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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우 Dec 20. 2022

우크라이나의 비핵화 과정과 우-러 전쟁의 방향성

 우크라이나의 비핵화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소련의 붕괴 및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에 관한 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1980년대 말, 소련은 미국과의 냉전시대의 끝을 달리고 있었다. 그 끝을 함께 달리던 미국의 레이건 정부는 일명 스타워즈 계획, ‘SDI’를 발표하게 된다. 해당 계획은 당시에 소련이 가지고 있던 ICBM으로 인한 위협으로부터 미국이 이를 방어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레이건 정부는 해당 계획을 발표하면서, 실제로 가지고 있는 기술력보다 과장하여 발표했었다. 냉전 시대 동안 미국과 소련은 핵 미사일과 관련하여 다양한 군비 협정을 통해 핵무기를 축소하는 등의 ‘상호확증파괴’ 행보를 이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 발표한 ‘SDI’에 따르면 소련의 모든 미사일들이 미국에 대한 공격력을 잃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소련의 다양한 정보기관들은 미국이 발표한 계획 및 기술력에 대해서 정보분석을 하였지만 이를 반증할 수 있는 증거들을 찾지 못하였다. 소련의 수뇌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꼴이었고, 이미 경제적으로 깊은 지하 속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며 미국의 달 탐사로 인하여 우주산업 경쟁에서도 밀렸으며 군사적으로도 미국에 패하게 생긴 소련은 국방비 부문에 있어서 무리한 증액을 시도한다. 이러한 무리한 국방비 증액으로 인해, 소련의 붕괴는 더욱 가속화되었고 1991년 결국 소비에트 연방은 공식적으로 해체된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원래 소련에 소속되어 있던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에는 소련 시대 때 생산됐던 핵무기들이 남게 되었다. 그중 우크라이나에 잔존했던 핵무기 중 핵탄두만 1800여 개에 이르었고, 이 물량만 계산하였을 때 전 세계 3위라는 핵 보유량에 해당되었다. 핵무기 통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무기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소련 붕괴 및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하면서 물가 폭등 및 기존 제도의 붕괴, 불법 단체들의 증가 등으로 이러한 핵무기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지가 미지수였다. 만약 우크라이나에 존재하는 이 수많은 핵무기들 중 단 한 개라도 탈레반 및 무자헤딘과 같은 테러단체의 손에 들어가, 그 테러단체들이 인구밀집구역에서 테러라도 실행하는 날에는 그것이야말로 핵무기 통제 실패로 인한 희대의 인류 학살이 될 것이었다. 이러한 위협들을 우려한 미국은 구 소련 지역의 핵무기들을 감축 및 제거할 정책들을 추진하기 시작한다. 이 정책(Cooperative Threat Reduction, CTR)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지역에서 핵무기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고, 해당되는 세 국가는 미국으로부터 압도적인 경제적 지원을 받는 대신 핵무기를 감축하는 데 협의하기로 하였다. 우크라이나는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아, 가지고 있는 핵무기들로 군사적 무장을 하려고 하기도 했지만 어차피 이 핵무기들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었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제원 또한 유지할 수가 없었기에, 어차피 사용하지 못할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 바에는 해당 시점에서 최대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을 받기로 결정한다. 우크라이나가 가지고 있던 핵무기들은 러시아로 이관하여, 러시아의 책임 하에 폐기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뒤로 미국은 해당 세 국가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꾸준히 해왔고, 2012년까지 지원한 금액은 약 88억 달러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분명히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으로써 국방력의 확보와 인근 적대 국가로부터 전쟁 억제력을 가져오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 세 국가는 소련의 붕괴로 물질적인 핵무기를 가지게 된 것뿐이지, 그것을 관리하고 발사할 수 있는 하드웨어적 설계나 소프트웨어적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카자흐스탄 및 벨라루스의 경우에는 외부의 개입이 없더라도 이 핵무기들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 여건이 전혀 안 되었지만, 우크라이나 같은 경우에는 핵 관련 연구원들이나 기타 설비들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외부의 개입이 없었다면 우크라이나는 수년 내에 핵 미사일을 실질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가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의사와 그것을 이행하기 위한 정책 제정 및 기술 개발이라는 행동을 가져갈 경우에는 서방 국가들의 경제 제재나 러시아에 의한 예방공격이 이루어졌을 수도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자체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질 수 있었다. 위에 서술한 바와 같이 소련 시대 때 활동하던 수천 명의 핵 연구원들이 건재했고, 핵 관련 기반 시설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핵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그 시점에서 가지고 있던 핵무기들을 이용하여 핵무기의 완성까지 전쟁 억제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했다. 일반적인 핵탄두의 최대 유통기한은 약 10년으로 알려져 있었고, 지속적인 핵무장을 위해서는 자체적인 핵 생산능력이 필요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진다면 자체적인 핵 개발 생산능력을 갖출 수 있었지만, 핵 생산을 하겠다는 의사를 국제사회에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10년 내에 완성하지 못한다면 그 이후, 국제사회 내에서 우크라이나의 위치는 불분명해질 것이 뻔했다.  

    

 우크라이나는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를 작성하기 전에,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정보 분석을 진행했었다. ‘핵무기를 보유한 우크라이나’, ‘핵무기를 포기한 우크라이나’ ‘핵무기는 폐기하나, ICBM을 보유한 우크라이나’ 이렇게 총 3가지로 나누었다. 각 시나리오 별로 나누었을 때 우크라이나가 군사정치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과 국제사회적으로 어떠한 국면에 처해질 것인지를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핵무기 및 ICBM을 전부 포기하는 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국익이 될 것이라고 판단을 내렸고 그에 따라 해당 무기들을 러시아로 이관하여 폐기했다.     


 하지만 이는 30년 뒤의 사건을 살펴보았을 때, 우크라이나의 비핵화 과정에 있어서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30년 전의 안전 보장을 근거로 서방 국가들에게 군사적 지원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서방 측은 안전 ‘보장’과 안전 ‘보증’의 어원 차이와 이는 단순한 각서일 뿐, 국제적 조약에 근거하지 않다는 것을 근거로 이로 인한 군사적 지원 요청은 사실상 거절하고 있다.      


 위에서는 소련의 붕괴 과정, 그로 인한 우크라이나의 비핵화 과정 및 해당 각서의 한계를 설명하였다. 2022년 현재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관한 다양한 이슈들이 등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개전하자마자 키이우를 순식간에 점령하고 손쉽게 승리할 것이라는 주류 예측과는 달리, 친러 지역의 동부지역 일부를 점령하고 전략적인 군사작전으로 얻은 요충지는 헤르손밖에 없다. 또한 ‘우크라이나 9월 공세 작전’으로 인해 히르키우와 같은 북부지역 주요 요충지를 우크라이나가 다시 수복하면서 북동부 지역의 러시아군은 지속적으로 패퇴하는 실정이다.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전세를 역전하는 기미가 보이자,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국가적으로 동원령을 시행하면서 더 많은 병력과 군 자산들을 투자할 예정이다. 하지만 동원령을 통한 병력 투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카드를 사용할 의사가 있어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존재한다. 최악의 경우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국제사회는 어떠한 전개를 맞이하게 될까.     


 핵무기는 보유하고 있는 것 자체로도 큰 외교적 협상 및 군사적 이익을 점할 수 있는 무기다.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카드에 대한 시나리오는 총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핵무기 발사 직전까지의 실전 배치로 인한 군사적 압박, 두 번째는 전술핵의 발사로 인한 일부 군사 지역의 초토화, 세 번째는 전략핵의 발사로 인한 대도시 초토화 및 대학살, 네 번째는 미합중국 및 NATO의 직접적 군사 개입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문장에서 서술했다시피, 핵무기는 존재 자체로도 위협적인 무기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배치와 발사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는 것만으로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상당한 위협을 느낄 수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9월 공세 이후로, 대외적인 인터뷰에서 최악의 경우에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였다. 미합중국은 러시아의 핵 사용 언급에 대해서 비난을 가하였으며,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미국도 전쟁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표명했다. 만약 서방 국가가 러시아가 핵무기를 실질적으로 배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어할 수단을 마련하지 않거나 외교적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는 현재 점령당한 영토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는 등의 불리한 외교 협정 조건을 수용해야 할 수도 있다.     


 핵무기는 대표적으로 ‘전술핵’과 ‘전략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술핵은 소규모 지역 및 군사 지역이나 특정 건물 등을 파괴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핵무기이다. 전략핵은 대도시 및 불특정 다수 사살을 위해서 사용하는 핵무기이다. 전술핵과 전략핵은 규모적인 측면에서 비교할 수 있으며, 러시아의 핵전쟁 시나리오 또한 전술핵과 전략핵의 순차적인 투하로 진행될 수 있음으로 예측한다. 전술핵의 경우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전선을 돌파하거나,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공업 시설 및 발전 시설 등에 사용하여 장기적인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을 저하하는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전략핵의 경우에는 키이우와 같은 주요 도시나 그 외에 대도시에 투하하여, 우크라이나 국가 자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 및 타격할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2차 대전 때,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자했던 원자폭탄은 약 13만 명의 사망자를 냈으며 그 이후로도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수십만 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다. 현대 핵무기는 히로시마 때 사용되었던 핵무기보다 수백 배에서 수천 배의 위력을 가지고 있기에, 러시아가 전략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수백만 명의 사상자를 일으킬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전술핵 사용 단계부터는 우크라이나가 무조건적 항복을 선언할 것으로 예측되나, 미국의 CIA, NSA, NRA 등 수많은 정보기관들이 러시아 핵무기의 동향을 살피고 있기 때문에 이를 실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     


 마지막 단계는 미합중국군과 NATO 군의 개입이다. 미국에는 총 19개의 정보기관들이 존재하고, 현재 사용 가능한 모든 감시장비 및 인력들을 러시아 동향 파악에 총동원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미국의 정보 통합부서인 ODNI는 이미 러시아가 전쟁을 개시하기 전부터,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정보 분석 결과를 내놓았으며, CIA, DIA, NSA 등의 국가정보기관들은 현재 우크라이나 군에게 러시아 군의 위치 및 진격 방향 등 모든 군사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핵무기의 운반 및 미사일 발사 준비에 대한 정보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정보들을 토대로, 러시아가 핵무기의 실질적인 발사단계까지 들어간다면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예방 공격을 시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신냉전(新冷戰)’을 압축한 물리적 격전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전쟁이 자유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의 세계대전으로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미국 릿거스대 환경과학과 연구팀이 미국–러시아 핵전쟁에 대한 시나리오를 분석 및 결과 발표를 하였는데, 미국과 러시아 간의 직접적인 핵 미사일 교전이 이루어진다면 최대 50억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발표를 하였다. 모스크바, 키이우, 뉴욕, 런던, 파리, 워싱턴, 베를린, 로마 등 주요 도시들이 전략핵에 의한 공격을 받아 압도적인 직접적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며, 핵폭발로 인한 열과 방사능 등으로 인한 환경 파괴로 세계 전체 식량의 90%가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결과 또한 존재한다. 즉 이 전쟁이 세계전쟁으로 확대되고 핵전쟁까지 이어진다면, 인류 멸망에 가까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즉 러시아를 비롯하여 모든 국가들은 핵전쟁은 방지하는 편에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의 인명 피해를 토대로 고려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은 군사적 협상이 아닌 외교적 협상이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러시아는 나토의 지속적인 동진과 과거 소련 국가들의 친서방주의의 전환 행보로 인해 러시아의 영향력을 자국과 서방국가의 사이에서 행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러시아는 현재 침략 전쟁을 시작한 시점에서 현재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포기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합병하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또한 이번 전쟁을 계기로 완전한 ‘탈-러시아’에 대한 정책 방향성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는 데 실패하고, 핵무기 사용으로 인한 위협 및 타격으로 인해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동아시아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체제를 더욱 견고히 만들어주게 하는 기반을 제공해줄 것이다. 서방 국가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였을 때의 손해가 이익보다 더 크다는 것을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으며, 핵무기를 사용하기 전에 서방 국가의 견제 및 예방 공격 등과 같은 위협성을 보여주어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나토의 지속적인 동진은 형식적인 측면에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할 필요가 있고, 실질적인 측면인 군사나 각종 무기 등의 배치는 폴란드 선에서 더 이상 진격을 멈추어야, 러시아와의 의미 있는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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