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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B Nov 09. 2022

나의 멘토가 되어준 두 사람 이야기

Ace와 Best중 Ace 먼저

나에겐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두 사람의 멘토가 있었다. 멘토는 어학사전에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지도하고 조언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의 멘토가 된 두 사람은 나와 동갑이고 절친이었다. 지금은 사는 곳이 다르고 각자의 가치관, 살아가는 상황이 달라 아쉽게도 연락이 뜸해졌지만 그래도 내 마음속에는 두 사람의 멘토가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다.


나의 멘토였던 A(Ace)와 B(Best)는 서로 모르는 관계이다. 나는 A에게 B에 관한 이야기를 했고, B에게 A에 관한 이야기를 했기에 A와 B가 만난 적은 없지만 나를 통해서 서로를 알게 되었고 그 교집합에는 내가 들어있었다. 동갑이고 절친이었던 두 사람은 나에게 나타난 시기는 다르다. A는 나와 이종사촌 관계로 태어나자마자  알게 된 사이였고, B는 고등학교 때부터 알게 되었다. 


끌림의 법칙이 적용되어 매일 만나지 않으면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고, 밤을 새도 모자랄 정도로 이야기는 넘쳐났다. 세 사람의 목표는 웹 2.0에서 웹 3.0으로의 놀랄만한 도약처럼 성공하여 세상이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A와 나는 경남 거창에서 산골로 더 들어간 가조가 고향인 부모님을 두었고 부모님은 출세하기 위해  대구로 터전을 옮겨 살고 있었지만 뿌리는 가조라는 면단위 작은 마을이었다. 


B는 아기였을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라 부모님이 누구인지 몰랐고, 알고 싶어 하거나 찾고 싶어 하지도 않았으며 부모님의 뿌리조차 모른 채 자랐다. 심지어 B의 생일은 태어난 날이 아니라 보육원에 맡겨진 날이라는 슬픈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이런 이유로 나와 A, B는 더 넓은 세상에서 조연보다 주연이 되기 위해 각자의  꿈을 꾸었다.


동갑이고 절친이지만 나의 멘토라고 하는 이유는 나를 지도하고 조언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같았으나 A는 나보다 훨씬 많은 책을 읽으면서 간접적으로 지식과 경험을 많이 쌓았고, B는 보육원에서 자라면서 혹독한 환경 속에서 공부에 몰입하며 살아남는 방법을 알았고 이겨냈기에 나보다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스승이라 생각했다.


어렸을 때 내가 봐온 A는 책을 탐독했으며, 화장품 설명서조차도 글씨 하나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다 읽었으며 여성의 존재감과 지위에 대해서 일찌감치 눈을 떤 이지적인 여자였다. 그런 A를 존경했으며, 감히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존재라 여겼다. 고민이 있거나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나는 무조건 이모집으로 달려가서 A를 만났다.  마치 해답을 얻고자 하는 목마른 승려처럼.


여자도 홀로서기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절대 남자에게 의지하는 연약한 존재가 되면 안 된다라고 강조한 A는 본인도 그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었다. 결혼하고 나서 나보다는 남편의 장점들을  부각시키곤 했었다. 난 쳐 본적도 없는 토플 점수가 남편은 몇 점이니, 영어와 불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잘한다느니 하는 것들 말이다. 그때 A는 내게 말했었다. 남편보다 네가 잘하는 걸 말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남편의 직업, 남편의 사회적 지위에 의해 결정되었던 30년 전 여자들의 입지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나의 멘토 A는 시대를 앞선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그 이후 서서히 여성들의 목소리, 사회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A가 말한 내가 잘하는 게 뭔지를 알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한의사로 살고 있었지만 남편이 원한다면 일을 포기할 수도 있을 나에게 얼음물을 끼얹으며 정신 차리라고 말하고 있는거나 마찬가지였다.


A의 영향으로 나는 한 남자의 아내와 아이들의 엄마 역할을 하면서  나 자신을 계발하기 시작했다. A가 골라준 홍정욱의 7막 7장이라는 책은 나의 책 읽기에 불씨가 되어  활활 타오르는 장작의 불꽃속에 빠져들어 열정적으로 책 읽기를 하고 있다. 


어렸을 때 엄마와 이모의 미묘한 경쟁구도 속에서  A와 나는 원하지 않는 경쟁자가 되기도 했으나 나에겐 A보다 더 훌륭한 라이벌은 없었다. 선의의 경쟁으로 서로가 발전했으며, A의 재능에 질투보다는 부러움으로, 시기보다는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봤던 그 시기가 있었기에 성장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있다고 본다.


나에게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고 A가 말했을때, 노력부족이 능력 부족임을 착각하고 살아왔음을 깨닫게 해 준 중대한 순간이었다. 비교하지 않고 오롯이 나 자신이  되라고 말했던 A는 진정한 나의 멘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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