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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Aug 29. 2021

[다큐멘터리] 더 울프 오브 아트 스트리트

미술품 시장의 핵심은 미술이 아니다.



미술작품이 투자의 목적이 된 건 한참 오래전 일이다.  미술품은 자산이 되고, 미술품 경매는 자산을 거래하는 시장이 되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미술작품을 개인 소장하여 원할 때마다 감상하고 싶은 마음으로 작품을 사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수요가 많아지고 작품의 수가 줄어들자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고 작품이 돈이 되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수익을 목적으로 예술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금전적 가치로 평가받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품이라고 항상 고고하게 남아있을 수는 없겠지만, 요즘 아트테크 시장에서 미술품을 분할하여 소유권을 나눠갖는 모습을 보면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더 울프 오브 아트 스트리트는 미술품이 자산으로서 어떻게 거래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작가들과 수집가 등 미술품 시장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이다.  


제프 쿤스 Jeff Koons 생존하는 작가들  가장 작품값(?) 비싼 미국 현대미술가   사람이다. 그는 공장 같은 스튜디오에서 수십여 명의 조수들과 함께 작품을 제작한다. 그런데, 제프 쿤스는 지시만   직접 그림을 그리는  조수들이다. 제작진 '작가의 붓이 직접 닿지 않아도 괜찮냐' 질문에 그는 본인이 정한 체계를 통해 작업을 하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그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답한다. 그의 공장에서는 수많은 '게이징  Gazing Ball' 시리즈가 제프 쿤스의 머리와 조수들의 손가락을 통해 생산되고 있었다.


Jeff Koons, Gazing Ball (잔디 위의 마네 오찬), 2014–15. 출처 : 아트코리아방송
Jeff Koons, Gazing Ball (Titian Pastoral Concert), 2016. 출처 : 아트코리아방송


쿤스는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조던 벨포트처럼 월가에서 일하는 전설적인 중개인이었다. 그는 타고난 영업사원의 재능을 미술시장에서도 사용했다. 미술 시장에서 선물 시장의 개념을 도입한 첫 번째 미술가이기도 하다. 아직 만들지 않은 작품을 3년 안에 만들겠다고 하고 계약을 했고, 심지어 그 계약 자체가 거래되기까지 했다. 주식시장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래리 푼스 Larry Poons는 1960년대에 채색된 캔버스에 점을 찍는 기법의 작품들로 미술계에서 인정을 받은 화가이다. 그에게 성공을 가져다준 그림들이 단조롭고 싫증이 난 래리 푼스는 더 이상 기존의 기법으로 작품을 만들지 않았고, 래리 푼스의 새로운 작품들은 미술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작가의 새로운 시도는 미술시장에서, 심지어 동료 작가들로부터 평가받지 못하고 무시당했다.

다큐멘터리의 후반부에 가서는 래리 푼스가 다시 주목받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미술사학자인 바버라 로즈는 이 현상을 미술시장이 저평가된 화가를 계산하여 발굴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주식시장에서 저평가 우량주를 발굴해내는 것처럼 지금 싸게 사서 나중에 비싸게 팔 수 있는 작품을 찾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속 한 화가는 어떤 작품이 팔리고 어떤 작품이 팔리지 않는지를 도저히 모르겠다고 말한다. 좋은 예술 작품의 기준도 어려운데, 팔리는 예술작품의 기준을 알기란 어렵다. 높은 가격에 팔리던 작가의 작품이 로비미술(건물의 로비나 공공장소에 전시되는 미술)이 되는 것을 작가의 몰락이라고 말하는 미술품 중개인들과 수집가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쩐지 속이 안좋아졌고 어떤 작품이 팔리는지에 대한 기준을 별로 알고싶지 않아졌다.


이 다큐멘터리의 원제는 ‘The Price of Everything 모든 것의 가격’이다. 미술품의 가치와 가격이 같은 의미로 쓰이는 시대에서 앞으로 값비싼 예술작품을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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