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로잡는 두 사람
요즘 내가 즐겨 보는 티브이 프로그램 두 개가 있다. 일주일 중 이틀, 나를 다독여주고 웃음을 주고 감탄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이날만큼은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오롯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 화면과 소리에 몰입하고 만다. 그것은 바로 티브이 조선과 MBN에서 주최하는 '미스터 트롯 2'와 '불타는 트롯맨'이라는 트롯 경연 프로그램이다.
한동안 K POP 경연 대회가 인기를 얻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그 프로그램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지만 최근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트롯 열풍을 일으킨 미스터 트롯과 불타는 트롯맨은 열심히 보고 있다. 마치 짝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목이 빠지도록 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경연 프로그램에는 가수가 직업이 아닌 사람들이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이 참여한다. 가수라는 꿈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실망과 좌절, 기뻐하는 모습,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을 보며 나는 그 속에 녹아들고 있음을 느낀다.
노래와 춤 실력, 외모까지 훌륭한 사람들끼리의 경쟁은 굳이 점수로 우열을 가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살아남기 위한 열정과 필사적인 노력을 보는 것 또한 재미와 충격, 감동을 더해준다.
현직 가수들의 노래 실력은 말해 뭐 해 싶을 정도로 뛰어나고 여유가 있지만 꼭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보장은 없다. 냉정하면서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노래 실력의 출중함 외에 뭔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자기만의 목소리로 표현할 수 있는 곡 해석과 감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인기와 팀 미션을 거치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난관에 봉착하지만 그들에게 불가능이란 없어 보였다. 도대체 못하는 게 뭐야 싶지만 고된 연습 뒤에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걸 화면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점점 더 경연에 빠져들었고, 특히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두 사람이 있었다. 바로 에녹과 김 용필이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나이가 40대 중후반이며 이미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김 용필은 MBN에서 뉴스를 진행하는 프리랜서 아나운서이며 에녹은 잘 나가는 뮤지컬 가수이다. 둘 다 이미 안정된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으나 제2의 인생을 트롯에 걸었다.
에녹이 부르는 노래들은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현직 가수들의 교과서적인 창법에서 한 발짝 비켜나 힘이 느껴지는 에녹의 노래는 강력한 자석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나는 이미 에녹의 노래라는 토네이도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김 용필 아나운서는 그렇게 좋은 노래 실력을 숨기고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부른다. 자신만의 창법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서 부르는 노래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단 하나의 명품처럼 느껴졌다. 에녹과 김 용필 아나운서의 무대는 다음 무대를 기대하게 되고 계속 보고 싶게 만든다.
이 두 사람의 노래 실력보다 더 높이 사는 것은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포기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 있더라도 마음이 원하는 소리를 따라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새로운 세계로 모험을 떠나는 용기와 도전정신이다. 40대 중후반의 나이에 다른 것을 해 보고 싶은 시도는 안주하고 싶어하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때문에 대다수의 중년에게는 아득하기만 한 꿈일뿐이다.
하지만 이 두사람은 준비되어 있었고 믿음과 함께 행동에 옮겼다. 에녹과 김 용필 아나운서의 표정에는 비장함과 열정이 불타오르는 게 보였다.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것을 정말 잘해 내고 싶은 마지막 도전장 같은 진지함과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최선을 다해 무대에 서서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주는 모습은 노래 잘하는 현직 가수들의 무대와는 달랐다. 40대 중후반, 꿈을 쫓아가기에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자신들의 마음이 원하는 미래를 향해 걸음을 떼는 모습에서 꿈은 이루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트로트 가수가 되기 위한 경연 무대에서 젊은 참가자들과 당당하게 경쟁하는 40대 중 후반의 에녹과 김 용필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 분명하다.
일등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용기와 도전정신, 무대에서의 열정과 진실성은 일등으로 본다. 앞으로 더 힘든 경연이 남아 있지만 나는 이 두 사람을 응원한다.
누구든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것을 꿈꿀 수 있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힘듦을 각오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섣불리 시작하지 못한다. 경연에 나온 참가자들의 입에서 수명이 줄어들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극한 긴장과 강박증이 있을 것이다. 원하는 게 확실하다면 끝까지 가보는 것만큼 멋진 일이 또 있을까. 결코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기를 이 두 사람에게 당부하고 싶다. 40대의 저력과 노련함을 보여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40대가 아니면 절대 볼 수 없는 눈가의 주름, 그게 더 매력적이다.
나의 남편이 40대 후반에 트로트 가수하겠다고, 자신의 꿈은 트로트 가수가 되는 거라고 말했다면 정신 차리라고 말했을 수도 있다. 소질이 없는 걸 아니까. 하지만 에녹과 김 용필 아나운서에게는 꿈을 이루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