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 평창군 봉평면 무이리 1142-10(안흥동길 70-42, 70-46, 70-54)
예약처 : 에어비앤비
투숙 객실 : W4동 406호
펜션명을 검색해도 잘 나오지 않고, 주소도 잘 안 잡힌다. 그래서 도착 직전까지 갸우뚱했으나 결국은 호스트가 일러주는 주소로 가면 된다. 없을 것 같지만 있다. 숲길 끝자락 계곡에 있다. 지도에 길도 잘 표시되어 있지 않은 구역에 있어서 호스트가 숙박일 전날 오는 길을 알려준다.
봉평면에 도착하자마자 폭설이 시작돼 온통 눈보라가 몰아쳤다. 바퀴가 헛도는 경험도 처음 해본 터라 잔뜩 겁을 집어먹었는데, 펜션은 산자락에 있으니 가는 길이 많이 우려되었다.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내어 물어보니 제설작업 중이고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 행여 차가 못 올라올 시 연락 주면 픽업하러 오겠다는 답을 받았다. 그러나 웬만하면 올라오니 걱정 말라고.
다행히 산길은 그리 가파르지 않았고 오르는 길에 펜션이 많기 때문인지 나름대로 길 정비를 잘해둔 참이었다. 흙과 염화나트륨으로 걱정 대비 수월하게 산에 올랐다.
입구는 말한 대로 의아하다. 지도상 안내는 진작 끝나고, 그때부턴 호스트가 사전에 보내준 사진과 설명에 의존해야 한다. 커다란 표지판 따위도 없는 구불길을 조금 따라 들어가면, 막다른 길이 나오고 숙소가 보인다.
그때 눈앞에 펼쳐진 장관.
전용테라스에서 찍은 계곡과 데크
눈이 와서 걱정했지만 눈이 와서 기대되었던 게 다 이런 것 때문이다. 겨울여행은 눈이 복병이지만 눈이 와야 아름답다. 결과적으로 탈 없이 잘 다녀왔으니 많은 눈이 내려 더더 행복했던 날.
나무데크를 따라 사전에 안내된 대로 무인체크인을 진행한다. 현관에 들어서면서는 좋은 숙소가 맞나? 싶지만, 보온을 위해 중문처럼 설치된 커튼을 열어젖히는 순간 걱정은 기쁨으로 변했다.
미리 데워둔 방은 훈훈하니 따뜻하고, 엔틱 한 분위기가 산속 별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숙소는 2인전용이었지만 규모는 작지 않다. 전용테라스로 이어지는 널찍한 거실이 있고, 침실 따로, 다락방 따로다.
바로 앞에 계곡이 흐르고 있다. 2층인데도 테라스에 눈이 쌓여 마당을 가진 듯한 느낌도 느꼈다.
창밖 풍경이 너무 좋아서 오후 3시 반쯤 입실해 해가 저물 때까지 창밖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TV도 넷플릭스도 필요 없다.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바라보며 나누는 도란도란 대화가 최대의 행복이다.
흔들의자는 하나다. 잘 흔들리진 않지만 의지적으로 흔들면 흔들린다. 대신 좌방석 깊이가 꽤 되어 아늑한 느낌은 분명하다. 둘이 나란히 앉기 좋은 좌식등받이 의자도 있다. 원하는 대로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해서 나란히 앉아 창밖 감상하기에 좋다.
다락방은 취침용이 아닌 하늘감상용인데, 내린 눈으로 창이 가려져 있었으므로 구경만 하고 말았다. 감성이 충만했던 것만은 사실. 아마 이 숙소를 여름에 방문한다면 다락방이 또 큰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아늑한 다락에서 밤하늘을 구경하기 좋을 테니까.
다락은 나무집 특유의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꾸며져 있지만 미니멀하다. 더블사이즈 정도의 매트리스만 단출하게 깔려 있고 누우면 천창으로 하늘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우리가 방문했을 땐 눈이 소복이 쌓여 하늘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대로 만족.
침실에도 예쁜 창이 나 있어서 설경을 즐기기에 좋았다. 침대는 너무 부드럽지 않고 딱 적당한 매트리스에 규격은 킹사이즈 정도였던 것 같다. 둘이 아주 넉넉하게 쓸 정도의 규모. 침구는 아주 깨끗한 면침구였고, 이불이 좀 얇았지만 하나도 춥지 않았다. 침실도 별도의 난방으로 훈훈했고 전기장판도 깔려 있어서 잘 땐 켜고 잤다. 굳이 뜨겁게 하지 않아도 취침모드 정도면 딱 알맞았다. 너무 두꺼운 이불 안 좋아하는 나에겐 딱 맞는 침구.
침대 발치엔 옷걸이와 화장대가 있다. 다락으로 향하는 계단 아래 공간을 활용했다. 거울이 달려 있어서 침대에서 일어나 나란히 앉으면 딱 귀여운 앵글이 나온다. 포토스폿으로 강추.
헤어드라이어와 수건도 여기에 놓여 있다. 수건은 2인기준 4장.
특이하게 샤워실과 화장실이 별도로 구분되어 있다. 최고 좋은 부분. 세면대는 두 공간 사이 실내에 위치해서 언제든 편하게 손을 씻을 수 있는 구조.
창이 나 있는 화장실은 좀 쌀랑하긴 하다. 변기에 앉을 때마다 엉덩이 시린 건 감수해야 한다. (ㅎㅎ) 그래도 물살 약하지 않고 잘 작동한다. 냄새 없고, 깔끔했다.
샤워실엔 샴푸와 바디워시가 준비되어 있다. 칫솔과 치약은 따로 준비해야 한다. 사전에 안내문자로 친절하게 칫솔치약 가져오라고 말해주셔서 놓치지 않고 준비해 갔다.
유일하게 이 숙소에서 아쉬운 점은 물살이 약하고 배수도 느리다는 건데, 별로 크게 문제 되진 않았다. 이렇게 숲 속에서 자연을 벗하다 가는데 물이 문제없이 나와준다는 게 어딘가 싶은 느낌. 물살이 약하긴 해도 뜨거운 물은 잘 나온다.
아 부엌은 따로 사진을 찍지 않았네. 전기포트가 따로 없고, 엔틱 정취 물씬(ㅎㅎ) 나는 주전자가 있다. 컵라면 물 정도 데워 먹는 데엔 아무 지장이 없었다. 여분 부탄가스와 휴지도 부엌 찬장에 살뜰히 들어 있다. 칼부터 필요한 가재도구는 전부 비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바비큐에 꼭 필요한 집게와 가위 정도만 썼고, 나머지는 준비해 간 일회용품으로 대체했다. 설거지를 잘할 자신이 없어서 미리 준비했지...! 여행은 미니멀이 최고다. 기본만 준비해서 딱 놀고 깔꼼하게 정리하고 나오는 게 모토.
해가 많이 짧아져서 6시 되기 전에 날이 저문다. 날 저문 펜션도 아름다워서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숲X눈은 진심 치트키...
그리고 영하 10도를 뚫고 시작된 바비큐 타임... 그래도 펜션 왔는데 바비큐를 어떻게 생략해요...?
봉평 하나로마트에서 야무지게 공수해 온 평창한우와 삼겹살 야무지게 굽기. 너무 추우니까 소중한 업진살만 구워서 소금콕콕해 서서 먹고, 삼겹은 구워서 방으로 들이기로 했다. 관건은 빨리 굽고 빨리 들어가는 것. 진심 너무너무 추웠다 ㅋㅋㅋㅋㅋ
전용 테라스에서 단독 바비큐가 가능한 것도 엄청 좋은 점이다. 테라스가 그리 좁지 않아서 여름엔 아주 좋을 것 같다. 계곡 물소리 졸졸졸 들으면서 자연 속에서 고기 굽는 게 얼마나 대단한 운치인데.
바비큐도 미리 준비되어 있고 꼼꼼히 안내메시지를 보내주셔서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다. 최대한 투숙객과 호스트의 만남을 줄인 것도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모든 이용이 어렵지 않게 세팅되어 있어서 가능했다.
외부에서 열심히 구워서 실내로 호다닥 옮겼다. 못 참겠는 마음에 몇 점은 밖에서 소금콕콕해 먹었지만. (ㅎㅎ) 먹는 도중 고기가 식으면 식탁 바로 아래 준비된 전자렌지에서 데웠다. 준비해 간 일회용품이 전자렌지 사용 가능한 제품이어서 가능했다. 위생봉투를 집에서 준비해 갔기 때문에 전자렌지 더럽히지 않고, 고기 수분 빼앗기지 않게 잘 데워 먹었다.
식탁 바로 아래 전자렌지와 밥솥이 준비되어 있다. 우리는 밥솥은 사용하지 않았고 전자렌지는 유용하게 잘 사용했다.
소금 등 조미료는 준비해서 가야 한다! 펜션에서 별도로 마트는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미리 잘 챙겨가야 한다. 이것도 호스트가 출발 전날 잘 안내해 주신다. 이렇게까지 친절 꼼꼼한 안내는 처음 받아본 듯.
밥 다 먹고 나면 불멍타임. 미리 약속한 시간에 맞춰 벽난로 피워주러 호스트가 방문한다. 벽난로가 처음인 투숙객을 위해 친절하고 꼼꼼히, 쉽게 알려주신다. 3시간 정도 태울 양이라고 사전 안내받았지만 우리는 8시부터 12시까지 태우고도 장작이 조금 남았다. 한 번에 장작을 많이 넣을 필요 없다. 불길이 다 죽어갈 쯤 하나씩만 넣어도 충분히 오래, 잘, 예쁘게 탄다. 은근한 열기가 나기 때문에 나중엔 장작 하나씩만 넣어도 공기가 따끈하다. 너무 뜨겁거나 무섭지는 않다.
배관으로 연기도 잘 빠지고 아무 무리 없이 불멍했다. 벽난로가 있는 숙소는 처음이었는데, 그 자체로 만족스러운 체험이 되었다. 벽난로 이용료가 장작값 포함 2만 원인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여름엔 이용할 수 없으니 이 숙소가 겨울에 더 빛나는 이유 되시겠다.
실내가 너무 건조해지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4시간 넘게 불을 때니 조~금 그랬던 것 같고, 상상만큼은 아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공눈물, 수분크림 꼼꼼히 챙겨 갔는데 특별히 쓰지는 않았다. 물이나 잘 마시면 된다.
아늑한 침실에서 깨어난 아침 창문 뷰. 사진엔 담기지 않았지만 햇살을 받아 녹은 눈이 나뭇가지에 맺혀 반짝반짝 빛났다. 오르골 속 예쁜 꽃가루처럼 반짝반짝.
귀경길이 너무 막힐 것을 우려해 우리는 체크아웃시간보다 이르게 숙소에서 나섰다. 돌아가는 길에 만난 아름다운 뷰는 덤으로 얻은 선물.
너무너무 좋았다.
아, 참고로 숙소비용은 12월 토~일 1박 숙박으로 약 20만 원.
바비큐 2만 원, 벽난로 2만 원 별도.
가심비 제대로니 비싸단 생각은 안 하고 다녀왔다. 게다가 주말 숙박이니까.
자동차가 없으면 가기 어렵다. 평창역에 내려서 택시로 가는 방법도 있겠으나 어떨진 잘 모르겠다. 가기 전 봉평읍에서 장을 보고 가야 한다. 2, 7일 주기면 봉평 5일 장이 서니 들러서 장 봐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장구경도 하고. 우리가 방문했을 때엔 장날이 아니어서 하나로마트에서 장 봤다.
하나로마트에서 만난 봉평 특산품. 막걸리 달지 않고 아주아주 맛있다! 지평막걸리 좋아하는 내 입에 최상급으로 맞았음. 또 마시고 싶다. 술을 즐겼다면 잔뜩 쟁여서 왔을 것 같은 맛.
평창목장우유 딸기요거트는 산뜻한 맛이다. 제형은 아주 되직한 스타일로 떠먹는 요거트 수준인데, 맛이 수준급이다. 다음날 유산균버프로 쾌^^함. 다음에 가면 또 마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