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양이가 한창 하울링이 심했을 때는 거의 매일 침대에 누워만 있었어. 간신히 출퇴근을 해내고 나면 기력이 하나도 없는 거야. 침실 벽에 바짝 붙어서는 우울해, 우울해. 그 소리 말곤 못 했지. 그 무렵의 나는 매일 고양이 눈치를 살폈던 것 같아. 가끔 우연히 고양이 기분이 좋으면 덩달아 무척 신나고,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다운되면 같이 곤두박질쳤어. 함께 하기로 한 이상 혼자서 행복할 수 있단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거든. 함께 하고 싶은 게 많지만 쉽지 않고, 매일이 눈칫밥이었지.
활동을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어. 무작정 나가서 걷자고 하면 안 먹히니까 구실을 만드는 거야. 영화도 예매하고 연극도 예매했어. 뮤지컬도 예매하고 전시도 뒤적거렸지. 몇 주 전부터 미리 알려주고 함께 보는 스케줄표에 표시했어. 즐거운 활동이란 기분을 심어주고 싶어서 부러 더 오버해서 들떠했던 것도 같아. 당일 오전에 기어이 내켜하지 않아 취소하기도 하고, 간신히 따라주기도 했지. 그러다 어느 날 고양이가 묻더라.
"나 때문에 일부러 공연 예매하는 거야?"
그때였어. 우울한 이에게 가장 해서는 안 될 말 중 하나가 당연하게 입에서 톡 튀어나간 게.
"취미를 만들면 어떨까 해서!"
며칠 뒤 TV에서 박사님이 그러더라. '취미를 가져봐, 라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그것 말고도 하지 말라는 말은 많았지만 그 말이 가슴에 와 콕 박히대. 내가 했던 말과 소름 끼치게 똑같잖아. 곧장 고양이에게 사과했어. 웃더라.
집사는 무력감에 빠졌지.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 고양이는 여전히 매일 울고, 집사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갔어. 그러다 돌연 임계점을 넘어버리더라. 형용할 수 없는 좌절감이 밀려오는 거야.
그렇게 힘든데 왜 살아야 해? 그만 하면 되는 거 아니야?
고양이는 평소와 똑같이 울고 있었는데 말야.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어.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지. 고양이가 놀라 하울링을 멈추고, 집사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어. 둥그런 눈으로, 더이상 울지도 않고 말이야. 기특하다고 쓰다듬어줬어야 하는데,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어. 죽자, 그렇게 힘들면 같이 죽자. 나 혼자 죽으면 네가 너무 힘들 테니까, 같이 죽자. 입술 끝에 매달린 무서운 말들을 삼키고 눈물만 뚝뚝. 3일을 내리 그렇게 울기만 했던 것 같아. 내가 그랬잖아. 그렇게 좋은 집사가 못 된대도.
그날 이후 고양이는 그때만큼 울지 않는 것 같아. 내 눈치를 살피기 때문일까? 잘 모르겠어. 단순히 증상이 많이 완화된 덕도 있지만, 집사의 멘털이 연약하다는 걸 알아버려서 그런지도 몰라.
한참이 지난 어느 날 고양이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어.
"일도 하고 싶지 않고 가만히 집에만 있고 싶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지. 그저 하던 대로 묵묵히 털만 쓰다듬어줬어. 그러니까 고양이가 그러는 거야.
"반박해야지. 그럼 우리 뭐 먹고 사느냐고 화내야지."
나는 고양이가 제시한 반박 대신 조심스럽게 그날의 말을 꺼냈어. 절대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말. 입 안 가득 터질 듯이 들어찼던 시커먼 말.
"그렇게 힘든데 왜 살아야 해? 그냥 죽으면 끝날 텐데. 차라리 같이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어."
최대한 지나간 일을 다루듯 가볍게 말했어. 그래도 눈물이 나더라. 고양이는 펄쩍 뛰었어.
"행복하고 싶어. 집사랑 하고 싶은 일이 많아. 함께 꼭 행복해지고 싶어."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어. 행복하고 싶다고? 매일이 불행하다고 부르짖으면서 행복을 꿈꾼다고? 나로선 생각할 수 없는 생각 수순이었거든. 많이 놀란 우리는 오래도록 이야길 나눴어. 행복하고 싶단 고양이 말이 얼마나 진심인지 알게 되었지. 그제야 희망이 생겼어. 내가 너무 겁에 질려 멀리 갔던 거야.
고양이들. 행복해지고 싶니? 그런데 자신이 없어? 그렇다면 집사에게 꼭 이야기해줄래?
집사는 하루 종일 고양이를 생각해. 어떡하면 고양이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그러면 우리가 함께 행복해질 수 있을 텐데, 하고. 고양이가 행복하고자 애쓰고 있다는 건 아마 잘 모를 거야. 나도 그랬거든. 허우적대기 바쁘단 것밖에 몰랐어. 눈에 띄는 변화 없이 매일 울기만 하니까. 그 모습밖에 못 보니까. 그 허우적거리는 게 살기 위한 몸부림이란 건 모른 채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