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고양이를 위한 츄르 만들기 : 츠레
내가 할 일
혹시 영화 좋아해?
우연히 추천받은 영화가 한 편 있는데
소제목을 보고 이미 알아챈 집사들도 있겠지.
맞아, 일본 영화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를 보고 오는 참이야.
나는 넷플릭스에서 봤는데
궁금하다면 한 번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츠레'는 일본어고
동반자 정도의 뜻인데
극 중 아내가 남편을 부르는 애칭이기도 하지.
나의 '고양이'와 같은 격이네.
상황이 너무 비슷했어.
츠레는 제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아내를 사랑했지.
아내는 츠레의 응원을 받아 꿈을 기웃대고, 집을 지키지.
츠레와 함께 사는 집을.
나도 똑같아.
고양이는 일을 하고, 집사는 글을 써.
고양이는 여전히 아프고, 집사는 집을 지켜.
츠레가 아프단 걸 알았던 순간
아내는 당장 일을 그만두라고 말했어.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나는 두려움이 앞섰거든.
고양이가 집을, 나를, 지탱해주길 바랐거든.
그래서 선뜻 그렇게 말하지 못했어.
어떻게든 회유하려 했고, 그 방법은 배제하라고 하고 싶었어.
영화니까 그렇게 간단히 표현되었겠지만...
나는 참 한심하네.
고양이는 결국 휴직계를 냈어.
이제 보름 정도가 지나면 츠레처럼 집에, 집사 곁에서 쉴 거야.
츠레처럼 아내의 든든한 지지를 받지 못해서 그런지
고양이는 완전히 퇴사를 택하진 않았어.
그 말을 들었던 날,
마침내 불안은 극에 달해 있었고
기어이 조근조근 상처될 말들을 했던 것 같아.
고양이는 아마 충격을 받았겠지.
고양이가 휴직한다는 불안감에
나는 조용히 재취업 자리를 알아봤어.
본격적인 건 아니었고 조금 기웃대는 정도였는데
금세 고양이한테 들키고 말았지.
고양이는 울상이 되어 애원했어.
"일하지 마, 일은 그저 괴롭기만 한 일인데, 집사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무 절절하게 슬퍼해서 이내 일자리 찾기는 그만두었지만
실은 진짜로 이해하진 못했던 것 같아.
그럼 뭘 먹고살자는 거지?
혼자 꿈속을 살고 있나?
그런데 그 답을 영화가 주더라.
"내가 일 할게."
"아르바이트하게?"
"아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만화를 그릴 거야."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어.
내가 일하는 것을,
고양이가 아프기 때문이었다고 귀결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했던 거야.
고양이의 응원을 허투루 듣지 않고
나는 내가 갈 길을 좀 더 열심히,
보다 절실하게 하면 되는 거였던 건데.
나는 고양이가 아프니까, 누구라도 돈은 벌어야 하니까,
모든 걸 내려놓고 다시 일터로 나가려고 했어.
그래, 애초에 마음가짐이 잘못된 거더라.
고양이가 죄책감을 느껴선 안 됐는데.
그래서 오늘도 잊지 않고 글을 써.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좀 더 선명해지는 기분이야.
좀 더 열심히 쓸게.
열심히 이룰게.
나의 츠레,
나의 유리고양이와 함께.
영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