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유턴이 있다면 좋겠다. 사랑을 거두어 올릴 수 있는 회유의 기간이 있어서 사랑이 신기루를 향해 새어나갈 때 마음의 밸브를 꽉 잠그고 싶으니. 사랑이 자꾸 아프기만 해서 곪아가는 때, 더 곪지 않도록,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도록. 사랑을 돌릴 수 있는 유예기간이 주어진다면, 그렇다면 너도 나도 좋게 좋게 뻗어나가는 직선이 될 수 있을 텐데. 왜 우리는 줄곧 뻗어나가는 직선을 구부릴 수 없어서 자주 아프고, 자주 상처 받게 되는 건지.
유연하게 사랑하면 얼마나 좋을까. 유연하지 못한 사랑은 부러지거나, 곤두박질치거나, 찢어지기 마련이라 붉은 생채기가 생긴다. 무른 인간이면서 사랑 앞에서는 왜 이리도 단단해지는지. 유하게, 조금 더 유하게 사랑해도 될 것 같은데. 유연하게 사랑해서 이 사랑이 아픈 사랑임을 직감적으로 느낄 때 미꾸라지처럼 도망갈 수 있도록 유연한 사랑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