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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ul 26. 2021

[리얼리티쇼] Love on the Spectrum

프렌즈와 모던 패밀리, 굿 걸스를 섭렵하고 잠시 왓챠에 가서 오피스까지 보고 다시 넷플릭스로 돌아와 볼 거 없다며 한참 불만을 토로하던 어느 밤에 나는 '러브 온 더 스펙트럼 Love on the Spectrum'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되었다.  

Love on the Spectrum 은 호주에서 방영된 리얼리티 쇼인데,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사람들이 사랑을 찾기 위해 모임에 나가고, 상담을 받고,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가 장애에 대해 굉장히 무지했다는 것을 느꼈는데,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장애를 갖고 있으면 나와 어딘가 '다른' 외모나 생각, 행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나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장애를 갖고 있는 그들은 나와 다르다. 그런데 내 주변 사람들과 내가 다른 만큼 딱 그만큼 나와 다른 것이었다. 내 주변의 장애를 갖고 있지 않은 친구들과도 나는 공통점이 있고 다른 점이 있다. 나는 러브 온 더 스펙트럼에 나오는 매디 Maddi나 올리비아 Olivia와 비슷한 점이 있었고, 다른 점이 있었다.


그렇게 나와 다르지만 비슷한 이 사람들중에는 생에 한 번도 데이트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Olivia에 따르면 95% 정도가 짝을 찾지 못한다고). Love on the Spectrum 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데이트를 하고, 연인과 로맨틱한 감정을 나누고 싶어 하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한다. 출연자들의 인터뷰를 보면 그들이 얼마나 사랑을 바라고 또 사랑을 줄 준비가 되어있는지가 느껴진다. 그들은 사랑이 무엇이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힘들 때 외면하지 않고 함께 있는 것'이라고 답한다. 한 번도 연애를 해보지 못한 Olivia는 "I love love 나는 사랑을 사랑해요"라고 말하면서 사랑노래와 이별노래가 대부분인 본인의 플레이리스트를 소개한다.  


사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후기를 쓸까말까 정말 많은 고민을 했는데,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사적인 부분을 다룬 프로그램이 그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확인 작업이 필요했다. 그래서 구글을 열심히 뒤져보니 자폐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쓴 리뷰가 꽤 나왔다. 그중에서도 타임지에 기고한 Sarah Kurchak의 'The Promise—and Pitfalls—of Netflix's New Reality Dating Show for Autistic People' 을 참고했다.  


Stories about autism and love have rarely lived up to that promise in the past. But Love on the Spectrum has the potential to open minds, foster genuine empathy for its stars and maybe even spark interest in more autistic stories.
자폐증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이전에도 있어왔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러나 Love on the Spectrum은 마음을 열고, 출연자들에게 진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어쩌면 자폐에 관한 이야기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It presents a relatively benign and non-judgmental look at the romantic struggles and triumphs of a variety of different individuals on the spectrum.
Love on the Spectrum 은 자폐 스펙트럼 상에 있는 다양한 개인들의 사랑을 찾기 위한 노력과 성취에 대해 비교적 중립적이고 비판단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제작진이 등장하지 않는 일반적인 리얼리티 쇼와는 다르게 Love on the Spectrum 은 제작진이 출연자들과 얘기도 나누고, 출연자들의 데이트에 제작진이 동행하며 그것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Sarah Kurchak은 이 연출이 본인에게는 불편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출연자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Creator Cian O’Clery explained in a recent interview that he consulted with psychologists who said a camera crew accompanying the subjects on dates might even help to defuse the tension and make them feel less alone.
크리에이터 Cian O'Clery는 최근 인터뷰에서 심리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제작진이 출연자들의 데이트에 동행하는 것이 출연자들의 긴장을 풀고 혼자 있는 기분을 덜 느끼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과거의 자폐에 대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비해  Love on the Spectrum 이 훨씬 더 발전된? 형태일 수 있겠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인다.   


Despite its apparent benevolence, there are also ways in which Love on the Spectrum doesn’t quite meet my lofty expectations. My major grievance with the series is the demographic of its cast, which doesn’t accurately reflect the autistic community in terms of race, gender, or sexuality. My other misgivings may not occur to non-autistic viewers, but might linger in the minds of autistic ones: Is the score a bit too cutesy for a show about adults and dating? What are the cuts between awkward date moments and other, more “natural” seeming interactions among people in other parts of the venues trying to say? Would the close-ups on potentially eccentric clothing choices have happened if their subjects were neurotypical? Were the introductions that listed their subjects’ “quirky” likes and dislikes genuinely informative or infantilizing? Will audiences sympathize with the subjects, or pity them? Or maybe even laugh at them?
프로그램의 의도가 선해보이더라도, Love on the Spectrum 이 나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다. 이 시리즈에 대한 나의 가장 큰 불만사항은 출연자들의 인구통계학적 문제인데, 이 프로그램이 인종, 성별, 성적인 면에서 자폐적인 공동체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몇 가지 장면에서도 불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성인들의 데이트 프로그램 치고 유치하게 묘사된 점이 있지 않는가? 데이트하는 도중 중간중간 나오는 어색하고 이상한 순간들과, 다른 테이블에 더 '자연스러워'보이는 정상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 것에는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일까? 만약 출연진들이 자폐를 갖고 있지 않은 정상인이었더라도 출연진들이 데이트에 입고 가는 '이상해 보일 수 있는' 옷들을 클로즈업했을까? 출연자들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소개하는 부분은 정말로 정보제공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그들을 어린이들로 취급하여 보여주는 것일까?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에게 공감을 느낄까 아니면 동정할까. 아니면 그들을 비웃을까?


Sarah Kurchak이 지적하는 부분은 모두 내가 의심 없이 자연스럽게 넘겼던 부분이었다. 같은 영상을 보면서 자폐와 거리가 먼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반면 자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불편함과 어색함을 느낀다. 내가 직접 보고 듣고 겪은 것이 아니라면 최소한 그 상황을 겪었거나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There is always the risk of misrepresentation and misinterpretation. Perhaps accepting that autistic reality show stars will be subject to the same hazards as non-autistic ones—and respecting the autonomy of those who choose to participate—is its own awkward step toward equality.
잘못 전달되거나 잘못 해석될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아마도 이 자폐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나오는 출연진들이 다른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나오는 자폐를 갖고 있지 않은 출연진들과 같은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참여하기로 선택한 사람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 평등을 향한 서툰 발걸음일 것이다.


As uneasy as I am, though, I’m still open to almost all new autism-related entertainment that comes out. Pop culture helped me better understand non-autistic people and the world around me. I remain convinced that it has the potential to be just as powerful in reverse.
그래도 불안하지만, 나는 여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자폐증 관련 컨텐츠에 열려 있다. 팝문화는 내가 자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나는 반대의 상황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전히 확신하고 있다.  



다행이다. 물론 부족한 점은 있겠지만 그래도 노력해서 만들어진 프로그램 같다. 어쨌든 나는 정말  깨달음을 얻었다.  프로그램을 보지 못했다면 다른 기회로 알게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하루빨리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나와 같고 나와 다르다.  위에서 만나는 낯선 ‘비장애인' 내가 다른만큼,  그만큼 다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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