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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닥 Feb 04. 2022

대표님이 갑자기 동료들과 싸우랜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마케팅 전략을 고안하는 방법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군 스트릿 우먼 파이터, 기억나시나요? 


방영이 종료된 후에도 많은 덕후들을 남긴 인기 예능이었습니다. 굿닥의 대표님인 제이슨은 스우파가 끝났을 때 많이 아쉬우셨을 것 같습니다. 스우파 찐팬이신 것 같거든요. 제가 제이슨의 팬심을 이렇게 확신을 하는 이유는 어느 날 갑자기 던지신 한 마디 때문입니다.



지금 굿닥 마케팅팀 10명이죠?
 5:5로 나눠서 싸워보세요.
 일명 스트릿 마케팅 파이터인 거죠.(진지)



실화인가..?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침착하게 이야기를 계속 들어봤습니다. 


파격적인 제안의 의도는, 2022년 1월에 릴리즈 될 비대면 진료에 대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니, 자유롭게 2팀으로 나눠서 경쟁 PT를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일명 굿닥몬들의 잔머리 싸움! 제이슨의 눈빛은 진심으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정말 스트릿 마케팅 파이터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시작을 하려니 각양각색 색깔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10명의 마케터를 어떻게 두 팀으로 찢어야 할까? 에 대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일단 사다리를 타보자

당시 굿닥의 마케팅 팀은 퍼포먼스 마케터 5명, 콘텐츠 마케터 2명, 콘텐츠 디자이너 3명으로 구성이 되어있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터 중 저와 레이첼을 두 축으로 사다리를 탔습니다. 


그렇게 나뉜 팀으로 2주 동안 굿닥 비대면 진료 IMC 전략 기획서를 만들어나갔습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일을 함께 해왔지만 10명의 동료분들과 함께 할 때와, 5명의 동료분들과 함께 일을 할 때는 커뮤니케이션 밀도 자체가 달랐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스트릿 마케팅 파이터 프로젝트에서 저희 팀은 패배하였습니다. 그것도 3:0으로 완패였습니다. 


좌측 제이슨 : 자극적인 몰표 결과를 보고 즐거워하는 중


엥? 완패라고요? 화 안 났어요?

승부욕이 강한 편이라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조금 분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5명의 팀원들이 기존 업무를 동행하며 2주 동안 힘들게 준비한 결과니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정말로 아주 잠깐이었습니다. '분노' 보다는 '고민'이 컸으니까요. 그 고민들을 통해 이전보다 더 무르익은 마케터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마케터로서 MECE 한 사고를 하려 애쓰며 마케팅 전략을 A to Z까지 짜거나, 퍼실리레이터가 되어 회의와 진행 상황을 리딩 한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든 생각들을 의식의 흐름대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1. 포크레인 보다는 호미


사람마다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 그래서 다양한 의견을 파내기 위해서는 포크레인처럼 혼자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을 호미로 차근차근 파야 한다는 것.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게 된 가장 큰 인사이트입니다. 포크레인처럼 진행하게 되면 동료들의 생각과 마음에 흠집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좋은 퍼실리레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두 팀에서 진행된 치열한 아이데이션의 흔적




2. 게으른 완벽주의는 위험하다


게으른 인간이 완벽주의에 사로잡히면 곤란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가 약간 그런 편이었습니다. 부지런한 편이 아닌데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 했습니다. 이러한 성향은 빠듯한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는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더욱 치명적이었습니다. 큰 전략을 짜야하는 기획서에서 큰 그림을 놓칠 수 있었고 끝 내용이 흐지부지 될 위험도 높아집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내내 다잡았던 문장은 '나무보다는 숲을 보자'와 '용두사미는 되지 말자'였습니다.

출처 : 트위터




3. 최고의 인정은 동료의 인정


힘들게 준비한 PT 후 쓰라린 몰표의 패배를 얻었을 때, 저희 팀원들은 저에게 "최고로 잘했다"라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책인 '내 일을 쓰는 여자'에도 나온 내용인데요. 직장에서 성취감을 얻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는 '숙련'과 '인정'입니다. 숙련은 전문성이므로 제가 열심히 해서 키워야 하는 것이고, 인정은 내 일과 관련된 타인들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얻는 것입니다. 즉 외적 보상인 '인정'은 저 혼자 애쓴다고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동료들이 해주셔야 하는 것이지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동료 분들이 해주신 인정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저의 마케터 경력에서 받아본 '인정' 중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트릿 마케팅 파이터, 그 후


앞으로의 굿닥은 기존 굿닥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새로운 변화를 준비 중입니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 조직개편도 있었습니다. 직무 중심 조직이 사라지고 10명의 마케팅 팀원은 여러 팀으로 분산되었습니다.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동료분들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 낯설 수도 있고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때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는 빛나는 동료들이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서로에게 '함께 일하는 게 즐거웠던 동료'로 남았으면 합니다. 


참고로 팀명은 홀리뱅과 라치카를 활용한 언어유희로 지어보았습니다.



――― 

Written by.

Chloe_Marketer





굿닥에 대해 더 알고싶으시다면, 

▶ www.teamgood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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