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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마 Sep 15. 2023

29살에 이혼녀가 되었습니다

남편의 짜증이 결국 이혼으로

남편의 짜증이 결국 이혼으로


   이전에 남편의 짜증에 대한 글을 적은 적이 있다. 2편으로 적어놓은 그 짧은 글들의 마지막엔 '다시 이혼을 생각하게 되었다' 라는 문장으로 마무리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혼을 다. 그런데 이유는 남편의 짜증이 아니었다. 짜증...글쎄...그건 그냥 어떤 하나의 김새였다. 내가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며 살아온 동안 쌓여온 덩어리가 보인 아주 작은 먼지였다.

   30대를 한달 남겨 놓고 나는 이혼서류를 작성했다. 그리고 난 이혼 2년차의 싱글맘이 되었다.



남편이 노래방 도우미와 모텔을 갔다.


   남편은 18살부터 일을 했다. 남편은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직인데 그래서 일까? 늘 남초 회사에만 직무했다. 남자들끼리 모인 회사에서는 자주 회식과 술자리와 알고 싶지 않은 더러운 일들이 있었다. 물론, 우리 남편이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과 어울렸다. 남자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우리 남편이 그런 사람이었다.

   22살, 첫째를 갖고 결혼을 했다. 그때의 나는 굉장히 외로웠고 안정된 가정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가 생겼을 때 '드디어 나에게도 가족이 생기는 구나.' 라는 행복에 젖어 현실은 생각하지 않고 털컥, 결혼을 했다. 그때의 남편은 다정했고 우리 부모보다 나를 사랑해줬으며 어른스러웠다.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힘들었고 아이들을 있어 참고 살아야했던 일들도 많았다. 그래도 나는 남편을 사랑했고 용서했고 기회를 주며 살았다. 술을 먹느라 새벽 늦게 귀가해도, 외박을 해도 '으이구 술이 얼마나 좋으면 저럴까?' 하며 용서해주었고 생활비를 가져다주지 않아도 '그래 뭐, 대출이랑 공과금내니까 생활비는 내가 벌면되지' 하며 받아들였고 내가 모르는 빚이 있을때도 '우리를 먹여 살리느라 그랬던거야' 하며 이해했고, 폭력적인 모습을 보일때면 '남편도 어릴때 불행하게 자라서 저런 모습이 나오는거야' 하며 받아들였다.

   그냥 그랬다. 굳이 들쳐내서 잘못된 결혼 생활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나는 겁쟁이었다. 남편의 실체를 충분히 알 수 있었을텐데 두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며 '아니야' '아닐거야' 하며 바보같이 살았다. 아니 병신같이 살았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 잘못된 사람일리 없어!' 라며 부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했다. 우리 부모처럼 실패한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호구처럼 살았다. 병신같다고 욕해도 좋다. 나는 병신이었다.

   

   남편은 최근들어 부쩍, 우리에게 짜증을 자주 냈다. 그 짜증의 정도가 점점 심해져갈때 쯤 여기에 글을 적었었다. 그때의 글들을 읽어보면 그때도 굳이 남편과 싸우고 싶지 않아 참고 홀로 삭혔던 것 같다. 짜증이 늘어나던 남편은 귀가가 늦어지기 시작했다. 이 시국에 새벽 2-3시는 기본이었다.(2년전 코로나 시국) 영업하는 곳도 없을텐데? 어디서 저렇게 먹을까? 늘 궁금했지만 친구의 자취방, 회사의 숙소 등등 그 장소들을 믿었다. 그럼에도 머리 한켠에선 '불법적인 곳에서는 문 닫고 영업하기도 한다던데' 했었다. 사실 충분히 남편이 그런 곳에 다닐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나는 믿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몇주 전 주말, 남편이 친구의 결혼식에 간다며 오후 늦게 집을 나섰다. 최근 너무 늦게까지 술을 먹으니 일찍 돌아오라는 부탁을 했다. 적어도 11시까지는 들어오라고.. 10시 50분쯤, 남편에게 카톡이 왔다. 새벽에 들어갈 것 같다고.. 그 카톡을 보고 화가나서, 슬퍼져서 장문의 답장을 보냈었다. 너무 힘들다고, 내가 어디까지 이해하고 살아야하냐고 우리는 가치관이 너무 맞지 않는다고 정말 긴 카톡을 보냈다. 그 카톡에 대한 답장은 한마디였다. '미안해'

   그리고 그 날 남편은 새벽 5시에 귀가했다.


   촉, 나는 촉이 좋다. 사실 아주 예전부터 남편의 행동에 대한 촉은 계속 말하고 있었다.

   '남편이 이상해. 당장 핸드폰이라도 뒤져봐. 아니면 입출금내역이라도 봐봐'

   겁이 났다. 무서웠다. 상상하던 일들이 정말 현실이 될까봐, 남편이 정말 그런 사람일까봐 무서웠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에 겪게 될 감정의 폭풍이 두려웠다.


  그 촉이 결국 모든 사실을 밝혀냈다. 결혼 기념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떠날 여행을 준비하며 남편과 즐겁게 저녁을 먹었다. 곧 결혼 10주년이니 리마인드웨딩을 찍으러 가자던 남편의 말이 좋았다. 남편도 요즘 짜증을 자주내서 미안했다며 사과도 하고...그냥 행복한 저녁시간이었다. 술에 취한 남편이 핸드폰을 식탁위에 올려두고 주방으로 향했다. 뭔가 그때 갑자기 '입출금 내역'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빠르게 남편의 핸드폰을 들었고, 잠금을 풀었고, 문자를 열었다. 입출금 문자를 보았다. 그날, 새벽 5시에 들어온 그날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문자를 계속 올리며 그 날을 찾았다. 그 날, 내가 남편에게 힘들다고 장문의 카톡을 보낸 날 남편은 노래방에서 55만원을 썼다. 공교롭게도 내가 카톡을 보낸 그 시간과 겹쳤다.

 

  그리고 그 뒤로 모텔을 결제했고 두시간 뒤 쯤, 왠 여자에게 20만원을 송금했다.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거구나, 맞구나. 그랬구나. 착착착,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다. 문자를 계속 올려 최근 결제 내역들을 보았다. 노래방 45만원, 바 70만원 장소도 결제 금액도 충격이었다. 남편이 갖고 있던 돈은 시어머니가 최근 우리에게 빌려준 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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