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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연두 Jun 29. 2024

[ 창비시선 ] 안희연, 도종환 시집

[ BOOLREVIEW 9. 2024. 06.29 ]



1. 창비시선 446. 안희연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글쓴이 초록연두로 "여름"에 대한 시와 동시를 쓰면서 안희연 시인의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을 발견했다. 2020년 7월에 발행된 책은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에 이은  안희연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이 책에서 시인은 말한다. "슬프지 않은 슬픔"에 대해서.


   "아이의 손을 잡고 언덕을 오르는 상상을 한다. 여름 언덕을 오르면 선선한 바람이 불고 머리칼이 흩날린단다. 이 언덕엔 마음을 기댈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없지만 그래도 우린 충분히 흔들릴 수 있지. 많은 말들이 떠올랐다 가라앉은 동안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고 억겁의 시간이 흐른 것도 같다. 울지 않았는데도 언덕을 내려왔을 땐 충분히 운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시집은 제3부로서 57편의 시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제1부에서는 '추리극', 제2부에서는 표제작인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제3부에서는 '호두에게'를 인상 깊게 읽었다. 


먼저, 양경언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보면, '추리극'에서 시인은 "헤맬 줄 아는 마음"의 페이지를 연다고 말한다. 독자인 우리도 모르는 어떤 마음의 순간이 찾아든다면 그때 펼쳐드는 단어 한가운데로 들어가도 된다고 일러주는 사람 같다고.  

다음으로,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에서 "나는 언덕의 기분을 살폈다."는  구절이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앞서 이야기한 시인의 말을 떠올리면서 읽어서일까! 여름의 언덕을 상상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호두에게'는 사물에 대한 시인의 독특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시'라 눈여겨 보게 되었다. 

칠레의 시인 파라가 모든 시인은 '자신의 고유한 사전을 가져야만 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시인이 사물에 다른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그 사물이 품고 있던 다른 세계를 여는 것이라는 생각에 잠긴다는 평론가의 말을 주목했다. 내가 썼던 '메추리알'을 비롯한 음식에 대한 '시'도 그런 의미 선상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감히 비교할 수 없지만.)


내가 글쓴이 초록 연두라는 닉네임을 가져서 그럴까? 이 시집의 표지 색이 초록과 연두로 이루어져 그럴까? 왠지 이 '여름', 이 시집을 여러 번 읽고 나의 책장에 꽂아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창비시선 501. 도종환 시집 :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한국시단을 대표하는 서정시인으로서 2024년 올해 등단 40주년을 맞이한 도종환의 열두번째 시집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이 창비시선 501번으로 출간되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보듬는 “격렬한 희망”(박성우, 추천사)의 시로 먹먹한 감동을 선사한 『사월 바다』(창비 2016)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뜻깊은 시집이다. (출처: 알라딘)


이 시집은 진은영 시인의 해설대로 한 시인이 꽃나무에게서 배운 것들을  시로 옮겨 놓았다. 또한 안도현 시인의 해설처럼 저자는 연을 나누지 않고 끝까지 연을 통째로 끌고 가는 시를 통해 고전적인 형식이 진정성에 다다르는 통로라는 걸 보여준다. 


제1부 "깊은 밤"부터 제 4부 "전야"까지, 총 4부로서 자연(특히 꽃나무)과 계절의 흐름을 섬세하고 진솔하게 표현한다. 


나는 그 가운데 두 시를 이 리뷰에 적으며 간직해 본다. 

별을 좋아하고, 시간의 흐름을 시로 자주 표현하는 사람으로서 이것들을 꼽아봤다.



초저녁별

                                             도종환

초저녁별은 알고 있었을까

꿋꿋하게 산다고 외롭지 않은 게 아님을

근원적인 질문 끝에는 

늘 쓸쓸한 시간이 오는 것임을


칠월

                                                    도종환


칠월은 나무가 맑은 기운을 수장고마다 담아두는 달

칠월은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

능소화가 초록에 가려진 열망을 강렬한 색깔로 바꾸는 달

칠월은 연꽃이 진흙 속에서 두 손을 고요히 모으는 달  



나는 시를 배우기도 하지만 그냥 필사하며 상상하고 느껴보기도 한다. 지금까지 50편 정도의 습작 시를 써보면서 과연 그것이 시가 맞을까 의문이 들어 수 많은 시인들의 시집을 읽어가며 조금씩 시에 다가가보고 있다.

도종환 시인의 열두 번째 시집을 읽으며 '자연과의 대화'를 이렇게 '시'로 표현했다는 생각에 감탄하게 된다. 알베르 카뮈가 말한 '정오의 사상'을 소환했다는 책 소개처럼,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시인으로서의 태도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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