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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ul 26. 2021

[드라마] 송곳

직장에 휴가를 내고 하루 종일 누워서 드라마를 보고 싶은 날이었다. 시트콤을 볼까 시대극을 볼까 고민하다가 드라마 '송곳'이 갑자기 생각났다. 드라마의 원작인 웹툰 '송곳'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이렇게 오래?) 다음 웹툰에서 연재되었는데, 한창 연재할 때 보다가 마무리를 못 봐서 드라마로 보기로 했다.


드라마는 2015년에 12부작으로 방영되었는데, 넷플릭스에는 없고 왓챠에는 있다. 확실히 왓챠가 드라마에서는 장르가 다양하다.  


'송곳'은 마트에서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서 사측의 부당함에 맞서는 내용이다.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지점장에게 신뢰받는 엘리트 이수인 과장(지현우)은 부장으로부터 직원들을 내쫓으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수인은 부당하고 불법적인 해고지시는 받지 않겠다고 말하고, 직원들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한다.

구고신(안내상)은 노동상담소를 운영하며  부당하게 해고된 사람들이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쫓겨나는 노동자들을 도와 노동운동을 하는데, 이수인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을 돕는다.


'송곳'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을 많이 받았는데, 내가 이 드라마가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드라마에서 다루는 싸움에는 사측과 노조의 싸움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노조 내부에서 일어나는 갈등 또한 현실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노조활동으로 인해 임금이 삭감되자 노조를 탈퇴하는 회원들과 그런 회원들을 보면서 배신자라며 재가입은 절대 해주면 안 된다고 하는 회원들. 노조가 조금의 힘을 갖자 그때서야 가입하려는 직원들과 그런 직원들을 받으면 안 된다고 하는 회원들. 이런 광경을 보면서 구고신은 이수인에게 이렇게 말한다.


"착한 약자를 위해 악한 강자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것"


'약자는 착하고 강자는 악하다'라는 굳어진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미디어를 경험할 때 권선징악을 예상하고 기대하기도 한다. 현실에서 그렇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특히 회사와 노동조합의 갈등을 다루는 작품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하지만 '송곳'에서는 강자나 약자의 착함과 나쁨을 나누지 않고, 강자와 약자를 모두 인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인간은 대부분 본인의 이익을 위한 선택을 하고, 내가 차린 밥상을 다른 사람이 공짜로 먹는 것을 싫어한다. 이는 착하고 나쁘고를 떠나서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이다.


개인을 위해 싸우려고 하면 그 사람의 모습이 내 생각(혹은 기대)과 달랐을 때 실망하고 더 이상 지키고 싶지 않아 질 수 있다. 이수인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인간에 대한 기대가 없는 인물이어서 결국 끝까지 혼자 싸워 직원들을 지킬 수 있었다.  


드라마의 캐스팅도 훌륭했다. 지현우는 반듯하면서도 어딘가 차가운 이수인 과장의 역을 잘 해냈고, 특히 구고신 역의 안내상은 정말 연기 짱 잘하더라.


사회문제를 다루는 드라마인 만큼 어둡고 지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드라마라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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