없거나 무딘 사람에 대한 편견이 좀 허물어졌다. 어떠한 상황에서 일반적인 감정을 풍부하게 느끼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무언가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라든가 소속감의 욕구가 없는 건 아니다.

 게이코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자신을 보며 슬퍼하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어린 시절에는 입을 다물기 시작했고, 커서는 친구들과의 교류와 사회에서의 소속감을 원하기 때문에 30대 여성의 일반적 말투와 패션을 따라하며 친구들 모임에 지속적으로 나가는 것이다. 이런 게이코의 모습이 잔잔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그렇지만 주변인물들에게 편의점은 사회에서 낙오된 자들이나 거치는 아르바이트 자리일 뿐이다.


게이코와 주변인들에게 '직장으로서의 편의점'에 대한 이미지는 정반대다.


우리 주변의 편의점 인간들

 최근 몇 년 동안 근무한 유치원에서 교사직을 그만둔 지인이 있다. 안정적이고 연봉도 나쁘지 않았지만, 몇몇 아이들과 엄마들을 대하며 자신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떠오른다고 무척 힘들어하는 그녀를 봐왔기에 그 선택을 응원해주고 싶었다.

 몇 주 후, 그녀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친언니가 운영하는 빵집에서 베이킹을 도와주기로 했다며 활짝 웃었다. 크리스마스 때는 자신이 직접 구운 쿠키를 골라 가져가는 중학생들이 너무 예뻐보여 뒤쫓아가 서비스 쿠키를 더 주기도 했다고 한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다고 하는 그녀를 보며 인생에 있어서 '정도(正道)'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됐다. 


 mz세대의 특징이 아무리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우리와 다른 모습의 사람을, 인생을 긍정해주지 못하는 모습이 있다. 경기는 불황이고 취업은 늘 힘들다지만 코로나 이후 더욱 그러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기준은 여전해서 좋은 대학에 나오고, 좋은 직장에 다니고, 좋은 시기에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기르는 형태의 삶이 이상적이고 정상적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사실은 내 얘기다. 나 자신도 그렇게 정도(正道)를 걷고 있지 못하면서 그렇게 해야 할 것만 같은 압박을 느끼고 또 그러한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게 된다. 게이코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나와 타인에게 쉽게 폭력을 가하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어떤 직업을 갖고 어떤 삶을 살든 다른 이를 웃음짓게 하고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이 많아진다면 그걸로 의미가 있다. 우리 주변에 점점 더 행복한 '편의점 인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그들을 행복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내가 되면 좋겠다.


 이 소설을 읽는 mz 세대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해쉬태그가 마음에 와닿을 것이다.

#초식녀 #모쏠 #비혼주의자 #모쏠이 모임에 갔을 때 대처하는 법 #하고 싶은 일vs해야 하는 일 


 이 소설을 읽는 x세대들은 아래와 같은 해쉬태그를 유념하며 읽으면 좋겠다.

#취향존중 #꼰대에서 벗어나는 법 #<90년생이 온다> 소설 버전 #진짜 행복을 찾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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